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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

[우주칼럼] “레오노프의 12분, 우주정거장의 7시간”…61년 전과 2026 NASA 우주유영(EVA)의 역사적 조우

 

[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1965년 3월 18일,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발사된 보스호드 2호(Voskhod 2) 우주선 안에서 소련 우주비행사 알렉세이 레오노프는 팽창식 에어록을 건너 진공으로 한 걸음을 내디뎠다. 이후 12분 9초간의 자유부유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인간이 우주선을 벗어나 ‘열린 공간’에서 직접 작업한다는 개념 자체를 탄생시킨 사건이다.

 

nasa, newscientist, phys.org, smithsonianmag에 따르면, 61년이 지난 2026년 3월 18일, 레오노프의 첫 우주유영 기념일과 같은 날, 미국 항공우주국(NASA) 우주비행사 제시카 메이어와 크리스 윌리엄스가 국제우주정거장(ISS) 바깥에서 약 7시간 동안의 우주유영을 수행하며, 레오노프의 유산을 ‘실질적 발전’으로 확장했다.

 

1965년 레오노프의 첫 우주유영: “12분 9초”의 위험한 돌파


1965년 3월 18일, 레오노프는 선장 파벨 벨랴예프와 함께 보스호드 2호에서 지구 궤도에 진입한 뒤, 모스크바 시간 오전 11시 35분경 에어록을 통해 우주선 밖으로 나갔다. 그는 4.8~5.35m 길이의 테더로 우주선에 연결된 상태에서 12분 9초간 자유부유를 이어갔으며, 국제항공연맹(FAI)은 이 시간을 “Extravehicular duration in space” 부문의 세계 기록으로 공식 인정했다.

 

당시 레오노프가 착용한 ‘베르쿠트(Berkut)’ 우주복은 지상 대기압에서 설계된 소련 Vostok·Sokol 시리즈를 변형한 것으로, 내부 압력을 40.6 kPa(약 5.89 psi) 또는 27.4 kPa(약 3.97 psi)로 설정할 수 있는 구조였다.

 

하지만 우주의 진공 상태에서 우주복은 설계치를 넘어서 부풀어 올라, 관절이 거의 굳어지는 수준으로 뻣뻣해졌고, 직경 3.9피트(약 1.19m) 크기 에어록으로의 복귀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이에 레오노프는 안전 기준을 넘는 범위까지 내부 압력을 낮추는 방식으로 우주복을 ‘압축’해 역으로 몸을 들어가면서, 머리부터 에어록을 통과하는 방식으로 규정을 위반해 복귀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감압증(가스기포혈증) 위험을 감수했고, 이후 인터뷰에서 “체온이 30분 내에 평균 이상으로 급상승했고, 우주복 안에서 땀이 물처럼 흔들렸다”고 회고했다.

 

레오노프의 12분 9초는 단순히 기록이 아니라, ‘인간의 육체’와 ‘우주복·우주환경’의 상호작용을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시험한 사건이었다. 이 경험은 이후 미국의 캐스케이드형 EVA(우주 유영) 설계와 우주복 압력·운동·열조절 시스템에 대한 개선 요구를 촉발했다.

 

우주선 재진입·착륙 실패…1000km 떨어진 시베리아 타이가에 착륙

 

레오노프의 12분 9초는 우주선 내부에서도 녹록지 않았다. 보스호드 2호는 자동 착륙 시스템이 고장 나면서, 벨랴예프가 역사상 처음으로 수동 재진입을 수행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우주선은 예상 착륙 지점에서 약 1000km 떨어진 얼어붙은 시베리아 타이가에 착륙했고, 두 우주비행사는 구조대가 도착하기까지 이틀을 겨울 숲 속에서 버텨야 했다.

 

이 모든 사건은 1960년대 소련의 “우주 경쟁 속 기술적 피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당시 소련은 달 로켓 개발과 Voskhod 시리즈, Soyuz 초기 설계 등 여러 프로그램을 병렬적으로 추진하며, 안전장치와 시스템 검증을 희생한 채 단기 성과를 노린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레오노프 사건 이후 소련은 이후 우주선 설계와 EVA 절차에 제한적이나마 개선을 가했으며, 1975년 ‘아폴로–소유즈 테스트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과의 협력·통합 설계를 시도했다.

 

2026년 3월 18일 NASA 첫 우주유영…61년 전 역사와의 오버랩

 

2026년 3월 18일, 같은 날짜를 기준으로 NASA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미국 우주유영 94번(U.S. EVA 94)’을 수행했다. 우주비행사 제시카 메이어와 크리스 윌리엄스가 퀘스트 에어록을 통해 우주정거장 바깥으로 나가, 8시 52분(EDT) 시작해 15시 54분(EDT) 종료까지 약 7시간 2분 동안의 작업을 진행했다. 이 우주유영은 2026년 첫 번째 NASA 우주유영이자, 윌리엄스에게는 첫 우주유영, 메이어에게는 네 번째 우주유영이었다.

 

메이어와 윌리엄스의 주요 임무는 ISS의 2A 전원 채널을 준비해, 향후 설치될 ‘국제우주정거장 롤아웃형 태양전지판(IROSA, International Space Station Roll-Out Solar Arrays)’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이들은 우주정거장 왼쪽(포트 측) 트러스 구조에 태양전지판 지지대 모듈을 조립·설치하고, 전원 채널 케이블을 정리해, 추가 롤아웃형 태양전지판이 설치될 때 전력 공급 능력을 10~30%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구조를 확보했다. NASA는 이 작업이 “ISS의 핵심 시스템과 안전·통제된 해체(controlled deorbit)를 지원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1965년 레오노프의 우주유영은 ‘생존’과 ‘기술 검증’에 초점이 있었다면, 2026년 메이어·윌리엄스의 우주유영은 ‘정밀 설치·전력·운영 효율’을 위해 설계된 고도화된 프로세스로 전환되었다는 점에서, 인간 EVA의 성장 궤적을 보여준다.

 

“침묵의 고요함”에서 “전력망 구축”으로: 레오노프 유산의 현대적 의미


2019년 85세로 세상을 떠난 레오노프는 인생 후반 인터뷰에서 “우주에서 느낀 엄청난 고요함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고요함은 단순한 감성적 묘사가 아니라, 우주유영 이후 인류가 수십만 회의 EVA를 수행하면서도 “우주를 걸을 때 인간이 느끼는 고립감과 공감각”을 상징하는 기준점으로 남았다.

 

반면 2026년 3월 18일의 우주유영은, 레오노프의 12분 9초가 남긴 ‘기술적 유산’을 가장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장면으로 읽힌다. ISS는 현재 8개의 주요 태양전지판을 통해 약 120kW 수준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으며, IROSA는 1개당 약 20kW 추가 전력을 목표로 설계됐다. 이는 결국 ISS의 운용 수명 연장, 더 많은 과학 실험, 그리고 향후 ‘안전한 통제 해체’를 위한 전력·통신·추진 시스템 지원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두 사건은 같은 날짜를 공유하지만, 다른 차원에서 의미를 완성한다. 한쪽은 “인간의 열정이 기술적 한계를 헤치는 순간”을 보여주고, 다른 쪽은 그 열정이 쌓인 61년의 기술·시스템·운영 노하우를 “실제 전력 인프라로 구현하는 순간”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ISS 외벽에서 일하는 우주비행사들의 모습을 보는 순간, 그들의 뒤에는 레오노프가 팽창된 우주복을 풀고, 1000km 밖의 시베리아에 앉아 기다리던 12분의 그림자가 함께 서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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