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 작품이었구나.”
당대 톱스타였던 배우 이나영의 복귀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호기심이 먼저 일었다. 결혼 이후 오랜 시간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그녀의 선택이 어떤 이야기와 만났을지 궁금했다.
솔직히 말하면, CF 속 이미지로만 소비되던 그의 근황에는 거리감도 있었다. 그러나 다시 연기를 통해 마주한 이나영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훤칠한 체구와 또렷한 이목구비, 장면을 밀고 가는 딕션과 눈빛의 집중력까지. 시간의 공백이 무색할 만큼 안정적인 존재감을 보여준다. 함께 출연한 이청아, 정은채 역시 각자의 결이 분명한 배우들이지만, 초반부에서는 이나영의 아우라에 다소 가려지는 인상이다.
문제는 설정이다. 재벌가 후계자가 공익변호사 단체에 헌신한다는 서사는 이상적으로는 매력적이지만, 드라마적 설득력은 아직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 느낌이다. 세 명의 주인공이 각자의 사연을 품고 있고, N번방을 연상시키는 어두운 범죄 서사, 사회 지도층의 뒷배까지 겹겹이 얹히며 무게를 더하지만, 초반 전개는 다소 ‘가져올 수 있는 요소를 모두 끌어온’ 인상을 준다.
원작이 있는 작품임을 감안하더라도, <비밀의 숲>처럼 초반부터 밀도 높은 서사로 몰아붙이는 힘은 아직 체감되지 않는다. 3화까지 지켜본 현재로서는, 윤곽이 드러나며 판가름 나는 초반 관문에서 기대만큼의 흡입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물론 이야기는 이제 막 출발선에 섰다. 조금 더 지켜볼 여지는 남아 있다. 다만 ‘좋은 배우를 보는 즐거움’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2%의 아쉬움이 분명히 존재한다.
◆ 진짜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가능한가
다이너마이트로 거대한 부를 축적한 뒤 노벨상을 만든 알프레드 노벨, 막대한 부를 사회에 환원하며 공익재단을 운영하는 빌 게이츠. 해외에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사례를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다. 반면, 국내 현실에서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인물은 많지 않다.
물론 처음부터 선의를 품고 태어나 공익에만 헌신하는 ‘완벽한 지도층’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인 가정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대로 부와 영향력을 이어받은 이들이 사회적 책임을 삶의 기본값으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는 일은 여전히 드물다. 이 드라마 속 정은채의 캐릭터는 그런 이상형에 가까운 인물로 설정돼 있지만, 아직까지는 현실의 온도와 충분히 맞닿아 있다는 느낌을 주지는 못한다. 인물의 내면 서사가 더 쌓여야 공감의 지점도 함께 열릴 것이다.
◆ 가슴에 묻어야 할 일, 누구나 하나쯤은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는 말은 진부하지만, 그 진부함만큼 보편적인 진실이기도 하다. 어떤 이는 시간이 흐르며 그것을 꺼내놓고, 어떤 이는 끝내 묻은 채 살아간다. 그리고 대개, 감춰진 이야기는 언젠가 드러난다.
코칭 현장에서도 의도하지 않았지만, 상담 과정에서 고객이 자신의 이야기를 고해성사처럼 털어놓는 순간을 종종 마주한다. 말로 풀어내는 순간, 당사자는 묘한 해방감과 카타르시스를 경험한다. 이 드라마가 말하려는 핵심 역시 ‘정의’나 ‘복수’ 이전에, 각 인물들이 가슴 깊이 묻어온 서사를 어떻게 마주하고 풀어가는지에 닿아 있을 것이다.
‘아너(HONOR)’와 ‘오너(OWNER)’
한때 골프를 치며 무심코 “이번 홀은 보기 오너”라고 외쳤던 기억이 떠올랐다. 지금 생각하면 당연히 ‘아너’였겠지만, 그 어설픈 착각이 이 드라마의 제목과 겹쳐 떠오른다. 명예와 소유, 책임의 경계. 작품이 이 언어적 중첩을 어떤 서사로 확장해 나갈지 더 관람해 봐야지…(to be continued)
P.S. 정은채라는 배우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출연할 때부터 인상 깊게 지켜봤다. 자기만의 색과 리듬이 분명한 배우다. 이번 작품을 계기로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이후의 행보 역시 궁금해진다. 참 이 작품은 넷플도 디플도 아닌 쿠플에서 봤다.
* 칼럼니스트 ‘올림’은 건설, 자동차, 엔터테인먼트, 식음료, 소재·화학, IT, 패션 등 다양한 업계를 거쳐온 홍보전문가입니다. 인증코치이기도 한 그는 ‘영원한 현역’을 꿈꾸는 미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