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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텔레그램 창업자, 생물학적 자녀 100명…키아누 리브스·마크 저커버그·일론 머스크 닮은 수학천재의 삶·철학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창업자, 구소련 출신 ‘수학 천재’
러의 사용자 정보 공개 거부 후 텔레그램 창업하고 암호화 강조

 

[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40)가 24일(현지시각) 오후 8시께 프랑스 파리 외곽의 부르제 공항에서 긴급 체포되면서 ‘러시아의 저커버그’라 불리던 두로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워낙 베일에 싸여있던 인물이라 수식어도 많다. 항상 검은 옷을 입어 영화 '매트릭스'로 유명한 배우 키아누 리브스를 닮았다는 말도 나온다.

 

마크 저커버그 미국 페이스북 창업자에 빗대 ‘러시아의 저커버그’로 불린 것은 물론 ‘프로그래밍 천재’, ‘억만장자 기업가’라고 불린다. 워낙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은둔의 CEO’로 알려져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두로프가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는 등 '미스터리한' 인물이라고 26일 평가했다. 미 CNN은 "마크 저커버그의 천재성, 잭 도시와 일론 머스크의 기괴한 생활 습관, 자유주의적 성향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특히 텔레그램이 익명성을 보장하기에 ‘언론의 자유를 위해 싸우는 사람’이라는 평가와 함께 ‘크렘린의 꼭두각시’라는 별명이 동시에 붙었다. 또한 15년 전부터 모스크바 병원에 정자를 기증해 12개국에서 100여명의 생물학적 자녀를 둔 이력이 있어 ‘정자 기증의 왕’으로도 불린다.

 

두로프는 "정자를 기증하는 것이 '시민적 의무' 중 하나라고 느꼈다"면서 "내 생물학적 자녀들이 서로를 더 쉽게 찾을 수 있도록 DNA를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싶다. 물론 위험도 있지만, 기부자로 나선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두로프는 과거 텔레그램 채널에 게재한 글에서 고기와 술, 커피를 멀리하며 '고독한 삶'을 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두로프의 재산은 155억 달러(약 20조6000억원)에 이른다. 2012년에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사무실에서 고액권 지폐를 행인들에게 날리는 기행을 벌였다.

 

두로프는 1984년 10월 소련 레닌그라드(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나 4살 때 이탈리아로 이주했다. 두로프의 가족은 라틴어 학자였던 아버지(발레리 두로프)가 상트페테르부르크 주립대에서 일하라는 제안을 받자, 소련이 붕괴한 후 러시아로 돌아왔다. 두로프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에서 언어학 학위를 받았다.

 

그의 조부모는 독재자 스탈린 치하에서 탄압받았고, 조부는 악명 높은 강제수용소 중 한 곳에 보내졌다. 이런 가족사로 인해 두로프가 개발한 텔레그램의 보안성도 연관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두로프는 형(니콜라이)이 있다. 둘은 어릴 때부터 수학 천재로 불렸을 정도로 똑똑했다. 두로프는 올해 4월 미국 언론인인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앵커와의 인터뷰에서 “형이 어렸을 때 이탈리아 TV에 나가 실시간으로 3차 방정식을 풀었고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에서 금메달을 여러 번 땄다”며 “우리 둘 다 코딩과 디자인 작업에 매우 열정적이었다”고 회고했다.

 

또 "(사람들은) 독립성을 사랑한다. 그들은 프라이버시와 자유를 사랑하며, 텔레그램으로 바꾸는 많은 이유가 있다"면서 "옛 소련에서 태어나 4살 때 이탈리아로 이주해 학교에 다녀 사실상 유럽인인 셈"이라고 답했다.

 

두로프는 가족과 러시아로 돌아올 때 이탈리아에서 IBM 컴퓨터를 가져왔다. CNN은 “1990년대 초반에 러시아에서 스스로 프로그래밍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몇 안 되는 가족 중 하나였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트페테르부르크대를 졸업한 2006년 러시아판 페이스북 프콘탁테(VK)를 개발해 '러시아의 마크 저커버그'로 불렸다. 하지만 이용자 개인 데이터를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에 넘기는 것을 거부해 크렘린과 마찰을 빚은 뒤 회사 지분을 매각하고 2014년 러시아를 떠났다.

 

두로프는 “나는 누구의 명령도 받고 싶지 않다”며 “(VK 지분 매각은) 부자가 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이 자유로워지고 싶었기 때문이고, 내 인생의 목표는 다른 사람들이 자유로워지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를 떠나기 1년 전인 2013년 형 니콜라이 두로프와 함께 텔레그램을 출시한 그는 이후 두바이에 정착했으며 카리브해 섬나라 세인트키츠네비스 시민권을 얻었다. 2021년 8월에는 프랑스 국적을 취득했다. 현재 두로프는 프랑스와 아랍에미리트(UAE) 시민권자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UAE는 "프랑스에서 체포된 두로프가 영사 조력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프랑스에 요청했다.

 

두로프는 아동 포르노, 사기, 사이버 괴롭힘, 마약 밀매, 조직범죄, 테러 옹호 등 각종 불법 콘텐츠가 텔레그램 내에서 무분별하게 유포·확산하는 걸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텔레그램은 개인정보보호, 종단간 암호화를 내세우면서 전 세계에서 10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엑스(X·옛 트위터) 사용자보다 많다.

 

문제는 텔레그램이 철저하게 익명성을 보장하면서 범죄자들이 모여드는 통로가 된다는 것이다. 2015년 11월 파리 테러 공격을 계획한 테러리스트도 텔레그램을 활용했고 홍콩, 이란, 벨로로시 등 전 세계 시위대 역시 텔레그램을 쓴다. 국내에서도 텔레그램은 성범죄와 마약 거래의 온상으로 지목돼 왔다.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을 대상으로 성 착취 영상물을 만들고 성관계 영상을 찍도록 협박한 2018년 ‘n번방 사건’도 텔레그램에서 유포됐다.

 

텔레그램은 25일 성명을 발표하고 “텔레그램은 유럽연합의 법률을 준수하고 있다”며 “플랫폼이나 그 소유자가 해당 플랫폼의 남용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두로프가 체포되면서 언론의 자유와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정부 검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두로프를 지지하는 이들은 ‘#FreePavel’라는 해시태그를 달며 두로프를 옹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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