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시민 기자] 중국 항저우에서 인천으로 향하던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 CA139편 여객기가 기내 수하물에 실린 리튬배터리 발화로 인해 상하이 푸둥국제공항에 비상 착륙했다. 사고는 2025년 10월 18일 오전 9시 47분 항저우 샤오산국제공항을 이륙한 지 약 1시간 18분 후 발생했으며, 항공기는 오전 11시 5분께 안전하게 착륙했다.
18일 중국국제항공과 극목신문 등 중국 매체들 보도에 따르면,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승무원들이 신속히 대응해 화재를 진압했다. 이후 항공사는 대체 항공기를 투입해 오후 3시 3분 상하이를 재출발, 오후 5시 34분 인천국제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사고 원인과 승객 대응
사고 원인은 승객의 수하물에 실린 리튬배터리의 자연 발화로 확인됐다. 중국국제항공은 공식 성명을 통해 “한 여행객이 수하물 칸에 실은 수하물 내 리튬배터리가 자연 발화했다”며 “승무원들이 절차에 따라 즉시 처치해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영상에는 기내 수하물 선반에서 불길이 치솟는 장면과 승객들이 비명을 지르는 모습이 담겨 있으며, 승무원들이 소화기를 들고 신속히 대응하는 장면도 확인된다. 한 탑승객은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불이 난 보조배터리의 소지자인 한국인 승객은 비상착륙 후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았으며, 다음 날인 10월 19일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는 보조배터리가 내장된 휴대용 전자기기 외에도, 별도의 보조배터리 자체가 화재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사례로, 전문가들은 승객의 안전 의식 제고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중국의 보조배터리 규제 강화
중국 당국은 최근 보조배터리로 인한 항공기 내 화재 사고가 잇따르자, 2025년 6월 28일부터 자국 안전인증인 ‘3C’ 마크가 없는 리튬배터리의 중국 국내선 기내 반입을 전면 금지했다.
이 조치는 품질이 검증되지 않은 저가 보조배터리의 위험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로모스(Romoss)와 앵커(Anker) 등 주요 제조업체들이 과열 및 발화 문제로 대규모 리콜을 실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국제선 항공편에서도 동일한 위험이 존재함을 보여주며, 국제적인 안전 기준 강화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글로벌 리튬배터리 항공 사고 증가 추세
국제적으로 리튬배터리 관련 항공기 사고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 항공사에서 보고된 리튬배터리 관련 사고 건수는 2020년 39건에서 2024년 78건으로, 5년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5년 이후 발생한 사고는 총 587건에 달하며, 평균적으로 주당 2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이 중 230건은 충전식 보조배터리에서, 124건은 전자담배, 84건은 휴대폰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제 항공 안전 기준과 향후 과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리튬배터리를 ‘항공 위험물’로 분류하고 있으며, 160와트시(Wh) 이상의 배터리는 기내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승객이 배터리를 직접 소지하고 기내에 반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충전 상태나 사용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통제 규정은 미흡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항공사가 비행 전 안내 방송에서 리튬배터리의 위험성을 보다 명확히 강조하고, 승무원 대응 매뉴얼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