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독일 정부가 러시아와 중국의 우주 군사력 확장에 대해 전례 없는 경고음을 울렸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9월 25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열린 독일산업연맹(BDI) 우주 콘퍼런스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위성 교란 및 파괴 능력을 빠르게 발전시켰으며, 실제로 러시아 군사위성이 독일 연방군이 활용 중인 인텔샛(SES/Intelsat) 위성을 추적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Newsweek, Defense News, PBS, DW, Advanced Television, Spacewatch Global, EuRepoC, Cyberpeace Institute, European Spaceflight, ARD에 따르면,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오늘 이 순간에도 중국과 러시아 첩보위성 39대가 독일 상공을 실시간으로 넘나들고 있다”며 “위성 네트워크는 현대사회의 아킬레스건, 위성 공격은 국가 전체를 마비시킨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의 대표적 첩보위성 루치-올림프(Luch-Olymp)가 최근에도 인텔샛 2기를 근접궤도로 추적 중이라는 구체적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이들 러시아 위성은 궤도에서 다른 통신위성에 비정상적으로 가까이 접근해, 신호 감청 및 기능 교란을 시도한 바 있다.
유럽 첩보기관과 군사전문가들은 위성 파괴가 실제 단순 통신 차단을 넘어, 금융·교통·항공·에너지·군사 등 전방위 국가 기반시설의 ‘치명적 마비’를 초래할 수 있음에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독일 국제정책연구소 마르쿠스 카임 연구원은 “전세계 시스템은 위성에 중대하게 의존 중이며, 위성 교란은 글로벌 경제를 송두리째 정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러시아군이 비아샛(ViaSat) KA-SAT 위성 네트워크를 사이버 공격해 우크라이나 및 유럽 지역 위성인터넷, 독일 내 5,800기의 풍력발전기 통신망 마비 사태를 일으킨 바 있다. 미국과 EU, NATO 정보기관은 이 사건의 주체로 러시아군 정보기관(GRU) 소속 해킹 그룹 ‘샌드웜(Sandworm)’을 지목했다.
독일은 이러한 위성 위협에 대응해 사상 최대인 350억 유로(약 58조원)를 2030년까지 우주 방위에 투입한다고 공식화했다. 이 투자는 데이터 교란·공격에 견디는 군사위성망 강화, 첨단 우주감시망 구축, ‘가디언 위성’(guardian satellites) 배치, 위성운용센터 신설 등이 포함된다. 독일군 우주사령부(Bundeswehr Space Command)는 이미 2021년 신설됐으며, ESA 및 나토와의 협력도 병행된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우주공간이 지상·해상·공중·사이버에 이은 ‘제5의 전장’이 됐다”며 “러시아와 중국의 행태는 결코 평화적이라고 볼 수 없다. 우주군사화의 새로운 냉전체제에 서방은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우주사령부·미국 등 서방국가들도 이미 “러시아 올림프-루치위성이 프랑스·미국·이탈리아 등 군사용 통신위성에 수차례 접근하며 신호감청과 교란을 시도한 정황”을 공식 보고서와 민간기업(예: Aldoria, Slingshot Aerospace) 분석결과로 공개한 바 있다.
NATO는 2019년부터 우주를 공식 군사작전영역에 포함시켰으며, 회원국 모두 우주방어 및 관련 첨단기술 투자 계획을 지속 확대 중이다. 유엔 및 국제사회도 ‘우주무기 금지조약’ 마련 논의를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지구 저궤도에서 시작된 우주 냉전이 실제 글로벌 시스템의 아킬레스건을 직접 위협하는 새로운 군사·안보 패러다임임을 독일 정부가 공식적으로 천명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