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최근 과학자들이 아라비아 반도와 아프리카의 뿔(Horn of Africa) 지역에서 수컷 생식기가 상대 몸체 대비 전례 없는 비율로 큰 네 가지 새로운 타란툴라 종을 발견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기존에 알려진 모든 타란툴라와 확연히 구분되는 해부학적 특성으로 인해 완전히 새로운 속인 ‘사티렉스(Satyrex)’로 분류됐다. 해당 연구는 2025년 7월 국제학술지 ZooKeys에 발표됐으며, 진화생물학적 연구 방향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Satyrex: “생식기의 왕” 이름에 담긴 진화의 비밀
‘Satyrex’라는 속명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불균형적으로 큰 생식기로 유명한 ‘사티로스(satyr)’와 라틴어로 ‘왕’을 뜻하는 ‘rex’를 합성한 용어로, 이들의 독특한 생식기 형태를 상징한다. 투르쿠대학교의 진화생물학자 알리레자 자마니 박사(Dr. Alireza Zamani)는 “형태학적 특성과 분자유전학적 분석 모두 이들이 기존 타란툴라 속과 현저히 달라 새로운 속으로 분류하는 것이 학술적으로 타당하다”고 밝혔다.
기록적 비율, 4배 이상 길이의 촉수…수컷 생식기의 극한
타란툴라 수컷은 교미 시 사용하는 팔팁 형태의 촉수(palps)를 갖는데, 이번에 발견된 Satyrex 수컷의 촉수 길이는 등딱지 길이 대비 2.23배에서 최대 3.85배에 이른다.
New Atlas, Popsci, ZooKeys의 발표에 따르면, Satyrex ferox의 경우 다리 펼친 길이가 약 5.5인치(약 14cm)이며, 촉수 길이는 거의 2인치(5cm)로, 몸 앞부분 길이보다 약 4배가 넘는 것으로 기록됐다. 이는 지금까지 알려진 모든 타란툴라 중 가장 긴 촉수 길이로, 기존 타란툴라 촉수 길이 비율이 보통 1~1.5배인 점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이상적으로 긴 촉수는 교미 중 암컷의 공격으로부터 수컷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진화적 전략으로 추정된다. 공격적이고 때로는 상대를 잡아먹는 습성이 강한 암컷 타란툴라와의 거리유지를 가능케 해 생존률을 높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S. ferox는 위협 시 앞다리를 크게 들어 위협 자세를 취하며, 쉿쉿거리며 털을 비비는 특수 방어음도 낸다.
네 종의 다양성…지역명 따라 명명된 신종들
이번에 신속히 기술된 Satyrex 속 내 종은 총 4종으로, S. arabicus(아라비아), S. somalicus(소말리아), S. speciosus(화려한 외모를 지님), 그리고 S. ferox(라틴어로 ‘사나운’ 의미)다. 특히 Satyrex ferox는 공격성과 방어성이 강해 관찰자들에게 ‘포식자’라는 인상을 준다. 또한, 오래전 1903년 예멘에서 기술되었으나 이전에 Monocentropus 속으로 분류됐던 S. longimanus도 이번 연구 결과 새로운 속에 포함됐다.
진화생물학적 함의…극단적 성 선택과 적응의 현장
이번 연구는 성 선택과 생존 압력이 특정 해부학적 적응을 얼마나 극단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이정표다. 수컷 타란툴라가 극단적인 길이의 촉수를 발전시킨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암컷과의 교미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위험 최소화 전략’으로 풀이된다.
자마니 박사는 “타란툴라 세계에서 생식기 크기의 중요성은 단지 성적 매력이 아니라 생존과 직결되는 요소가 되었다”고 총평했다.
이번 발견은 아라비아 반도와 동아프리카에 걸친 타란툴라의 다양성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풍부하며, 아직도 전 세계적으로 미지의 대형 거미류가 다수 존재함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보존 생물학 및 생태계 연구에서도 새로운 방향성과 관심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