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대한민국 제조업의 상징,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공장.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억대 연봉의 ‘갓생산직’으로 불리지만, 화려한 이면에는 산업재해와 직업병, 하청 노동자들의 눈물이 켜켜이 쌓여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막강한 권력과 자본으로 모든 책임을 회피하는 현대기아차의 횡포다.
5년간 2061명 이상 다치고, 28명은 목숨 잃어… “하청에 책임 떠넘기기” 공식화
최근 5년간 현대·기아차 공장에서는 2061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다치거나 병을 얻었고, 28명이 목숨을 잃었다. 산재 사망자의 70%는 협력사 소속 하청 노동자다.
이 중 상당수는 기계에 손이 끼이거나, 무거운 부품에 깔리는 사고, 반복적 소음과 유해물질 노출로 인한 직업병 피해자들이다. 특히 울산공장에서는 최근 5년간 2500명 이상이 소음성 난청 요관찰자로 판정받았다. 자동차 생산라인의 극심한 소음에 장기간 노출된 결과다.
전주공장 도장 작업자 4명은 벤젠, 포름알데하이드 등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돼 혈액암 진단을 받았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유해물질 관리가 엄격히 규정돼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보호구 미착용, 환기장치 미비, 안전교육 부족 등 기본적인 안전조치가 소홀한 경우가 많다.
이처럼 반복되는 산업재해의 이면에는 ‘하청 구조’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현대기아차는 안전관리 책임을 하청에 떠넘기고, 사고 발생 시 “개인 과실”로 몰아가는 전략을 공식화했다. 2024년 11월 현대차 울산공장 체임버실 질식사고에서도 연구원 3명이 숨졌지만, 책임은 협력업체로 전가됐다. “원청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는 하청 노동자의 증언이 이를 증명한다.
현대차 협력사 노동자는 익명으로 "하청 노동자들은 회사에 안전 조치를 요구해도 ‘원청 지시’라는 말만 반복합니다. 죽어도 우리 탓이에요”하는 증언을 남겼다.
미국에선 30억원 벌금, 한국에선 ‘솜방망이’ 처벌… “권력을 등에 업은 대기업 특권”
2016년 미국 앨라배마 현대기아차 협력업체 사망 사고 때는 30억원의 벌금이 부과됐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청은 “납품원가 압박이 노동자를 위험에 몰았다”며 현대기아차까지 경고했다.
그러나 한국에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23명이 사망했지만, 단 한 건도 기소되지 않았다.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이 적발돼도 대부분 과태료 수준의 처벌에 그친다. 2024년 현대차 전주공장 사망 사고는 검찰이 “안전의무 이행”이라며 무혐의 처리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시 최대 5000만원 벌금은 현대기아차 매출 0.0001%도 되지 않는다.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대기업에 대한 실질적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솜방망에 그치니, 현장에서 조차 법은 전혀 안중에도 없다. 안전보다 생산성과 속도가 우선시된다”고 지적한다.

“월급 1000만원은 죽음과 맞바꾼 목숨수당…매일 죽음과 맞닿아 일해요”
현대차 생산직 평균 연봉 9600만원 중 40%는 잔업·성과급이다. 노동자들은 “빨리 끝내라”는 압박에 안전장치를 생략한 채 위험한 작업을 강행한다. 울산공장에선 5년간 2500명이 소음성 난청 진단을 받았고, 전주공장 도장 작업자 4명은 발암물질 노출로 혈액암에 걸렸다.
2011년 현대차 아산공장에선 성희롱 피해 여성 노동자가 정신질환 산재 신청을 했지만, 회사는 “개인 문제”로 일축했다.
현대기아차는 산재 사고 시 CCTV 영인증·증거 인멸·유족 협박으로 책임을 회피한다. 2024년 11월 울산공장 사고 당시 회사는 “배기가스 유출 경고 시스템이 작동했을 것”이라 주장했지만, 해당 설비는 3년 전부터 고장 상태였다. 노동청 조사에서도 이 사실이 드러났으나, 대표이사는 기소되지 않았다. “사고 수습 비용이 법적 처벌보다 싸다”는 계산이 작동하는 구조다.
“자본의 횡포에 맞선 노동자의 함성이 필요”
김철중 산업안전전문가는 “현대기아차의 ‘위험 외주화’ 전략이 하청 노동자의 생명을 담보로 이뤄지고 있다”며 “법이 대기업의 방패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하청 구조에서는 원청이 안전 책임을 실질적으로 지지 않는 한, 산재는 줄어들지 않는다. 안전이 곧 경쟁력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계 관계자도 “법적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치면, 대기업 현장에서는 안전보다 생산성이 우선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국회가 실효성 있는 처벌과 현장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의 산업재해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 자본의 탐욕이 빚은 살인이다. 더 이상 ‘개인 실수’나 ‘불운’의 문제도 아니다. 구조적이고 반복적인 위험, 하청의 눈물, 직업병의 그늘을 걷어내지 않는 한, 또 다른 참사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50년간 388명이 죽은 현대중공업, 5년간 28명이 죽고, 2000명이 다친 현대기아차의 기록은 대한민국 노동사의 오욕이다.
‘갓생산직’의 진정한 의미는 안전한 일터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이제는 현대기아차 경영진과 우리 사회 모두가 직시해야 할 때다.
“위험은 하청에, 이익은 원청에”라는 구조를 뒤집지 않는 한 현대기아차의 공장은 계속 죽음의 컨베이어벨트로 돌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