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신축 아파트에서 비둘기가 들어와 둥지를 틀고, 심지어 새끼까지 낳는 ‘도시 생태계 이상 신호’가 현실이 됐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진짜 새 아파트”란 제목의 게시글과 사진이 화제다. 사진에는 욕실 천장에 들어온 비둘기와, 스프링클러 배관 틈에 둥지 서식지로 삼은 어린 새끼 비둘기가 포착됐다.
댓글 창엔 “샷시 달기 전 들어와서 둥지 틀고 새끼 낳은 듯 하다”, “새들도 집값 비싸서 무허가 입주했나 보다” 등 도시민의 씁쓸한 농담과 함께, “아파트 건립 과정의 틈새가 새들의 새로운 서식지로 변모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도심 속 비둘기, 어디까지 적응했나?
비둘기는 대표적인 도시 적응종으로 꼽힌다. 2025년 기준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비둘기 밀도는 1제곱킬로미터 당 최대 500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한국조류학회 조사에서 파악됐다. 유럽, 북미 주요 도시 역시 비둘기가 에어컨 실외기, 빌딩 틈새, 아파트 베란다 등 다양한 틈을 활용해 둥지를 트는 사례가 해마다 늘고 있다.

비둘기의 번식 습성은 도심 적응에 최적화되어 있다. 한 쌍이 1년에 평균 6~8회의 번식을 한다는 해외 학계 발표도 있다. 알에서 깨어난 새끼는 처음 3일은 부모의 ‘비둘기 밀크’로 영양을 얻고, 4~10일은 빠르게 성장을 거듭해 솜털에서 깃털로 변화한다.
도심 둥지, 임시 서식지? 상시 번식지!
3~4주면 둥지를 떠날 정도로 성장하므로, 촘촘한 틈과 은신처가 다양한 아파트 내부는 매우 매력적인 번식 환경으로 기능한다. 특히 서울 등 신축 아파트의 복잡한 설비구조가 비둘기 등 조류의 새로운 둥지 장소가 될 수 있음을 외국 보고서와 논문도 입증한다.
도심 아파트에 깃든 비둘기와 그 새끼는, 우리가 얼마나 빠르게 변하는 도시 생태계의 일부가 되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주거 공간 설계·관리에서 환경과 인간, 그리고 야생동물의 조화로운 공존을 위한 새로운 해답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