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시민 기자]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의 경호를 담당하는 경호팀이 최근 공개 석상에서 드론 요격기를 손에 든 채 포착되어 세계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25년 5월 9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전승절 퍼레이드 후 촬영된 영상에 따르면, 경호원 중 한 명이 '욜카(Yolka)'로 알려진 소형 드론 요격 장치를 소지하고 있는 모습이 뚜렷하게 포착됐다고 ABC News, SSBCrack News, kyivpost, Meduza 등의 매체들이 보도했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 위협 속에서 대통령 경호 프로토콜을 근본적으로 재정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드론 위협, 경호 태세를 바꾸다
경호원이 들고 있던 욜카 요격기는 기존 전자전 장비와 달리, 실제로 적 드론에 충돌해 물리적으로 파괴하는 운동에너지식 드론이다. 이 장치는 재사용 가능한 투석기에서 발사되며, 자동 조준과 '발사 후 망각(fire-and-forget)' 방식, 인공지능을 탑재해 적 드론을 추적·요격한다.
러시아 정부 기관지 <로시스카야 가제타>는 “접근이 간편하고 위협이 감지되면 신속히 발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해당 영상에서는 또 다른 경호원이 푸틴의 핵 가방으로 알려진 '체게트' 가방을 소지하고 있어, 러시아 정부의 최고위 경호 라인이 첨단 드론대응체계를 실전 배치했음을 보여준다.
해군의 날 행사 전면 취소, 실질적 우려 드러내
보안 위협은 군사 기념 행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2025년 7월 27일(현지시간),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해군의 날 대규모 퍼레이드를 전례 없이 전면 취소하고, 소규모 행사로 대체했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이 현저하게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해군의 날 전야에 걸쳐 99대의 우크라이나 드론을 요격했다고 공식 발표했으며, 상트페테르부르크 풀코보 공항은 드론 위협으로 인해 수십 편의 비행편이 일시 중단됐다. 또, 러시아 대통령이 해군 본부를 방문하던 중, 인근 로모노소프 지역에서 한 여성이 드론 파편에 부상당하는 등 민간 피해까지 잇따랐다.
첨단화하는 드론전, 수치로 드러나는 군사 지형 변화
우크라이나는 2022년 전면전 발발 이후 드론·미사일 공격을 통해 흑해 함대 등 러시아군 해상 전력 34%를 무력화시켰다고 주장한다. 드론 기술의 발전으로, 우크라이나는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러시아 핵심 도시·시설까지 연결되는 장거리 공격 능력을 확보했다.
실제로 2025년 6월 1일 '거미줄(Spiderweb)' 작전에서는 드론으로 러시아 북극 카렐리야 지역에서 시베리아에 이르는 여러 공군기지의 전략폭격기를 타격해, 러시아 군사력의 핵심을 직접 위협했다.
이런 공세에 러시아 역시 대규모 드론 생산, 새로운 요격기와 레이저 방어망, 인공지능 기반 탐지 시스템 등 첨단기술 도입 속도를 높이고 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2024년 3월~2025년 4월까지 총 1만1500대 이상의 신형 드론(Chernika-1/2)을 양산했으며, 최신 요격·광학 네비게이션 시스템 및 기계학습형(ML) 드론도 실전에 배치했다.
경호·국가안보의 새로운 표준
푸틴 경호팀의 경호원들이 휴대용 드론 요격기를 주 경호장비로 실전 도입하는 것은, 현대 전장에서 무인체와 자동화된 위협이 얼마나 현실적인 리스크가 되었는가를 상징한다. 주요 군사행사의 대폭 축소 및 행사장 보안태세 강화로 드론 위협은 이제 러시아 국가행사에서 '과시'의 무대가 아닌 '경계'의 무대로 탈바꿈했다는 평가다.
러시아 푸틴에 대한 경호체계의 변화는, 21세기 전장과 국가안보에 '드론'이 핵심 변수로 자리 잡았음을 명확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