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혜주 기자] 지방에서 추출한 줄기세포와 재생 세포가 혼합된 성분인 SVF(Stromal Vascular Fraction, 기질혈관분획)가 재생의학 분야의 핵심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SVF는 피부 재생과 노화 방지뿐 아니라 ▲무릎 관절염 ▲흉터 치료 ▲난임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임상적 효능을 입증하며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의료적 활용 가능성이 확대되면서 경제적 가치 또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TMR(Transparency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전 세계 SVF 시장은 2023년 1억5290만 달러(한화 약 2108억원)에서 2034년 2억8010만 달러(약 3874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한 치료 자원을 넘어, 바이오 기업과 의료기관 사이에서 새로운 수익화 모델로 부각되는 추세다.
◆ SVF 치료, 어디까지 왔나…글로벌 임상 현주소는?
미국 이모리대학과 재생의료 기업 인제너론(InGeneron)은 2023년 무릎 골관절염 환자 480명을 대상으로 SVF 기반 자가세포 치료의 3상 임상시험을 완료했다. 해당 연구는 세계적 권위를 가진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실렸다.
연구에 따르면, 환자 자신의 지방에서 얻은 SVF를 정제해 무릎에 주입한 결과, 스테로이드 주사와 유사한 수준의 통증 완화 및 기능 개선 효과를 보였으며, 중대한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 회전근개(어깨 관절) 손상 환자를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임상은 글로벌 바이오텍 기업 오르제네시스(Orgenesis)가 진행 중이다.
SVF는 피부 치료 영역에서도 두각을 보인다. 지난 2022년 이란 테헤란 의과대학에서 시행된 한 임상시험에서는 여드름 흉터 환자의 얼굴에 SVF를 국소 주입한 결과, 피부 두께와 콜라겐 밀도가 증가하며 흉터가 유의미하게 개선됐다. 흉터 조직의 탄력과 색조까지 회복돼, 피부재생 효과가 입증됐다.
미용의료 시장에서도 SVF가 새로운 치료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유럽과 북미 일부 의원에서는 지방흡입 시술 후 추출한 SVF를 별도로 분리해 얼굴, 목, 손 등에 주입하는 자가 피부 재생 치료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 방식은 피부 탄력 개선, 주름 완화, 흉터 복원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줄기세포 기반 바이오기업 모닛셀 김진옥 연구소장은 "SVF는 관절염이나 피부 재생 등 조직 재생 분야에서 실제로 뚜렷한 치료 효과를 보이고 있다"며 "자가 조직을 활용하는 방식이라 면역 거부 반응과 전신 부작용 우려가 거의 없어 안전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어 "염증을 조절하고 조직을 재생시키는 복합 작용이 강점"이라며 "향후 난치성 신경질환, 심혈관 질환, 희귀질환 등 기존 치료가 어려운 분야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 지방흡입과 재생의학의 연결고리…'융합 비즈니스' 모델화
SVF 기술은 최근 몇 년 새 급격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과거, 효소를 이용해 지방에서 줄기세포를 분리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지만, 현재는 기계식•비효소 기반 추출 시스템이 속속 개발되며 시술 접근성과 효율성이 대폭 향상됐다.
대표적으로 '마이크로라이저(Microlyzer)'나 '트랜스포즈 RT(Transpose RT)'와 같은 장비는 시술 현장에서 곧바로 SVF를 추출해 사용할 수 있어, 별도의 배양 과정 없이도 즉각적인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SVF 추출 기술 발전은 의료기관과 바이오 기업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고 있다. 미용 시술로 여겨졌던 지방흡입이 이제는 SVF를 추출해 치료 자원으로 활용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피부 재생, 관절염, 생식치료 등 다양한 질환 치료에 SVF가 활용되면서, '미용과 치료를 연결하는 융합 비즈니스 모델'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
지방흡입 특화 의료기관인 365mc는 뽑아낸 지방을 SVF 기반 회복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지방흡입 과정에서 채취한 지방을 기반으로, 고객의 빠른 회복을 유도하는 '자가 회복 솔루션'이 논의되고 있다.
365mc올뉴강남본점 김정은 대표원장은 "체형 개선은 물론, 손상된 피부 조직 회복과 탄력 강화 등 안티에이징 효과까지 아우르는 신개념 의료 서비스"라며 "이런 융합적 접근은 고객의 시술 선택권과 만족도를 높이며, 병원과 바이오 기업에게는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만들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SVF 장기 보관에 특화된 비즈니스 모델도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모닛셀은 지방줄기세포 보관 기술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을 구축 중이다. 자체 뱅킹 시스템을 활용해 SVF를 장기간 고품질로 보관하면서, 외부 의료기관과 연계해 제공하는 방식이다. 추출부터 치료 혹은 시술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복합 모델과는 접근법이 다르다.
김 연구소장은 "배양 없이 즉시 활용할 수 있는 SVF는 시간과 비용 효율이 높고, 자가 조직 기반이라 안전성과 환자 수용성 측면에서도 상업화에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향후 SVF는 개인 맞춤형 재생의료를 이끄는 핵심 자원으로, 전 과정을 데이터화하면 인공지능 기반 예후 예측이나 정밀 치료로도 확장될 수 있다"며 "기술적 장점과 확장 가능성을 갖춘 SVF는 최근 학계는 물론 자본시장에서도 주목받는 차세대 바이오 자원으로 평가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