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최근 관악산 연주대에 몰린 ‘등산 인파’는 한 역술가의 TV 발언과 이를 증폭한 플랫폼 알고리즘, 그리고 불안한 청년·직장인 정서가 결합해 만들어낸 전형적인 ‘미디어발(發) 미신 콘텐츠 붐’으로 읽힌다.
역술가 한마디, 어떻게 ‘관악산 대란’이 됐나
TV 퀴즈·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유명 역술가는 “관악산은 화기가 있고 정기가 강해 좋은 영향력을 주는 곳이며, 운이 풀리지 않으면 연주대에 가보라”는 발언을 내놨다. 이 멘트가 방송을 탄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관악산 기운 좋다’, ‘운 안 풀리면 관악산 가라’는 식의 짧은 클립과 게시물이 빠르게 재가공돼 확산됐다.
실제로 방송 이후 주말 관악산 연주대 일대에는 정상석 인증 사진을 찍기 위한 대기 줄이 “80m 이상”에서 “100m가 넘는 줄”로 관측될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현장 취재 기사에는 “정상까지 웨이팅 1시간”,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정상석 사진을 못 찍고 내려왔다”는 등산객 증언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데이터가 보여준 ‘관악산 효과’: 검색지수 4~5배 점프
이번 현상은 체감 붐 수준을 넘어, 검색·SNS 데이터에서 뚜렷한 ‘스파이크’로 확인된다. 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의 블로그 언급량에서도 관악산 관련 블로그 언급이 방송 직후 2주 만에 15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네이버 검색 지수(상대지수)도 2026년 2월 한 달 내내 ‘관악산’ 검색 지수는 18~24 구간에서 횡보했지만, 방송 이후 일주일 만에 최고점인 100을 기록했다. 네이버 검색 지수는 특정 기간 내 최대 검색량을 100으로 두고 나머지를 상대값으로 환산하는 구조여서, 절대 검색량을 알 수 없다는 점은 유의가 필요하다. 구글 트렌드에서도 국내 ‘관악산’ 검색 관심도 역시 전년 2월 27 수준에서 올해 2월 22일 100으로 급등한 것으로 소개됐다.
즉 역술가 발언과 방송 노출 이후 불과 1~2주 사이 관악산 관련 검색·언급 지표는 이전 대비 2~4배, 전년 동기 대비로는 4~5배 수준의 급격한 상대적 상승을 기록했다.
MZ가 줄 세운 ‘연주대 정상석’, 이미 존재한 명소 위에 올라탄 미디어
서울시는 이미 2023년 자료에서 관악산 연주대를 “629m 정상 표지석 인증샷을 기다리는 젊은 등산객들이 모이는 명소"로 소개한 바 있다. 연주대 정상석 자체는 MZ세대의 사진·SNS 문화와 결합한 ‘인증 성지’로 어느 정도 축적된 인지도를 갖고 있었고, 미디어가 던진 역술·풍수 서사가 여기에 덧입혀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관악산은 서울 도심과 가깝고, 사당역·서울대입구역 등 대중교통 접근성이 높아 “사당역 – 일주문 – 국기봉 – 연주대 – 서울대 방면 하산” 코스가 이미 대중적인 주말 산행 루트로 자리 잡아 있다. 629m라는 비교적 부담 없는 고도에, 서울 도심 조망과 정상석 인증샷이라는 ‘보상 구조’가 미디어가 만들어낸 신규 상징과 결합하면서, 산 자체가 ‘운세 체험형 콘텐츠 공간’으로 재포장된 셈이다.
미신인가, 콘텐츠인가…‘디지털 역술 시장’과 관악산 붐
이번 관악산 열풍은 한국에서 역술·타로·사주의 성격이 ‘믿음’에서 ‘놀이·심리 위안 콘텐츠’로 이동하는 흐름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의 온라인 역술·타로·심리 상담 시장이 불확실성 확대와 함께 성장하고 있으며, 유튜브·모바일 앱·메신저를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가 늘고 있다. 카카오톡에서는 ‘사주’, ‘운세’ 관련 오픈채팅과 채널이 수백개 검색되고, 유튜브에는 수십만 구독자를 가진 타로·무속 채널들이 누적 수천만뷰를 기록하며, 젊은 세대의 ‘놀이로서의 소비'를 이끌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역술가의 관악산 발언은 단순한 “미신 권유”가 아니라, 이미 거대한 디지털 역술·불안 산업 위에서 움직이는 하나의 ‘오프라인 확장형 이벤트’에 가깝다. TV 클립, 유튜브 브이로그, 인스타그램 릴스로 이어지는 2차·3차 콘텐츠 생산 구조 속에서 ‘운이 안 풀리면 관악산 연주대 가라’는 문장은 일종의 짧은 해시태그 문구처럼 소비된다.
‘미디어-미신-관광’의 삼각 구조, 어디까지 갈까
관악산 사례는 미신이 ‘정책·종교’의 영역이 아니라, 플랫폼 기반 관광·콘텐츠 산업과 교차하면서 만들어내는 새로운 유형의 군중 이동 패턴을 보여준다. 다만 관악산이 실제로 “운을 풀어주는 산”인지에 대해서는, 풍수 전문가조차 “기운이 좋다”고 평가하면서도 과도한 기대나 맹신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관악산 대란’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미디어와 플랫폼, 그리고 불안을 소비하는 대중이 합작해 만들어낸 거대한 집단 심리 실험에 가깝다.
해외 유사 사례…일본 ‘파워스폿’ 미디어 노출 후 관광객 7배 폭증
이는 한국, 서울만의 트렌드는 아니다. 관악산 외에 ‘두퀸쿠’(인천 두퀸산)나 ‘제2의 두퀸쿠’로 불린 일부 산이 TV·SNS 미디어 노출 후 단기 인파 급증을 겪었으나, 관악산만큼 검색 지수 100 돌파나 100m 대기줄 규모의 대형 붐은 아니었다.
일본의 ‘파워스폿’(영적 에너지 장소) 현상은 관악산과 가장 유사한 해외 사례로, 미디어·SNS가 촉발한 군중 이동을 보여준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홋카이도 삿포로 모에레누마 공원 등 파워스폿은 코로나 이전부터 인기였으나, 2023년 한국인 관광객이 전년 대비 7배 증가한 46만7000명으로 1위를 차지하며 전체 외국인 161만명(전년 대비 7배)을 기록했다.
이 붐은 SNS 해시태그(#파워스폿)와 TV 여행 프로그램 노출 후 검색량 급증과 연동되며, 관악산의 네이버 지수 100 돌파 패턴과 유사하다. 일본 전국 파워스폿(약 100곳)은 연간 수천만 관광객을 유치하며, 미디어 한 방으로 단기 2~7배 방문객 증가를 반복하는 구조를 보인다.
미국 세도나, 에너지 보텍스로 연 400만 관광…프랑스 루르드, 연 350만 방문 기독교 순례지
미국 애리조나 세도나는 ‘에너지 보텍스’(vortex, 15곳 중 4대 주요 지점)로 유명한 글로벌 영성 성지로, 관악산과 달리 상시적 대형 관광지다. 포브스와 LA타임스에 따르면, 세도나는 연간 400만명의 관광객을 끌어모으며, 뉴에이지 힐러·사이킥·명상객이 주를 이룬다. Cathedral Rock 등 보텍스는 ‘감정 치유 에너지’로 마케팅되며, 인플루언서 이벤트(예: Chevrolet EV 시승)가 SNS 콘텐츠를 통해 방문객을 증폭시킨다.
프랑스 루르드 성모발현지는 기독교 순례지로, 연간 350만명 방문객을 기록하는 세계 최대 성지 중 하나다. BBC와 Statista 데이터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중 오프라인 방문 감소에도 온라인 e-순례(루르드 TV·KTO 채널)가 하루 100만에서 500만 명으로 5배 증가, 소셜미디어 팔로워 40% 상승을 이뤘다. 2021년 ‘Lourdes United’ 이벤트는 8000만뷰를 돌파하며, 10개국어 생중계로 글로벌 확산됐다.
루르드의 경우 미신·영성 콘텐츠가 종교적 믿음과 결합해 헌금·기도 5배 증가를 유발했으며, 관악산처럼 ‘치유·희망’ 서사가 플랫폼을 통해 재생산되는 패턴을 공유한다.
사회심리학 전문가들은 "MZ를 비롯해 현대인들의 불안 심리, 운세·명상 순례자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한 사례다. 국내가 미디어 한 방으로 폭증을 보였지만, 해외 사례는 전통·인프라가 더 강해 지속성이 높다"면서 "전반적으로 ‘미디어-믿음-콘텐츠’ 삼각이 불확실성 시대에 군중을 모으는 보편 패턴으로 작동한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