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인류는 바다가 ‘끓는 지경’에 이르는 역대급 해수 온난화의 현장을 지난 2023년 기록했다고 과학자들이 경고했다.
전 세계 해수면의 96%가 해양 폭염에 시달렸고, 이는 위성 관측 사상 기록적인 강도, 범위, 지속 기간을 모두 경신한 획기적 사건으로 남았다.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를 비롯해 Phys.org, Live Science 등 국내외 주요 학술지와 기상기관 보고서, 주요 과학전문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2023년 해수온도의 급상승은 전례 없는 수준의 환경과 경제 위기, 그리고 기후 변동성의 임계점 가능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경고음’으로 해석된다.
역대 최악의 해양 폭염…북대서양 3도, 플로리다 34도 넘어
2023년 해양 폭염(MHWs: Marine Heatwaves)은 평년 평균보다 4배 더 오래(평균 120일), 96%의 해양 표면에 영향을 미치며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과거 40년간(1982~2022년) 해수온 이상 현상은 73.7% 해역에서 발생했으나, 2023년엔 거의 전 해양으로 확산됐다.
북대서양은 2022년 중반 시작된 해양 폭염이 525일간 지속됐고, 일시적으로 평년보다 3°C 더 높은 수온을 보였다. 플로리다 키스 지역은 해저 수온이 34.06°C까지 치솟으면서, 지역 산호초의 100% 백화와 최대 43% 국소적 산호사 체멸 현상이 관측됐다.
남서태평양·북태평양, 열대 동태평양도 해양 폭염 강도 기록을 갈아치웠으며, 동태평양 엘니뇨 발달 시기에는 수온 이상이 1.63°C로 정점이었다.
2023년 전 세계 평균 해수면 온도는 8월 초, 화씨 69.73도(21.5°C)를 돌파, 연말까지도 20세기 평균치보다 2.12°F(1.18°C)나 높았다.

생태계·경제 충격…코랄 리프 절멸, 145억달러 손실
플로리다 산호초를 비롯한 카리브해, 멕시코, 피지, 뉴기니아 등지는 역대급 산호 백화·고사 현상을 겪었으며, “산호는 대량 멸종의 벼랑 끝에 있다”고 연구진은 지적한다.
풍요로운 어장과 주요 어족 이동, 대규모 어류 폐사(적색해 등)로 상업어선은 어장을 더 멀리, 또는 빈손으로 돌아오게 됐다. 어획량 급감과 해양 산업 타격으로 북미 지역에서만 145억달러(약 19조원)의 피해가 발생해 2023년 최악의 기후 재해로 기록됐다.
시스템적 관점에서, 해양 폭염은 수산업과 양식업, 해상 운송·관광까지 전방위 위협으로 작용한다. 단일 해양 폭염으로 8억달러의 직접 손실, 31억달러 이상의 간접 생태서비스 피해가 발생한 선행 연구도 제시된다.
“기후 임계점 접근?”…약화된 바람·구름, 온난화의 복합 작용
2023년 해수온 최고치에는 장기 온난화 추세, 약해진 해풍과 얕아진 혼합층, 구름 감소에 따른 태양복사의 증가, 해류 이상 등 복합적 기상·해양 요소가 거듭 작용했다.
북대서양의 경우 ‘이례적으로 약한 바람’과 얕은 혼합층으로 인한 열 축적이 주 요인으로 꼽힌다. 윈드가 약해지면 해수 표면의 열이 빠르게 축적, 폭염이 더 악화된다. “글로벌 온난화가 계속된다면 해양 표면의 혼합층은 점점 얇아져, 해수온 상승과 폭염은 더 자주, 더 심하게 올 수 있다”는 경고다.
이런 현상은 지구 기후 시스템이 임계점에 접근 중이라는 경고(early warning)로도 해석된다. Science 논문에서 동톈윈 과학자는 "아직 기후 전체가 붕괴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해양-기후 시스템의 돌이킬 수 없는 변화, 대규모 산호 백화와 서식지 붕괴가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NOAA(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 미 국립해양대기청)의 일부 전문가들은 “2023년이 임계점(tipping point)이라는 결론엔 신중해야 한다”며, 엘니뇨 등 자연 변동성의 영향을 함께 고려할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