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조일섭 기자]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2025년 들어서만 미국, 중국, 일본을 잇따라 방문하며 글로벌 경영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외부에 공개된 해외 일정만 네 차례에 달하며, 이 회장은 “여러 일정 하느라 피곤하다”는 소회를 밝힐 정도로 숨가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美 ‘선밸리 콘퍼런스’서 글로벌 IT 거물들과 교류
이 회장은 7월 9일부터 13일까지 미국 아이다호주에서 열린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이 행사는 ‘억만장자들의 여름 캠프’로 불리며, 아마존의 앤디 제시 CEO, 제프 베이조스 창업자,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애플의 팀 쿡,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오픈AI의 샘 올트먼 등 글로벌 IT·미디어·금융계 거물 1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재용 회장은 사실상 유일한 한국인 초청자로, 삼성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AI 반도체, 차세대 통신, 전장(자동차 전자장비) 등 미래 먹거리 사업에 대한 글로벌 협력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전자는 최근 AI 반도체 시장에서 HBM(고대역폭 메모리)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글로벌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中 시진핑 주석과 회동…BYD·샤오미 등 현지 기업과 협력 논의
3월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공상계 대표 회견’에 참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글로벌 CEO 20여 명과 함께 면담했다. 이 회장은 BMW, 메르세데스-벤츠, 퀄컴 등 글로벌 리더들과 함께 중국 내수 시장 및 첨단산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과 전기차 공장을 방문하고,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 BYD 본사에서 왕촨푸 회장과 면담하는 등 현지 기업과의 협력에도 힘썼다.
이 회장의 BYD 방문 직후, 삼성전기는 BYD에 자동차 전장용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공급을 시작했다. 계약 규모는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수천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이재용 회장의 ‘현장 세일즈’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진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日 오사카 엑스포 ‘한국의 날’ 참석…소프트뱅크 손정의와 협력 가능성
5월에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2025 오사카·간사이 만국박람회’(오사카 엑스포) ‘한국의 날’ 행사에 참석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4월에도 일본을 방문, 한 달 만에 다시 일본을 찾으며 일본 재계와의 네트워크를 강화했다.
특히, 이번 출장에서는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과의 회동 가능성이 주목받았다. 앞서 2월에는 오픈AI 샘 올트먼 CEO와 손정의 회장과 함께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회동을 가진 바 있다. 삼성은 일본 NTT도코모와 차세대 통신 AI 기술 협력 MOU를 체결하는 등 일본 내 미래 먹거리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25년 상반기만 ‘지구 한 바퀴’…30여건 현장 일정, 미래 먹거리 집중
이재용 회장은 올해 상반기에만 미국 동서부, 유럽, 동남아 등 전 세계를 누비며 30여건의 현장 일정을 소화했다. AI·반도체·배터리 등 삼성의 핵심 사업 파트너사와의 협력 논의가 주요 목적이었다.
특히, 6월 미국 출장에서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앤디 제시 아마존 CEO,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 등과 연쇄 미팅을 갖고 AI·반도체·차세대 통신칩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독일 자이스와 ASML CEO와의 만남에서는 반도체 장비 기술 로드맵을 공유하며, 5년 뒤를 내다보는 중장기 협력도 추진 중이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삼성SDI 배터리 공장을 찾아 임직원을 격려하는 등 현장 경영을 강화했다.

삼성의 미래 먹거리, AI·반도체·로봇·6G 등 ‘초격차’ 전략
이재용 회장은 “새로운 기술 확보에 우리 생존과 미래가 달렸다”며, AI 반도체, 바이오, 로봇, 6G 등 미래 신사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와 R&D를 강조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NTT 도코모와 6G·AI 융합 기술 연구에 나섰으며, 차세대 지능형 로봇 개발도 직접 주문했다. 삼성전자는 2025년 1분기 R&D 투자액만 6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재용 회장의 글로벌 현장 경영은 삼성의 미래 먹거리 확보와 초격차 전략의 일환으로, 실제 수천억 원대의 대형 계약, 글로벌 CEO 네트워크 강화 등 구체적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하반기에도 이 회장의 ‘글로벌 세일즈’ 행보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