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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빅테크칼럼] “기업가치 545조·연매출 20조원"…앤트로픽, 돈·기술·정책으로 오픈AI에 '정면승부'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앤트로픽(Anthropic)이 시리즈 G 라운드에서 300억달러(약 43조원)를 추가로 조달하며 기업가치 3,800억달러(약 545조원) 고지를 밟았다.

 

뉴욕타임스, 가디언, 테크크런치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 1,830억달러 밸류에이션에서 5개월 만에 두 배 넘게 뛰어오르며, 오픈AI(약 5,000억달러 추정치)에 근접한 ‘AI 빅2’ 구도를 사실상 굳힌 셈이다.

 

3,800억달러 밸류에이션의 실체


이번 시리즈 G는 싱가포르 국부펀드 GIC와 벤처투자사 코투(Coatue)가 주도했으며, D.E.쇼 벤처스, 드래고니어, 파운더스펀드, 아이코닉(ICONIQ), MGX 등이 공동 리드 투자자로 참여했다. 여기에 블랙록, 블랙스톤, 피델리티,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모건스탠리, 세쿼이아캐피털, 카타르투자청(QIA) 등 월가·국부펀드 자금이 대거 얹히며 ‘글로벌 머니’의 총집결지로 부상했다는 평가다.

 

앤트로픽은 보도자료를 통해 “GIC와 코투가 이끄는 300억달러 시리즈 G 조달로 기업가치가 3800억달러(사후, post-money)에 이르렀다”고 공식화했다. 주요 외신 역시 동일한 수치를 인용하며, 불과 5개월 전 1,830억달러에서 두 배 이상 급등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환산 매출 1년 새 10배…“20조원 시대”


앤트로픽은 연환산(annualized) 매출이 2024년 1월 1억달러에서 2025년 1월 10억달러, 2026년 1월에는 140억달러(약 20조원) 수준까지 늘었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앤트로픽이 지난 3년간 매년 매출을 10배씩 키워왔으며, 최근 성장의 상당 부분이 개발자용 코딩툴 ‘클로드 코드(Claude Code)’ 등 엔터프라이즈용 제품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현재 앤트로픽의 사업 축은 ▲기업용 AI 도구(클로드, 클로드 코워크, 클로드 코드) ▲대형 클라우드와의 파트너십 ▲엔터프라이즈용 커스텀 모델·에이전트 솔루션으로 재편돼 있다. 특히 클로드가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 등 3대 클라우드 플랫폼에 모두 탑재된 유일한 주요 모델이라는 점은, ‘인프라급 AI’로의 포지셔닝을 강화하는 핵심 근거다.

 

“오픈AI 5,000억달러”에 맞선 3,800억달러


이번 밸류에이션 3,800억달러는 경쟁사 오픈AI와의 격차를 빠르게 좁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오픈AI의 기업가치가 최근 비상장 지분거래와 내부 평가 기준으로 약 5,000억달러까지 거론되고 있다. 테크크런치와 가디언은 이번 라운드를 계기로 “클로드 제작사 앤트로픽이 오픈AI와의 기업가치 격차를 대폭 줄였으며, 양사의 경쟁은 자금·모델 성능·정책 로비 영역에서 동시에 전개되는 ‘3중 전쟁’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다수 매체는 또 앤트로픽이 이번 자금 조달 이후 12~18개월 내 기업공개(IPO)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IPO 시점과 규모는 불확실하지만, 3,000억~4,000억달러급 비상장 AI 기업이 뉴욕 증시에 등장할 경우, 테슬라·엔비디아에 이어 ‘AI 네이티브’ 플랫폼 기업이 증시 내 새로운 축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뒤따른다.

 

‘규제 친화’ 슈퍼팩에 2,000만달러 베팅


이번 라운드 못지않게 시장의 시선을 끈 것은 앤트로픽의 정치자금 행보다. 회사는 AI 규제·안전장치 강화를 내세운 슈퍼팩(Super PAC) ‘퍼블릭퍼스트액션(Public First Action)’에 2,000만달러(약 287억원)를 기부하기로 했다. 로이터와 더가디언에 따르면 퍼블릭퍼스트액션은 ▲AI 모델 투명성 강화 ▲강력한 연방 차원의 규제 ▲AI 칩 수출 통제 ▲AI 기반 생물학무기·사이버공격 규제 등을 주요 요구사항으로 내걸고 있다.

 

이 슈퍼팩은 특히 연방정부가 주(州) 차원의 엄격한 AI 규제를 선제 차단하는 시도에는 반대하는 입장으로, 각 주의 규제 권한을 옹호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주 정부의 개별 규제를 막고 연방 차원의 ‘일원화·완화’ 규제를 선호하는 업계 내 다른 슈퍼팩과 정반대 축을 이룬다.

 

CNBC와 더힐 등에 따르면 퍼블릭퍼스트액션은 5,000만~7,500만달러(약 720억~1,080억원) 모금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AI 규제 강화에 우호적인 공화·민주 양당 후보들을 대상으로 광고·캠페인을 집행하고 있다. 실제로 공화당 테네시 주지사 후보 마샤 블랙번(아동 온라인 안전법 추진 경력)과 네브래스카주 피트 리키츠 상원의원이 대표적인 수혜자로, 두 인물 모두 AI 안전·수출통제를 강화하는 입법에 적극적이다.

 

앤트로픽은 성명에서 “AI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위험을 통제하고, 미국이 AI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도록 하는 유연한 규제가 필요하다”며 “AI 기업은 공공의 이익에 기여하도록 보장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규제전쟁: ‘퍼블릭퍼스트’ vs ‘리딩더퓨처’


반대편에는 오픈AI와 벤처캐피털 앤드리슨 호로비츠(a16z) 등이 주도하는 슈퍼팩 ‘리딩더퓨처(Leading the Future)’가 서 있다. 포춘, CNBC,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리딩더퓨처는 2025년까지 1억달러 이상을 모금했고, 이후 비영리 옹호단체 ‘빌드 아메리칸 AI(Build American AI)’를 포함한 네트워크 전체 모금액은 1억2,500만달러(약 1,800억원)에 도달했다.

 

리딩더퓨처의 기본 노선은 ▲연방 차원의 ‘단일·완화형’ AI 규제를 선호하고 ▲뉴욕·캘리포니아 등 주정부의 개별 규제 입법을 저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포춘에 따르면 이 슈퍼팩은 뉴욕주에서 AI 규제 법안을 주도한 알렉스 보어스(민주) 후보에 반대하는 광고를 집행하고, 텍사스에서는 AI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공화당 크리스 고버 후보를 지원하는 광고를 집행했다.

 

자금 측면에서 보면 리딩더퓨처는 ▲그레그 브록먼 오픈AI 사장 부부 ▲마크 앤드리슨·벤 호로비츠(a16z 공동창업자) ▲팔란티어 공동창업자 조 론스데일 ▲AI 검색사 퍼플렉시티 등 실리콘밸리 ‘프로-혁신’ 진영의 자금을 흡수하고 있다. 반면 퍼블릭퍼스트액션은 AI 위험·안전 연구자 그룹, 규제 강화론자들과 결을 같이 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주(州) 규제 무력화 시도에 반대하는 방향으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 대비된다.

 

돈·기술·정책을 한꺼번에 쥔 앤트로픽

 

앤트로픽은 이번 300억달러 조달로 연구·인프라·제품 개발에 필요한 ‘실탄’을 확보하는 동시에, 2,000만달러 규모의 정치자금 집행으로 AI 규제의 ‘룰 메이킹’에도 직접 뛰어들었다. 이는 단순히 기술 경쟁을 넘어, 규제·정책 환경 자체를 자사 철학에 맞게 설계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읽힌다.

 

특히 영리화에 반대하던 오픈AI 출신들이 창업한 회사라는 출발점에서, 앤트로픽은 “AI 기업이 공공의 이익에 기여하도록 보장할 책임이 있다”고 거듭 강조하며 스스로를 ‘윤리·안전 친화적 AI 기업’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반면 오픈AI·a16z 진영은 “과도한 규제가 혁신을 질식시킨다”는 프레임 아래, 주정부 규제 입법을 저지하며 연방 차원의 느슨한 틀을 선호하는 양상이다.

 

결국 AI 산업의 패권 경쟁은 ▲엔터프라이즈 채택률과 매출 성장률 ▲모델 성능 및 플랫폼 파트너십 ▲규제·정책 프레임을 둘러싼 정치전이라는 세 축에서 동시에 전개되고 있다. 앤트로픽의 3,800억달러 밸류에이션과 2,000만달러 정치자금 투입은, 이 세 축 모두에서 오픈AI와 맞짱을 뜨겠다는 공개 선언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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