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쿠쿠전자가 10년간 전속모델로 함께한 배우 김수현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서, 소비자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기사 댓글에는 “비정하다”, “의리 없다”, “기업 신뢰가 무너졌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불매운동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쿠쿠의 단기적 위기관리 전략이 오히려 장기적 브랜드 가치와 글로벌 확장 전략에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전문가와 업계에서 확산되고 있다.
10년 동반 성장, 논란 한순간에 ‘손절’…소비자 “이게 자구책이냐”
쿠쿠전자는 지난 4월 24일 김수현을 상대로 1억원 규모의 채권 가압류를 신청했고, 5월 2일에는 8억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여기에 쿠쿠홈시스와 말레이시아 법인 등 계열사까지 가세해 김수현과 소속사 골드메달리스트를 상대로 총 20억2986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별도로 진행 중이다.
쿠쿠의 이 같은 ‘신속한 손절’ 조치는 김수현의 사생활 논란이 불거진 직후 이뤄졌다. 쿠쿠뿐 아니라 김수현을 기용했던 다수 브랜드 역시 광고 이미지 삭제, 계약 해지 등 ‘손절’에 나섰다. 쿠쿠차이나도 3월 중순 “모든 공식 플랫폼에서 김수현 이미지를 삭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댓글 민심 “10년 의리 어디 갔나”…불매·환승 목소리 확산
뉴스스페이스, 네이트, 코리아데일리 등 주요 언론사드의 기사 댓글에는 쿠쿠의 대응을 비판하는 소비자 반응이 압도적이다.
“이런 기업은 불매해야지.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한 기업이라는 게 여실히 증명됐다. 앞으로 쿠쿠 구매할 일 없겠네요.”
“10년 동안 같이 성장해온 사람을 사이버렉카의 거짓 선동만 믿고 모든 책임을 지라는 건 너무 가혹하다. 이젠 타사 제품 써야 할 것 같다.”
“논란 생기자마자 진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아묻따 손절부터 하는 기업 마인드. 10년 기업 간판모델이었으면 지켜보는 의리 정도는 있어야지.”
“쿠쿠는 대기업이라 조용히 지켜보고 판단할 줄 알았는데 30억이 없을까 봐 가압류까지 걸었냐? 너무 어이없다. 이제 50~60년 동안은 쿠쿠 절대 살 일 없다.”
“쿠쿠 쓰는 내가 너무 부끄럽다. 이제 쿠첸이다, 쿠쿠 빠이빠이.”
이처럼 ‘불매’ ‘환승’ ‘의리 없음’ ‘신뢰 붕괴’ 등 키워드가 댓글을 도배하고 있다.
일부는 “광고모델의 사생활 논란이 브랜드에 미치는 파장이 크지만, 오랜 기간 브랜드 이미지를 함께 만든 모델에 대한 배려 없는 법적 대응은 오히려 역풍을 부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문가 “장기적 브랜드 신뢰에 치명타…글로벌 전략에도 악재”
증권가와 업계 전문가들은 쿠쿠의 이번 대응이 단기적으로는 리스크 관리로 보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신뢰와 글로벌 마케팅 전략에 치명적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NH투자증권 등은 “쿠쿠가 해외 매출 확대와 제품 다각화로 실적을 방어하고 있지만, 장기모델과의 법적 분쟁은 소비자 감정 악화와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광고업계 관계자 역시 “장기모델에 대한 기업의 책임과 신뢰, 상생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대에 쿠쿠의 결정은 브랜드 충성도와 소비자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소비자들은 기업의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조용히, 그리고 예리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광고계 ‘품위유지 조항’ 논란…“법적 책임 다툼 치열할 듯”
쿠쿠 등 광고주들은 계약서상 ‘품위 유지 조항’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광고계약에는 활동기간 동안 법률 위반이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행위로 기업 이미지에 해를 끼칠 경우 배상해야 한다는 조항이 명기된다. 다만, 김수현이 광고 계약을 맺기 이전에 했던 행위까지 품위 유지 의무 위반으로 볼 수 있는지는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팬덤·소비자단체도 ‘2차 가해’ 주장…불매운동 확산 경고
김수현 팬덤 등은 “광고사가 계약 관계를 빌미로 배우의 개인정보를 노출하고, 무고한 피해자에게 부동산 가압류까지 단행한 것은 명백한 2차 가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브랜드에 대해서는 팬덤 주도의 불매운동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쿠쿠의 김수현 손해배상 소송은 단기적 위기관리 차원을 넘어, 10년간 쌓아온 브랜드 신뢰와 소비자 충성도를 한순간에 흔드는 ‘역풍’으로 번지고 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기업의 위기관리 전략이 장기적 성장동력과 신뢰를 훼손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소비자와 시장은 기업의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의리’를 예리하게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