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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건축

[지구칼럼] 피라미드에 숨겨진 모서리 경사로…4500년 난제에 수치로 답하다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고대 이집트 쿠푸 왕의 대피라미드가 ‘외부에 보이지 않는 모서리 일체형 경사로(Integrated Edge-Ramp·IER)’를 통해 건설됐다는 정교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가 나왔다. 단순 아이디어 차원을 넘어, 분 단위 물류 throughput·구조 안전성·건설 기간을 모두 수치로 검증한 첫 통합 모형이라는 점에서 고고학계와 엔지니어링 커뮤니티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경사로는 어디 있었나…‘모서리 속 나선형 통로’ 가설

 

youtube, instagram, huggingface에 따르면, 이번 연구의 핵심은 경사로의 위치를 피라미드 ‘바깥’이 아닌 ‘모서리 내부’로 끌어들인 IER(Integrated Edge-Ramp) 모델이다. 비센테 루이스 로셀 로이그(Vicente Luis Rosell Roig)는 피라미드를 쌓아 올릴 때 외곽 가장자리 석재 단(퍼리미터 코스) 일부를 의도적으로 비워, 모서리를 따라 나선형으로 올라가는 연속 통로를 만들었을 것이라고 제안한다. 이 통로를 통해 최대 15톤에 이르는 석회암 블록을 상부로 끌어올리고, 공사가 진행됨에 따라 빈 공간을 다시 돌로 메워 흔적을 감춘 ‘내장형 인프라’라는 시나리오다.

 

이는 수십 년간 논쟁을 이어온 두 가지 기존 가설의 약점을 동시에 겨냥한다. 하나는 피라미드보다 더 거대한 외부 흙·석재 경사로를 상정해 막대한 토공량과 사라진 흔적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 다른 하나는 내부 나선형 경사로를 가정했으나 뮤온 영상 등 최신 조사에서 연속된 내부 경사로 구조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한계다. 로이그의 IER는 “외부 흔적을 남기지 않으면서, 내부에 대규모 빈 공간을 만들 필요도 없는” 제3의 경로를 수학적으로 구성해낸 셈이다.

 

4~6분마다 블록 한 개…수치가 말하는 ‘27년의 현실성’


이번 연구의 강점은 가설을 정교한 수치 모델로 끝까지 밀어붙였다는 데 있다. 로이그는 파라메트릭 기하학(피라미드와 경사로의 3D 형상 정의), 이산 사건 물류 시뮬레이션(블록 이동·대기·충돌 최소화), 단계별 유한요소해석(FEA·경사로 통로가 자중과 하중을 버티는지 검증)을 하나의 계산 파이프라인에 통합해, 블록 하나하나의 이동과 구조 안전성을 동시에 계산했다.

 

쿠푸 대피라미드의 석재 블록은 통상 230만개, 개별 중량 2.5톤 안팎, 최대 15톤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와디 알-자르프(Wadi al-Jarf) 파피루스가 전하는 쿠푸 재위 기간(약 27년)이라는 사료를 겹쳐 보면, ‘20~27년 안에 230만개 블록을 올릴 수 있는가’라는 문제는 사실상 생산·물류 최적화 문제로 귀결된다. IER 모델은 4~6분당 블록 한 개라는 throughput이 이 조건을 충족한다는 점을 수치로 보여준 첫 사례다.

 

하부 넓은 단(테라스) 구간에서는 최대 네 개의 경사로를 병렬 운용해 가로 방향 분배 물량을 처리하고, 상부로 갈수록 피라미드가 좁아짐에 따라 램프 수를 줄이는 ‘적응형 멀티 램프 전략’도 제시됐다. 이는 공정 초기에 최대 물량을 처리하고, 구조물이 올라갈수록 자연스럽게 병목을 줄이는 동적 캐퍼시티 조정과 유사한 로직이다.

 

현대 과학이 포착한 흔적과 맞물리다


이번 모델이 단순 이론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ScanPyramids 프로젝트 등 현대 과학이 포착한 일부 이상징후와 기하학적으로 맞물린다는 점이다. 뮤온 입자 영상과 마이크로중력 측정 등으로 대피라미드 내부에서 발견된 일부 숨겨진 공극(빈 공간)의 위치·형상이 IER가 예측하는 모서리 통로의 경로와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남동 모서리 부근의 마모·손상 패턴이, 시뮬레이션 상 가장 집중적인 블록 트래픽이 집중되는 구간과 겹친다는 점이 주목된다.

 

또 하나의 난제로 여겨졌던 왕의 방 상부 화강암 들보(한 개당 50~80톤급)의 운반 문제에 대해서도, IER 모델은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연구에 따르면 피라미드 하부의 넓은 테라스에서 짧고 재사용 가능한 보조 경사로를 구축하고, 나무 볼라드(기둥)를 이용한 캡스턴 방식 제어로 대형 화강암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리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고 본다. 이 경우 일반 석회암 블록 운반 흐름과 병행 운용이 가능해, 전체 공정 지연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러한 공법은 하트눕(Hatnub) 채석장과 신키(Sinki) 피라미드에서 관찰된, 바위에 직접 경사로와 말뚝 구멍을 파 경사로 하중을 분산한 사례와도 기술적 연속성을 공유한다. 즉 IER는 ‘완전히 새로운 기법’이라기보다는, 이미 알려진 고대 이집트의 현장 토목 기술을 대피라미드 규모로 확장·통합한 추정에 가깝다.

 

‘검증 가능한 가설’로 승부…여전히 남은 쟁점들


로이그의 연구가 기존 수많은 피라미드 가설과 다른 지점은 스스로를 ‘반증 가능한 모델’로 설계했다는 점이다. 또한 연구자는 코드와 데이터셋을 공개해 다른 연구자들이 동일 프레임워크로 기존 외부 경사로, 내부 나선 경사로, 혼합형 모델 등을 동일 조건에서 비교·평가할 수 있도록 했다. 피라미드 건설 문제를 “정성적 추정의 영역”에서 “수치 모델 간 경쟁과 교차검증의 영역”으로 옮겼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의 학문사적 의미도 적지 않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아직까지 IER 모델이 제시하는 경사로 흔적을 정면으로 지지하는 ‘직접 증거’는 부족하며, 일부 고고학자들은 모서리 구조를 그렇게까지 비워도 구조적 안전성이 확보됐는지에 대해 보수적 시각을 유지한다. 시뮬레이션이 암석의 이질성, 시공 중 미세한 오차, 노동력 조직과 사회·정치적 변수까지 온전히 반영할 수 없다는 점 역시 여전한 한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ER는 “4500년 난제”를 ‘분 단위 헤드웨이’와 ‘연 단위 공기’로 환산해 검증 가능한 숫자의 언어로 옮겨 놓았다는 점에서 분명한 진전을 보여준다. 로이그의 표현대로, 고대 건설자들은 “그저 돌을 옮긴 것이 아니라 복잡한 최적화 문제를 풀고 있었으며”, 현대 연구자들은 이제 그 알고리즘을 되짚어 보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향후 추가 뮤온 탐사와 미시중력 측정, 정밀 스캐닝이 IER의 예측과 수치 패턴을 얼마나 정확히 뒷받침해 줄 것인가. 고고학과 계산과학의 크로스오버가, 피라미드라는 인류 최대 건축물의 ‘건설 시나리오’를 어디까지 투명하게 재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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