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인공지능(AI) 스타트업 xAI가 43억 달러(약 5조9000억원) 규모의 신규 지분 투자 유치 협상에 돌입했다.
이번 자금 조달은 AI 슈퍼컴퓨팅 인프라 확장과 초거대 AI 모델 개발 경쟁이 극에 달한 2025년, xAI의 생존과 도약을 가늠하는 중대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한 달 1조원 소진”…AI 슈퍼컴퓨터·칩 구매에 ‘현금 불태우기’
xAI는 2023년 7월 설립 이후 지금까지 총 140억 달러(약 19조원)의 자금을 유치했지만, 2025년 3월 말 기준 남은 현금은 40억 달러에 불과하다. 올해 예상 지출은 130억 달러(약 17조원)로, 매달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 이상을 소진하는 셈이다.
이는 경쟁사 오픈AI, 앤스로픽 등과 비교해도 업계 최고 수준의 ‘불타는 현금(burn rate)’이다.
이처럼 막대한 비용의 주요 원인은 슈퍼컴퓨터 및 데이터센터 구축, 고성능 칩 구매 때문이다.
현재 테네시주 멤피스에 세계 최대 AI 데이터센터 ‘콜로서스(Colossus)’를 건설 중이며, 이곳에 100만대에 달하는 엔비디아(Nvidia) GPU를 도입할 계획이다. 100만 대 GPU 구축에는 최대 500~625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또 xAI는 경쟁사들이 GPU·서버를 임대하는 것과 달리, 고성능 칩을 직접 구매 및 자체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AI 인재 확보와 연구개발(R&D)비용도 만만치 않다. 치열한 AI 인재 쟁탈전 속에 연구개발비와 인건비도 급증하고 있다.
또 X(옛 트위터)와의 통합을 통해 방대한 실시간 데이터를 AI 모델 학습에 활용, 경쟁사 대비 차별화된 데이터 접근성을 확보하는 것 역시 많은 리소스가 투입되는 이유다.
매출은 아직 ‘초라’…AI 시장 패권 도전의 위험과 기회
xAI의 2025년 예상 매출은 5억 달러로, 오픈AI(127억 달러) 대비 2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내년(2026년) 매출 전망치도 2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연간 지출은 130억 달러로 수익성은 요원하다.
xAI는 챗봇 ‘그록(Grok)’을 X 프리미엄 구독, API, B2B 서비스 등으로 수익화하고 있다. 최근 Grok-2 무료 개방, 앱스토어 출시 등으로 사용자 기반을 확대 중이나, 본격적인 수익화는 아직 초기 단계다.
2024년 말 510억 달러였던 xAI의 기업가치는 2025년 1분기 800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투자자들은 머스크의 실행력과 X·테슬라 등과의 시너지, AI 슈퍼컴퓨터 인프라에 기대를 걸고 있다.
투자자 불안·정치 리스크…채권 조건도 수정
이번 43억 달러 지분 투자 협상은 머스크가 X와 xAI의 합병을 위해 추진 중인 50억 달러 채권 조달과 별개다. 최근 머스크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의 공개 갈등 등 정치적 변수, xAI의 자금 소진 속도 등으로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자, xAI는 담보 부채 상한, 자산 이전 제한 등 채권 조건을 일부 수정해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화했다.
AI 슈퍼컴퓨팅 ‘초격차’ 도전…xAI의 미래 시나리오
xAI는 멤피스 데이터센터에 100만대 GPU를 탑재, 세계 최대 AI 슈퍼컴퓨터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인프라를 기반으로 그록-3(Grok-3) 등 차세대 AI 모델을 개발, 오픈AI·구글·앤스로픽 등과의 기술 격차를 단숨에 좁힌다는 전략이다.
X의 실시간 데이터, 테슬라·스타링크 등 머스크 계열사와의 시너지, 자체 인프라 구축 등은 경쟁사 대비 차별화 포인트다. 반대로 현금 소진 속도, 수익성 확보 지연, 환경·규제 이슈(멤피스 데이터센터 대기오염 소송 등), 정치적 리스크 등은 중장기 리스크로 남는다.
‘AI 패권’ 향한 머스크의 초대형 베팅, 성공할까
xAI의 6조원 추가 투자 유치 협상은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AI 패권 경쟁의 판도를 바꿀 ‘초대형 베팅’이다. 슈퍼컴퓨팅 인프라와 실시간 데이터, 머스크 생태계의 시너지라는 강점에도 불구하고, 현금 소진 속도와 수익화 지연, 정치·규제 리스크 등은 치명적 약점이 될 수 있다.
향후 자금 조달 성공 여부와 AI 모델의 상업적 성과가 xAI의 미래를 좌우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