
[뉴스스페이스=조일섭 기자] SK하이닉스의 핵심 반도체 기술이 중국 이직을 노린 전직 직원에 의해 무단 촬영·유출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해당 직원이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엔진으로 불리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CMOS 이미지센서(CIS) 관련 기술자료를 아이패드 등으로 촬영해 소지·유출한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화웨이 이직 준비하며 ‘하이브리드 본딩’ 77장 촬영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중국 주재원으로 근무하던 김모(51) 씨는 2022년 2월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으로의 이직을 결심했다.
이후 회사 업무용 노트북을 재택근무지로 반출, 5월 20일경 사내 문서함(HyDisk TF문서함)에 접속해 ‘웨이퍼 본딩 강의자료’ 파일을 아이패드로 77장 촬영했다. 해당 자료에는 HBM 구현에 필수적인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 등 당시 SK하이닉스가 보유한 첨단 반도체 기술이 포함돼 있었다.
CIS 영업비밀로 이력서 작성, 인사담당자에 전달
김 씨는 하이실리콘 이직을 준비하며 2022년 3월 11~14일 CIS 관련 영업비밀 PPT 자료를 인용해 이력서를 작성, 이를 하이실리콘 인사담당자에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하이실리콘 이직은 무산됐으나, 8월 또 다른 중국 기업으로부터 이직 제안을 받고 동일 방식으로 영업비밀 자료를 첨부한 이력서를 제출했다.
“수천~1만장 촬영, 출처 은폐 정황도”
검찰 조사 결과, 김 씨가 촬영한 기술자료는 77장에 그치지 않고, CIS·HBM 등 첨단기술 자료를 수천~1만여 장에 걸쳐 무단 촬영·유출한 정황도 확인됐다. 일부 자료는 보안 문구와 회사 로고를 삭제해 출처를 은폐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반도체 칩을 수직 적층하는 핵심 기술로, 국가 전략자산으로 평가받는다.
내부 감사로 적발, 구속기소…법원 “피해액 산정조차 불가”
김 씨는 SK하이닉스 내부 감사에서 적발돼 검찰 수사를 거쳐 7일 구속기소됐다. 비슷한 시기 기술 유출로 기소된 또 다른 중국인은 항소심에서 징역 5년, 벌금 3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국가 핵심기술과 영업비밀이 회수되지 않아 피해액 산정조차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검찰 “첨단기술 유출, 국가 경쟁력·안보 위협…엄정 대응”
검찰은 “해외 기업에 전략 기술이 유출되는 것은 국가 산업경쟁력과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라며, "향후 유사 범죄에 대해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세계 선두권 기업들의 반도체 핵심기술 유출 위험성과 글로벌 인재 유출에 따른 보안 리스크를 다시 한 번 부각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