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전남 무안국제공항 1층 로비에 들어서면 하늘을 찌를 듯 수십 개의 여행용 가방이 탑처럼 쌓인 거대한 조형물이 시야를 압도한다.
이 작품의 제목은 ‘캐리어 179: 못다 한 여행의 기록’으로, 2024년 12월 29일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179명의 희생자를 상징한다. 철제 구조물 안팎을 빼곡히 메운 179개의 캐리어 위로 숫자 ‘179’가 선명하게 박혀 있고, 안내문에는 영어 부제 ‘Record of the Unfinished Journey(끝내 마치지 못한 여행의 기록)’가 적혀 있다.
조형물 앞 검은 안내판에는 “게이트를 지나 활주로로 향하던 179개의 여행 가방 행렬이 그날 공항의 벽 앞에서 멈춰 섰다”는 취지의 설명이 한국어와 영어로 병기돼 있다. 케이지 외곽은 파란색 띠로 여러 겹 감겨 있어 ‘묶여 있는 짐’이자 ‘멈춰 선 시간’을 암시한다. 2025년 12월 1주기 추모 기간에 맞춰 공항 1층 로비에 설치됐다.
주변 사람들은 “주인 잃은 신발이 길게 늘어서 있고, 그 옆으로 탑처럼 쌓인 여행가방 더미가 보는 이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고 묘사했다. 일부 유가족은 처음에는 캐리어 더미가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가, 작품 설명을 읽은 뒤 “우리 딸이 들고 갔던 가방과 비슷하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Record of the Unfinished Journey’라는 부제처럼 여행이 끝난 뒤에야 비로소 안전이 완성된다는 상식을 정면에서 되묻는다. 탑처럼 쌓인 캐리어 더미는 한때 누군가의 하루 일정을 채웠을 비행 스케줄표, 예약 문자, 여행 계획서를 연상시키지만, 그 계획이 어느 지점에서 끊겼는지, 왜 끊겨야 했는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재난 연구자들은 대형 참사 이후 조성되는 추모 공간이 “슬픔을 치유하는 동시에, 사회가 어떤 변화를 선택했는지를 기록하는 아카이브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무안공항의 ‘캐리어 179’ 역시, 179개의 가방에 각기 다른 생애 궤적을 상정하게 함으로써, 숫자에 묻힌 개별 인간의 얼굴을 다시 호출한다.
지금 이 조형물이 서 있는 무안공항은 상업 운항이 중단된 채, 한편으로는 텅 빈 활주로, 다른 한편으로는 빽빽이 쌓인 캐리어가 공존하는 이례적인 공항이 됐다. 비행이 사라진 공항에서, 사람 대신 캐리어가 출발과 도착의 서사를 대신 말하고 있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