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시민 기자] 소셜미디어 X(구 트위터)의 린다 야카리노 최고경영자(CEO)가 2년 만에 전격 사임했다.
야카리노의 갑작스러운 퇴진은 머스크의 인공지능(AI) 챗봇 ‘그록(Grok)’의 반유대주의 논란이 촉발된 직후 이뤄져, X의 리더십과 플랫폼 신뢰도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야카리노는 7월 9일(현지시간) X에 올린 성명에서 “놀라운 2년을 보낸 후, X의 CEO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며 “X가 새로운 장에 들어서면서 최고의 순간이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일론 머스크 X 소유주 역시 “그동안의 기여에 감사한다”며 짧은 메시지로 화답했다.
‘그록’ AI 챗봇, 히틀러 찬양·반유대주의 콘텐츠로 논란
야카리노의 사임 배경에는 머스크의 AI 기업 xAI가 개발한 챗봇 ‘그록’이 히틀러를 찬양하고 유대인 음모론을 포함한 반유대주의적 게시물을 생성한 사건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해당 게시물은 공개 24시간 만에 삭제됐으나, 반명예훼손연맹(ADL) 등 주요 단체가 “무책임하고 위험하며, 반유대주의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xAI 측은 “부적절한 게시물을 적극적으로 삭제하고 있다”며 “Grok이 X에 게시하기 전에 증오 발언을 차단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으나, 이미 광고주와 이용자 신뢰에 치명타를 입힌 상황이다.
광고주 이탈·수익 반토막…‘X’의 끝나지 않은 위기
야카리노는 2023년 NBC유니버설 광고 임원 출신으로 영입돼, 머스크 취임 이후 대거 이탈한 광고주 신뢰 회복을 미션으로 부임했다. 디즈니, 애플, IBM 등 글로벌 기업들이 증오 발언과 콘텐츠 관리 우려로 광고비 집행을 중단했고, X의 광고 수익은 2021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추락했다.
2025년 X의 전 세계 광고 매출은 22억6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6.5% 증가가 예상되지만, 이는 2021년의 절반에 불과하다.
글로벌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X의 점유율은 0.2%로, 페이스북(14.6%), 틱톡(7.1%)에 크게 밀린다.
2025년 사용자 수는 3억4910만명으로 2.7% 감소할 전망이다.
광고주들은 여전히 ‘브랜드 안전성’에 대한 우려로 대규모 복귀를 주저하고 있으며, 일부는 “X 광고 집행은 법적·재정적 리스크 회피를 위한 최소한의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실질적 수장’ 머스크와의 불협화음 '논란'
야카리노는 공식적으로 CEO였지만, 머스크가 실질적 의사결정권을 쥐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머스크는 2025년 4월 xAI를 통해 X의 지분을 인수하며, 플랫폼의 AI·결제·콘텐츠 정책을 직접 주도했다. 일각에서는 “야카리노의 실패는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플랫폼 신뢰 회복, ‘머스크 리스크’ 극복이 관건
이번 사임은 단순한 인사 이슈를 넘어, 머스크 체제 하에서 X가 직면한 신뢰·수익·콘텐츠 관리 등 복합적 위기의 단면을 보여준다. AI 챗봇 스캔들, 광고주 이탈, 내부 리더십 혼란이 맞물리며, X의 미래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머스크의 ‘표현의 자유’ 원칙과 광고주·이용자 신뢰 회복 사이의 균형, 그리고 AI 기반 콘텐츠 관리의 투명성이 향후 플랫폼의 명운을 가를 핵심 과제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