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애플이 뇌파로 아이폰 등 자사 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혁신적 기술 도입에 나섰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스타트업 싱크론(Synchron)과 협력해, 손을 쓸 수 없는 장애인도 뇌파만으로 아이폰, 아이패드, 비전프로 등 애플 기기를 조작할 수 있는 신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협력사의 핵심 기술은 '스텐트로드'라는 스텐트형 임플란트다. 이 장치는 뇌 운동 피질 위의 정맥에 삽입되며, 내장된 16개의 전극이 뇌파를 읽어 디지털 신호로 변환한다. 사용자는 물리적 움직임 없이 뇌 신호만으로 화면에서 아이콘을 선택할 수 있다. 현재는 화면 탐색과 아이콘 선택 정도가 가능하지만, 애플은 올해 말 BCI 전용 인터페이스 표준을 공개해 기능과 접근성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이 기술은 척수 손상, 루게릭병(ALS) 등으로 손을 쓸 수 없는 수만 명의 장애인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전망이다. 모건스탠리는 미국에서만 약 15만명이 BCI 장치의 초기 후보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실제로 ALS 환자 마크 잭슨은 스텐트로드를 이용해 아이폰과 비전프로를 뇌파로 조작하며, "스위스 알프스 산맥 절벽을 내려다보는 경험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애플의 이런 도전은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와의 정면 승부를 예고한다.
뉴럴링크는 1000개 이상의 전극을 뇌 조직에 직접 삽입하는 방식으로, 더 많은 신경 데이터를 수집해 커서 이동, 타이핑 등 복잡한 조작까지 지원한다. 최근 뉴럴링크 칩을 이식받은 환자가 맥북 프로의 마우스를 자유롭게 조작하고, 인공지능 음성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사례도 공개됐다.
애플은 이미 2014년 보청기 블루투스 표준을 선도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도 BCI 분야에서 기술 표준 주도권을 노리고 있다. 싱크론 CEO는 "지금까지는 BCI 신호를 마우스 입력처럼 속여야 했지만, 애플의 새 표준이 도입되면 개발자들이 보다 쉽게 기기와 직접 연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는 첫 상용화 시기를 2030년 전후로 전망하지만, 싱크론 측은 이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애플과 머스크의 치열한 ‘뇌파 인터페이스’ 경쟁이 인류의 디지털 경험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