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윤슬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 법원이 인공지능 기업 앤트로픽(Anthropic)을 상대로 한 저작권 집단 소송을 공식 인증하며, 미국 저작권 사에 ‘사상 최대 규모’의 판돈이 걸린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LA Times, Publishers Weekly, TechContracts, Bloomberg Law 등의 주요매체들은 이 판결로 AI 산업 전반이 심각한 저작권 리스크에 직면했으며, 업계의 ‘관행’을 근본부터 뒤흔든다는 평가라고 보도했다.
700만권, 최대 1조500억 달러…“AI 기업 한방에 무너진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 윌리엄 앨섭(W. Alsup) 판사는 2025년 7월 17일, 작가 안드레아 바츠, 찰스 그레이버, 커크 월리스 존슨 등 3인이 제기한 저작권 침해 소송을 미국 내 모든 피해 작가를 대표하는 집단 소송(class action)으로 인정했다.
앤트로픽이 2021~2022년 해적 도서관 LibGen, PiLiMi에서 약 700만권의 책을 불법 다운로드해 AI 모델 ‘끌로드 Claude’ 훈련 데이터로 활용했다는 점이 쟁점이다.
집단 소송 인증으로 잠재적 손해배상 규모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연방법상 고의적 저작권 침해 시 작품당 최대 15만달러의 법정 손해배상금이 책정된다. 만약 침해 도서 700만권이 모두 인정될 경우, 앤트로픽이 감당해야 할 잠재 책임은 무려 1조500억달러(약 1400조원). 이는 앤트로픽의 연 매출 30억달러, 시가총액 1000억달러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사업종말 수준’의 금액이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AI 혁명을 멈출 수 있는 숫자 $1.05조… Anthropic의 존폐를 건 법적 싸움”이라고 논평했다.
AI 학습 공정 사용 인정, 그러나 ‘해적 자료’ 저장은 위법
이번 판결의 핵심은 ‘AI가 저작권 도서로 학습하는 행위’와 ‘불법 복제본 보관’의 ‘명확한 구분’에 있다. 앨섭 판사는 AI가 저작권 도서를 학습하는 행위는 “지극히 변형적인(fairly transformative) 특성”으로 공정 이용(fair use)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대량의 해적본을 ‘중앙 디지털 라이브러리’에 저장(영구 소유)하는 것은 “명백한 저작권 침해”로 결론냈다.
판결은 기존 AI 업계의 ‘통 큰 데이터 수집’ 관행에 경종을 울렸다. 앤트로픽의 라이브러리 구축이 음악업계의 ‘나프스터 사태(Napster-style downloading)’와 유사하며, 만약 집단 소송이 없으면 현실적으로 보상이나 제재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재판 향후 절차와 확산되는 AI 저작권 소송
앨섭 판사는 앤트로픽에 8월 1일까지 문제의 도서 메타데이터(제목·저자·출판사·ISBN) 목록을 원고 측에 제공하고, 저자 측은 9월 1일까지 실제 피해 도서 전체 명단을 제출하도록 명령했다. 본안 재판은 12월 열릴 예정이다.
이 사건은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메타(Meta) 등 글로벌 AI 기업들을 상대로 제기된 비슷한 전 세계적 집단 소송 물결의 일부다. 실제로 MS와 오픈AI 역시 뉴욕타임스 및 저명 저자들로부터 별도의 저작권 침해 소송에 휘말려 있다.
업계, 존폐 위기에 “라이선스 체결 없인 AI 사업 불가” 현실화
AI 학습 데이터 라이선스 체결이 글로벌 스탠더드가 될 전망이다. 음악저작권협회(Authors Guild) CEO 메리 라센버거는 “판결은 놀랍지 않다”며 강한 환영의 뜻을 밝혔고, 앤트로픽은 즉각 상급심에 항소 방침을 밝혔다.
AI가 모든 지식과 문화를 ‘공짜로’ 가져다 쓸 수 있는 시대는 이제 끝나가고 있다. 업계는 창작자 저작권을 존중하는 ‘새로운 질서’ 수립을 요구받고 있으며, 이번 판결은 글로벌 AI 산업의 게임체인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