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시민 기자]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서 베트남항공 소속 여객기 두 대가 활주로에서 충돌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뉴욕포스트, Vietnam.vn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조종사 4명이 직무 정지되고, 베트남 민간항공청(CAAV)과 항공사가 독립 조사팀을 꾸려 원인 규명에 착수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항공기 두 대가 심각하게 파손되고 공항 운영에도 일시적 차질이 빚어지면서 아시아 항공안전 관리체계에 대한 경각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활주로에서 ‘칼로 자르듯’ 충돌
사고는 2025년 6월 27일 오후 2시(현지시간)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서 발생했다. 호치민행 VN7205편(보잉 787, 기체번호 VN-A863)이 이륙을 위해 활주로를 주행하던 중, 디엔비엔행 VN1804편(에어버스 A321, 기체번호 VN-A338)과 충돌했다. 당시 A321기는 출발을 대기하며 활주로 인근에 정차해 있었다.
현장 승객이 촬영한 8초 분량의 영상에는 보잉 787의 오른쪽 날개가 에어버스 A321의 꼬리 부분을 수평으로 자르듯 파고드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충돌 후에도 보잉 787기는 멈추지 않고 이동을 계속했고, 에어버스의 꼬리 수직안정판이 절반 가까이 잘려나갔다.
이 사고로 보잉 787은 오른쪽 날개 끝이, 에어버스 A321은 꼬리 수직안정판이 크게 손상됐다. 두 항공기에는 총 386명이 탑승 중이었으나, 모두 대체 항공편으로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했다. 부상자는 없었다.
에어버스 기체 ‘지정 정지선 이탈’ 가능성
베트남 민간항공청과 항공사가 진행 중인 예비 조사에 따르면, 에어버스 A321 기체가 활주로 내 지정된 정지 지점(S3 택시웨이 홀드포인트)을 벗어나 정차한 것이 사고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현지 언론과 베트남 민간항공국 보고에 따르면, 에어버스 항공기가 활주로 11R/29L 교차 구간에서 잘못된 위치에 정차해 있었고, 이로 인해 보잉 787이 정상적으로 활주로를 주행하다 충돌한 것으로 보인다. 조종사 과실 외에도 관제 지시, 공항 내 유도 표지, 통신 혼선 등 복합적 요인도 추가 조사 대상이다.

조종사 4명 직무정지·독립 조사팀 구성
베트남항공은 사고 직후 두 항공기 조종사 팀(기장·부기장 각 2명, 총 4명)을 직무에서 배제했다. 이 조치는 사고 원인이 명확해질 때까지 유지된다. 항공사는 베트남 민간항공청(CAAV)과 협력해 사고 경위 규명을 위한 독립 조사팀을 구성했으며, 양 기관이 병행 조사에 나섰다.
베트남 민간항공청은 이번 사고를 항공안전 5단계 중 ‘레벨 B(Level B)’ 중대한 사고로 분류했다. 이는 활주로나 유도로, 심지어 공항 전체 운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심각한 안전 위반 사항으로 간주된다.
현장 상황 및 파장
두 기체는 즉시 운항이 중단됐고, 기술적 점검과 수리를 위해 정비장으로 이동됐다. 사고 직후 활주로와 유도로 일부가 일시 폐쇄됐으며, 현장 정리와 조사로 공항 운영에 일시적 차질이 발생했다.
다행히 탑승객 386명 전원은 대체 항공편으로 안전하게 이동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는 점이 다행으로 평가된다.
국제적 시사점과 항공안전 과제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항공기 이동 경로 관리, 정지선 준수, 관제와 조종사 간 통신 등 기본 안전수칙 준수의 중요성”을 일깨운다고 지적한다. 미국, 유럽 등 항공 선진국에서는 지상 이동 중 항공기 간 충돌을 막기 위해 첨단 관제 시스템, 지상 감시 레이더, 자동 경보장치 등을 도입하고 있다.
베트남을 포함한 아시아 신흥국 공항들도 항공수요 급증과 함께 지상 안전관리 시스템 고도화, 조종사·관제사 교육 강화, 표준운영절차(SOP) 준수 등 안전 체계 전반의 재점검이 불가피해졌다.
아시아 항공안전 체계의 신뢰도 제고를 위해, 현장 관리와 기술적 투자, 인력 교육 등 다각적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