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3 (일)

  • 흐림동두천 22.5℃
  • 흐림강릉 24.8℃
  • 흐림서울 23.7℃
  • 구름많음대전 28.1℃
  • 맑음대구 30.6℃
  • 맑음울산 27.4℃
  • 구름많음광주 27.4℃
  • 맑음부산 28.1℃
  • 구름많음고창 25.6℃
  • 맑음제주 28.3℃
  • 흐림강화 23.0℃
  • 구름많음보은 26.5℃
  • 구름많음금산 26.8℃
  • 맑음강진군 29.3℃
  • 구름많음경주시 29.7℃
  • 맑음거제 27.3℃
기상청 제공

공간·건축

[지구칼럼] 아마존 동물들, '숲의 인터넷'으로 포식자 경보 전달…새·원숭이가 엮어낸 초고속 생존 경보망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아마존 열대우림의 새와 원숭이들은 포식자를 발견했을 때 단순히 도망치지 않는다. 이들은 경보음을 내보내 임관층 전체로 퍼뜨리는데, 연구자들은 이를 나무 꼭대기를 타고 흐르는 광섬유 시스템에 빗대어 일시적인 통신 네트워크를 형성한다고 설명했다.

 

İndigo Dergisi, ScienceAlert, theconversation, BBC에 따르면, 이처럼 아마존 열대우림 상공에서 새와 원숭이들이 촘촘한 ‘청각 네트워크’를 구성해 포식자 정보를 공유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이 시스템을 ‘숲의 인터넷(internet of the forest)’이라 부르며, 임관층 전체가 일종의 살아 있는 경보망으로 기능한다고 분석했다.


‘숲의 인터넷’이 포착한 순간


호랑이·재규어가 아니라 맹금류 한 마리만 숲 위로 스쳐 지나가도 아마존 열대우림의 소리 풍경은 몇 초 안에 급변한다. 디킨대학교 에토레 카메를렝기(Ettore Camerlenghi)와 UC 산타크루즈의 아리 마르티네스(Ari Martínez)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최근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 맹금류 등장과 동시에 수관층에서 “종(種)을 가리지 않는 경보 파동”이 번져가는 과정을 정량적으로 포착했다.

 

이들은 아마존 열대우림의 특정 구역에 맹금류를 통제된 방식으로 풀어놓고, 주변 조류·포유류의 울음과 침묵 패턴을 고감도 녹음장비와 시각 관찰로 추적했다.

 

연구진이 확인한 것은 단순한 ‘경보음의 합창’이 아니라 종간을 가로지르는 정보 네트워크였다. 한 종이 포식자를 인지하고 경보음을 내면, 이를 직접 포식자를 보지 못한 이웃 종들이 일종의 “도청(eavesdropping)”을 통해 받아들여 다시 주변으로 퍼뜨리는 구조다. 그 결과, 실제 시야에서 포식자를 확인한 개체는 상대적으로 소수지만, 몇 초 안에 임관층 넓은 구간이 동시에 긴장 상태로 들어가는 ‘생태계 차원의 경보 방송’이 이뤄진다.

 

누가 경보를 쏘고, 누가 중계하나

 

연구진은 특히 체중 100g 미만의 소형 조류가 이 네트워크의 핵심 노드로 기능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들은 포식자를 직접 목격했을 때뿐 아니라, 다른 새의 경보음을 들었을 때도 반응해 추가 경보를 내보내는 경향이 컸다. 임관층 상단의 수관에 서식하는 작은 새들은 시야가 넓고 포식자 접근을 상대적으로 빨리 감지할 수 있어, 정보의 ‘초기 송출자이자 중계자’ 역할을 동시에 맡는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경보의 효과가 단지 “소리를 더 키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포식자 경보가 울린 뒤, 임관층의 소형 조류는 노래와 일반적인 울음을 거의 완전히 멈추는 것으로 관측됐다. 반면, 수관 아래층의 일부 동물들은 여전히 소리를 내는 등, ‘위층은 정적·아래층은 잔향’이라는 층위별 차별화된 반응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패턴이 “포식자에 가장 노출되기 쉬운 상층부에서 먼저 침묵을 택하고, 상대적으로 은폐가 쉬운 하층부에서는 제한된 활동을 유지하는 생존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경보 네트워크에는 새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다.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게재된 연구자 해설에 따르면, 원숭이 등 포유류도 새의 경보음을 듣고 갑작스럽게 움직임을 멈추거나 몸을 숨기며, 일부 종은 자체 경보음을 내 인근 개체들에게 경고를 전달한다. 다만 각 종이 어느 정도까지 ‘중계자’로 나서는지에 대한 정량적 수치(예: 종별 중계 확률, 지연 시간 등)는 아직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

 

600만㎢ 위에 펼쳐진 ‘청각 네트워크’


아마존 열대우림, 이른바 ‘아마조니아’ 지역은 남미 여러 나라에 걸쳐 약 600만㎢에 달하는 방대한 면적을 차지한다. 이 거대한 공간은 지구 최대의 열대우림이자, 세계 최대 담수 유역인 아마존 강 수계를 품고 있다. 그중에서도 임관층(canopy)은 여전히 “가장 신비로운 층”으로 불릴 만큼 직접 관찰과 장기 모니터링이 어려운 구역이다. 연구진은 이번 작업을 통해 “임관층이 생물다양성의 보고를 넘어, 정보가 분·초 단위로 흐르는 ‘정보 고속도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했다.

 

《사이언스알러트(ScienceAlert)》와 《더 컨버세이션》 등 해외 과학 매체는 이 시스템을 광섬유망에 비유한다. 나뭇가지와 잎이 얽혀 형성한 수관 구조가, 실제로는 종간 경보라는 ‘데이터 패킷’을 수 초 단위로 전달하는 살아 있는 네트워크처럼 작동한다는 설명이다.

 

연구자들은 논문과 해설에서 이를 “숲의 인터넷(internet of the forest)” 혹은 “엿듣기의 네트워크(a network of eavesdropping)”로 표현하며, “단 몇 초 만에 중요한 생존 정보를 퍼뜨리는 독특한 커뮤니케이션 인프라”라고 정의했다.

 

기후위기 속 흔들리는 생존 인프라

 

이번 연구의 정치·경제적 함의는 단순한 생태학적 호기심을 넘어선다. 이미 여러 연구에서 아마존이 기후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경고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BBC 코리아 보도에 따르면 2023년 아마존은 “최악의 가뭄”을 겪었고, 말라붙은 강과 낮아진 수위로 과거 한 번도 드러난 적 없는 모래톱과 하상 지형이 노출되는 장면들이 다수 포착됐다. 숲이 건조해지면서 농경지 확보를 위한 작은 화전(火田) 불씨가 대규모 산불로 번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2024년 기준, 아마존 열대우림의 3분의 1 이상이 반복되는 가뭄과 산불로 인해 회복력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사이언스(Science)》에 실린 별도 연구는 장기 기상 데이터와 조류 모니터링 자료를 분석해, 아마존 조류 개체 수가 기온 상승과 함께 “수십 년에 걸친 뚜렷한 감소 추세”를 보인다고 보고했다. 

 

이처럼 기후위기와 산림 파괴가 겹치면, 숲의 물리적 구조뿐 아니라 그 위에 구축된 ‘청각 네트워크’ 역시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수관층이 벌목·산불·가뭄으로 끊기면, 포식자 경보가 전달되는 “경로” 자체가 사라지거나 단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이번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한 그루 나무, 한 종의 멸종”이 아니라, “정보 인프라가 통째로 붕괴할 수 있는 시스템 리스크”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인간 사회의 경보 시스템이 배울 점


아마존의 ‘숲의 인터넷’은 결국 생존을 위한 초연결 경보 시스템이다. 포식자—피식자 관계에서 진화한 반(反)포식자 적응(anti-predator adaptation) 연구에 따르면, 먹이 동물은 포식자를 빨리 감지하고, 이를 주변에 알리며, 무리 전체의 도피 확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행동을 진화시켜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사슴의 꼬리 치기, 어치(jay)와 같은 새의 경고음 등으로, 이는 포식자에게도 “이미 들켰다”는 신호를 보내 불필요한 추격을 줄이는 ‘정직한 신호(honest signal)’로 작동한다. 아마존 임관층에서 관측된 종간 경보 네트워크는 이 원리가 시·공간적으로 극대화된 사례라 할 수 있다.

 

아마존의 새와 원숭이는 이런 시스템을 코드 한 줄 없이 구현하고 있다. 위협이 감지되면, 가장 노출된 위치의 개체가 먼저 알리고, 주변 종들이 그 정보를 검증 없이 신뢰해 즉시 행동으로 옮긴다. 경보의 비용(잠시 먹이 활동을 멈추는 손실)보다 경보를 무시했을 때의 위험(포식에 의한 사망)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진화적 학습의 결과다.

 

인간이 설계하는 조기경보·재난 알림 시스템 역시, “위험 신호를 조금 과도하게라도 공유하는 편이 총체적 실패를 막는다”는 이 자연의 알고리즘에서 배울 지점이 적지 않다.

배너
배너
배너

관련기사

32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공간혁신] 간송미술관 365일 만난다…네이버랩스, 공간지능 기술로 ‘VR 투어’ 선보여

[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네이버랩스와 간송미술문화재단은 간송미술관(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국내 최초의 사립미술관)의 전시 공간과 주요 소장품을 언제 어디서나 가상현실(VR)로 관람할 수 있는 ‘VR투어’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11일 밝혔다. 간송미술관 VR투어는 네이버랩스가 구축한 전시공간과 ‘문화보국’ 전시 출품작들의 디지털트윈을 바탕으로 구현된 서비스다. 이용자는 실제 간송미술관의 전시 공간인 ‘보화각’을 방문한 것처럼 관람 동선을 따라 공간을 둘러보고, 원하는 전시물을 선택해 상세 설명도 확인할 수 있다. 간송미술관은 그동안 봄·가을 정기 전시 기간에만 관람이 가능했으나, 이번 VR 투어 서비스를 활용하면 누구나 언제든 자신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전시물들을 감상할 수 있다.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유물을 감상해볼 수 있다는 점도 VR 투어의 매력이다. 대표적으로 오랫동안 간송미술관 정문을 지켜오다 지난 7월 중국에 기증된 ‘청대 석사자상’이 디지털 데이터로 구현됐다. 미술관 야외에 위치해 접근성이 낮았던 ‘괴산팔각당형부도’와 ‘석조팔각승탑’ 등의 유물도 VR투어로 더 쉽게 관람할 수 있게 됐다. 네이버랩스의 공간지능 기술을 활용해

[강남비자] 美대사관 비자, 이제는 강남 거주권 '데자뷔'…강남은 어떻게 ‘거주지’에서 ‘체류권’이 되었나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편집자주> 지금 이순간에도 강남으로의 이주를 꿈꾸며 ‘강남 환상’ 혹은 '강남의 찐가치'에 사로잡혀 있는 비강남 사람들에게 진실된 모습을 알리고자 한다. 때론 강남을 우상화하고, 때론 강남을 비하하는 것처럼 느껴질 지도 모르지만, 언젠가 강남의 가치가 급등해 비자를 받아야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 '강남VISA'라 명명한다. 나아가 강남과 강북간의 지역디바이드를 극복하는데 일조하고 이해의 폭을 넓혀 허상도 파헤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 개인의 사적인 의견이니 오해없이 그냥 가볍게 즐겨주길 바란다.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188의 주한미국대사관은 광화문역 2번 출구에서 10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다. 한때 광화문 앞 대사관 비자 창구는 한국 중산층의 욕망과 불안을 압축한 장소였다. 미국으로 가기 위해 사람들은 여권, 사진, 신청서, 수수료 영수증, 재직·소득·재산 증빙을 준비했고, 영사는 “당신이 미국에 들어갈 자격이 있는가”라는 표면적이고 비공식적 명분아래 “당신은 미국에 불법 체류하지 않고 돌아올 사람인가”를 확인했다. 비자는 입국 허가서인 동시에, 신청자의 경제력·사회적 연결·귀환

[공간혁신] 새단장 ‘63빌딩’, 100일만에 30만명 핫플…퐁피두센터·250m 전망대·글로벌 맛집·편집숍 '문전성시'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서울의 랜드마크 ‘63빌딩’ 새 단장 100일 만에 30만명이 다녀갔다. 한화생명 63빌딩이 9월 11일 개장 100일을 맞는다. 지난 6월에는 문화와 예술, 미식과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는 글로벌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이번 리뉴얼은 「퐁피두센터 한화」 개관과 함께 전망대와 정원, 식음·라이프스타일 공간까지 63빌딩 전반을 새롭게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전시뿐 아니라 전망과 미식, 카페와 쇼핑까지 63빌딩을 찾고 즐기는 방식도 한층 다양해졌다. 하루 7000명 찾은 「퐁피두센터 한화」… 여의도 문화명소로 「퐁피두센터 한화」는 개관 이후 하루 최대 7,000명의 관람객을 기록했다. 주요 시간대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고, 도슨트 프로그램도 매회 조기 마감되는 등 관람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개관과 함께 선보인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은 10월 4일까지 이어진다. 전시 기간 매주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운영해 관람료를 50% 할인한다. 전시 외에도 하프와 클래식 기타, 스윙댄스 등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고,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키즈 프로그램과 아트 살롱도 운영한다. 문화예술 경험은 미술관

[지구칼럼] "불꽃놀이는 생태계 교란행위"…10분의 화려함 뒤에 숨겨진 새 1007마리의 죽음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불꽃놀이가 인간에게 축제, 환호의 신호지만, 잠든 새들에게는 예고 없이 닥친 공습 경보와 다를 수 있다. 불가리아에서 불꽃놀이 직후 1000마리가 넘는 야생조류가 폐사한 사례가 정밀 부검을 통해 처음으로 구체화되면서, 불꽃놀이를 인간들만의 ‘짧은 오락’이 아니라 소음·빛·대기오염·화학물질을 동시에 배출하는 생태 교란 행위로 재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불꽃 아래 1007마리 2025년 1월 1일 오전, 불가리아 스레드나고라 산맥 인근의 한 소도시 등산로. 등산객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연구진은 약 0.5㎢의 숲 구역에서 무더기로 죽은 새들을 발견했다. 수거된 사체는 모두 1007마리, 생존 개체는 31마리였다. 생존 개체 중 6마리는 이후 폐사했고, 나머지는 며칠 뒤 방사됐다. 불가리아 트라키아대 수의과대학의 루스코 페트로프 교수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Diversity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집단 폐사의 가장 유력한 원인을 새해맞이 불꽃놀이로 결론지었다. 폐사 개체의 대다수는 유럽에서 보호받는 철새인 되새류(brambling·Fringilla montifringilla)였고, 일부는 되새와 가까운 되새류인 되새목 핀

[공간사회학] '한강변 권력의 최후' 한명회 ‘압구정’의 첫 주소는 여의도?…부관참시 522년, 갈매기는 어디서 권력이 되었나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서울에서 가장 비싼 주거지의 상징이 된 압구정동은 한명회(1415~1487)의 정자 이름을 물려받았다. 그러나 오늘의 동호대교 남단에 자리했던 그 정자는 처음부터 강남에 있지 않았다. 조선 전기 기록과 서울역사박물관의 여의도 조사에 따르면, 한명회의 첫 압구정은 마포 서쪽·양화진 북쪽의 ‘화도(火島)’, 곧 지금의 여의도 일대에 있었다. 이후 1476년 한명회는 정자를 동호(東湖)가 내려다보이는 강남 언덕으로 옮겼다. 한명회가 왜 여의도에서 동호로 정자를 옮겼는지를 직접 밝힌 동시대 기록은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동호 남쪽 언덕은 한강 물길과 저자도, 도성 주변 산세를 폭넓게 바라볼 수 있는 곳이었다. 풍광과 접근성, 그리고 당대 권문세가의 한강변 별서 문화가 함께 작용했을 가능성을 생각하게 한다. 이동의 경로는 단순한 별장 이전이 아니다. 여의도에서 동호로, 조선의 권력 중심 가까이에서 한강 동부의 명승으로, 그리고 ‘갈매기와 친한다’는 은거의 언어에서 외국 사신을 접대하는 권력의 무대로 옮겨간 이야기다. 압구정은 자연 속에 숨으려 했던 정자가 아니라, 한명회가 자신의 퇴장과 영향력을 동시에 연출한 정치적 공간에 가까웠다.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