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최동현 기자] 서울 강남 대치동의 한 아파트가 “자녀 두 명 모두 SKY 의대를 보낸 기운 좋은 집”이라는 문구를 내세워 인근 동급 매물보다 4억원 높게 시장에 등장했다. 집값을 설명하던 ‘입지·학군·브랜드·평형’ 같은 전통적인 변수에, 이제는 집주인의 자녀 스펙과 ‘합격 기운’까지 가격 요인으로 동원되는 장면이다.
해당 매물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94㎡로, 저층임에도 불구하고 49억원에 호가가 제시됐다. 같은 단지 동일 면적·비슷한 저층대 다른 매물이 45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의대 합격 기운’이라는 서사가 프리미엄 4억원, 비율로는 약 8.9%를 스스로 얹은 셈이다.
부동산 플랫폼 매물 설명에는 “상시 집 보기 가능, 이사 일정 협의 가능”이라는 일반적인 문구와 함께 “자녀 두 명 모두 의대를 보낸 기운 좋은 집”이라는 광고 문장이 강조됐다. 이 매물이 대치동이라는 입지, SKY 의대 2명 배출 이력, 그리고 시장 하락 국면 속에서 홀로 4억원 웃돈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온라인 여론은 크게 갈렸다. “동기 부여가 될 것 같다”는 반응과 함께 학군과 실적에 프리미엄이 붙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된다는 의견이 있었고, “집값 거품이 도를 넘었다”, “합격 기운이 객관적 가치냐”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 ‘학군 프리미엄’은 이미 수치로 존재한다. 이번 사례가 특이해 보이지만, 학군이 집값에 프리미엄을 만든다는 사실 자체는 국내외 여러 통계와 연구에서 이미 수치로 확인돼 왔다. 서울 강남 8학군(대치·도곡·압구정 등)과 목동·중계동 등 이른바 ‘학군지’ 아파트는 인근 비학군 지역보다 평균 10~30%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교육부·통계청·부동산114 등의 자료를 종합한 분석에서는, 2023년 기준 서울에서 상위 10위권 고등학교 배출률이 높은 지역의 아파트 평균 가격이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약 3억5000만원가량 높게 형성된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 교육전문 매체와 부동산 칼럼에서는 강남·목동·분당 같은 핵심 학군지가 “학생수 감소 시대에도 살아남는 ‘똘똘한 학군’”으로, 여전히 강한 프리미엄을 유지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는다. 학군지 전체가 오르던 시대는 지나가고, 입시 실적과 교육 인프라가 검증된 상위 학군만 가치가 더 강화되는 ‘학군 양극화’ 현상도 지적된다.
학군과 주택가격의 상관관계는 해외에서도 다수 연구가 진행돼 왔다. 호주 웨스턴시드니대 연구는 특정 공립학교 학군 경계 안에 위치한 주택이 경계 밖 주택보다 평균 17.6% 더 비싸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헤도닉 가격모형(hedonic index)을 활용해 동일 면적·유형의 집이라도 ‘입학 가능 구역 내’ 여부가 상당한 가격 차이를 만든다는 점을 계량적으로 보여줬다.
유럽 주요 도시에서는 국제학교 인근 주택이 ‘교육 프리미엄’을 안고 거래되는 양상이 보고되고 있다. 런던 세인트존스우드의 American School in London(ASL) 인근 주택은 ㎡당 가격이 2만 파운드를 넘어, 런던 전체 평균(약 1만1000파운드)의 거의 두 배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제네바에서는 주요 국제학교 인근 주택이 비인접 지역보다 평균 20% 빠른 속도로 팔리는 것으로 UBS 글로벌 부동산 보고서가 전한다. 신흥국 부동산 개발에서는 고급 국제학교를 중심으로 한 ‘에듀 타운’ 조성이 주택 가격과 투자수익률을 끌어올리는 핵심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사례 연구도 소개됐다.
부동산 전문가는 “자녀 둘 SKY 의대 보낸 집에 4억원 웃돈을 요구한 이번 사례는, 구조적 학군 프리미엄이 ‘집 자체의 스펙화’로 변질되는 징후로 읽힌다"며 "집의 가치를 설계·입지·관리·커뮤니티가 아니라, 거주자의 학력과 성과로 포장하는 순간, 부동산 시장은 자산 시장을 넘어 삶과 인간까지 스펙으로 서열화하는 단계로 들어서게 된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