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전 세계적으로 약 6000만명이 고통받고 있는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등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BBC Science와 로이터 등의 보도에 따르면, 2025년 7월 16일(현지시간), ‘글로벌 신경퇴행성 단백질체학 컨소시엄(GNPC)’이 전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신경퇴행성 질환 단백질체 데이터세트를 전격 공개한 것이다.
이번 성과는 존슨앤드존슨(J&J)과 게이츠재단이 2023년 설립한 GNPC가 미국, 영국, 호주 등 23개 연구기관에서 수집한 혈액·뇌척수액 등 샘플 약 3만5000개, 총 2억5000만건 이상의 단백질 데이터를 인공지능 AI 플랫폼에서 집대성해 얻은 것이다.
관련 논문 4편은 세계 최고 수준 의학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과 ‘네이처 에이징(Nature Aging)’ 7월 15일자 온라인판에 동시에 게재됐다.
“APOE4 고위험군 예측 99% 정확, 신경질환 맞춤 조기진단 시대 눈앞”
연구진은 이 데이터를 통해 알츠하이머·파킨슨·전측두엽 치매·ALS(루게릭병) 등 주요 질환별로 발병 위험, 진행 정도, 예후 예측에 활용할 고유 단백질 바이오마커 수백 종을 규명했다.
호주 시드니대 케이틀린 피니 교수팀은 GNPC의 뇌척수액·혈장 샘플(총 1만1270건) 데이터와 AI 분석을 결합, 알츠하이머 고위험 유전자 APOE4 보유 여부를 '99%의 정확도'로 맞출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또한 전유전적 질환 위험군에서 면역반응 단백질이 일관되게 높게 나타났으며, 개개인별 위험 예측에 '혈액 한 방울'만으로 접근이 가능해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신경퇴행성 질환 공통 및 차별 메커니즘 규명…치료 실마리 제시”
미국 워싱턴대 세인트루이스 의대 카를로스 크루차팀은 알츠하이머, 파킨슨, 전측두엽 치매 등 환자군에서 각각 특이적 단백질 프로파일과 질환별 차별 바이오마커를 제시하며, 이들이 모두 면역·염증반응 단백질과 강하게 연결돼 있음을 최초로 확인했다.
이 연구결과는 “신경퇴행 질환 치료 표적 약물 개발에 중대한 전환점”이라고 BBC Science는 전했다.
빌 게이츠 “치매는 더 이상 사형선고가 아니다”… 진단·치료 혁신의 현장
GNPC 창립자인 빌 게이츠 게이츠벤처스 회장은 보도자료와 GitHub 플랫폼 등에서 “혈액 기반 조기진단, 고효율 항체 치료제 등 획기적 진전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며 “알츠하이머도 더 이상 사형선고가 아닌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고 강조했다.
알츠하이머협회(Alzheimer’s Association)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현재 미국 내 알츠하이머 인구는 약 660만명에 달하고, 연간 의료비는 3450억 달러(약 460조원)에 달하고 있다. 글로벌 치매 인구는 2050년 1억5200만명을 돌파할 전망이다(WHO, 2023).
연구자 전용 데이터, 글로벌 공개…AI 기반 혁명 ‘가속화’
GNPC는 해당 단백질 세트 전체를 학계 연구자들에게 무료로 공개하고, 맞춤형 바이오마커 및 신약 후보물질 발굴 플랫폼으로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네이처는 “질병 경로 및 노화 기전 규명, 조기 진단, 타깃 치료제 개발을 앞당기는 게임체인저”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