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19 (일)

  • 맑음동두천 21.3℃
  • 맑음강릉 18.4℃
  • 맑음서울 22.3℃
  • 맑음대전 21.2℃
  • 맑음대구 20.3℃
  • 흐림울산 16.8℃
  • 구름많음광주 19.6℃
  • 흐림부산 18.0℃
  • 흐림고창 17.6℃
  • 구름많음제주 17.4℃
  • 구름많음강화 17.4℃
  • 맑음보은 20.0℃
  • 맑음금산 20.3℃
  • 구름많음강진군 18.0℃
  • 구름많음경주시 19.1℃
  • 구름많음거제 17.8℃
기상청 제공

공간·건축

[지구칼럼] 1만5000년 전 점토 구슬 어린이 지문, 선사시대 역사 다시 쓰다…나투프 수렵채집인 사회 해독 열쇠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1만5000년 전 이스라엘 지역에 살던 나투프(Natufian) 수렵채집인들이 굽지 않은 점토로 만든 142개의 구슬과 펜던트에 남은 어린이·청소년·성인의 지문이 포착되면서, 서남아시아에서의 점토 상징화와 ‘정착 문화의 기원’이 다시 정립될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eurekalert, discovermagazine, labrujulaverde, Archaeology Magazine, The Jerusalem Post에 따르면, 이 연구 결과는 3월 17일자 미국 과학재단 보도자료와 19일자 국제학술지 Science Advances에 발표된 논문을 통해 전 세계 고고학계에 소개되며, “기능적 도기 이전의 상징적 점토”라는 패러다임 전환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이스라엘 북부 엘-와드(el‑Wad), 나할 오렌(Nahal Oren), 하요님(Hayonim), 에이난‑말라하(Eynan‑Mallaha) 등 네 곳의 나투프 유적지에서 회수된 142개의 점토 구슬·펜던트는 기원전 약 1만5000년 전, 즉 약 1만7000년 전부터 약 1만4000년 전까지 약 3000년에 걸쳐 쓰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 이전까지 전 세계적으로 같은 시기(구석기말~중석기)의 점토 구슬은 겨우 5개만 보고된 바 있어, 이번 발굴은 서남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점토 장신구 집합체이자, 점토의 상징적 사용 시점을 수천 년 단위로 앞당기는 사례로 평가된다.

 

히브리대학교 고고학연구소의 로랑 다빈(Laurent Davin) 박사는 “이번 발견은 점토, 상징주의(symbolism), 그리고 정착 생활의 출현 사이의 관계를 완전히 재정의해 준다”고 말하며, 기존에 ‘농경과 함께 시작된 점토 상징화’라는 가정을 뒤집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나투프 문화는 야생곡물 수렵·채집을 하면서도 이미 반영구적 정착과 공동무덤, 석회 플라스터 사용 등 초기 사회집단의 특징을 보이는 집단으로, 신석기 전기 정착 문화의 ‘직접적 전단계’로 일반적으로 평가된다.

 

연구팀은 점토 구슬 표면에 남은 지문 50개를 분석해 제작자의 연령대를 1차적으로 추정했다. 이 숫자는 구석기시대에서 기술적으로 문서화된 지문 집합체 가운데 가장 큰 사례로, 어린이부터 청소년, 성인에 이르기까지 여러 세대가 공동으로 장신구를 만들었다는 직접적 증거가 된다. 일부 구슬은 길이가 몇 센티미터 수준으로 작아, 어린 손에서 형성된 것으로 보인 ‘10세 전후의 지문’이 분석 결과로 제시되기도 했다.

 

또한 너비 약 10mm 정도의 매우 작은 점토 반지처럼, 어린이의 손에 맞춰 제작된 물건들도 확인되면서, 장신구 제작이 단순한 성인의 전문기술이 아니라, 학습·모방·놀이 요소가 섞인 ‘가족 단위 공동 활동’이었음을 시사한다. 다빈 박사는 “ornament making이 일상적 공동 활동이었고, 세대 간 사회적 가치와 기술 전승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142개의 점토 장신구는 원통형, 원반형, 타원형 등으로 형성되었고, 많은 경우 굽지 않은 점토 위에 붉은 황토(붉은 산화철계 물질)를 얇은 액상 점토 층으로 코팅하는 ‘앙고브(engobe)’ 기법으로 색상을 칠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동일시기에서 확인된 가장 초기의 앙고브 사례로, 도기 구운 뒤 채색하는 방식이 아니라, 건조 전 점토에 이미 색상을 부여하는 상징적 작업이 가능했음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19가지로 분류된 구슬 유형 중 상당수가 야생 보리, 아인콘 밀, 렌즈콩, 완두콩 등 당시 나투프인들이 주로 수확·섭취하던 식물의 형태와 매우 유사하다는 점이다. 이 식물들은 후세 농업의 핵심 작물이 될 종들이기 때문에, 점토 장신구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식량·생존의 중심축을 상징적으로 재현하는 매개체였을 가능성을 높인다.

 

수십 년 동안 학계는 서남아시아에서 점토의 상징적 사용이 농경과 신석기 생활 방식이 확립된 이후에야 본격화했다고 예측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나투프처럼 여전히 수렵·채집을 하면서도 반정착·영구정착을 시도하던 집단에게 이미 점토를 “조리나 식기용이 아니라, 정체성·사회적 위치·세대 간 랠리를 표현하는 매체”로 사용하고 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히브리대학교 레오레 그로스만(Leore Grosman) 교수는 “이 유물들은 심오한 사회적·인지적 변화가 이미 진행 중이었음을 보여준다”며, 신석기 시대의 뿌리가 우리가 한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깊고 이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구석기 말기에서 중석기·신석기 전기로 이어지는 ‘정착·농업·사회집단화’의 과정이 단단한 기술적 래더(농경→도기)가 아닌, 상징·의식·정체성이 선행된 ‘문화적 전환’으로 이어졌음을 시사하는 대표적 사례다.

 

이처럼 1만5000년 전 나투프인들이 남긴 점토 구슬과 그 위 어린이의 지문은 단순히 ‘유물’이 아니라, 정착과 농업의 전야에 이미 존재한 상징적 상상력과 사회적 전승 방식을 읽어내는 중요한 열쇠로 자리 잡고 있다.

배너
배너
배너

관련기사

23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Moonshot-thinking] 물류·오피스·호텔까지 ‘빅딜’…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봄이 왔다

부동산 시장에도 계절이 있다. 봄이 오기 전 가장 추운 겨울이 있듯 상업용 부동산도 그랬다. 3년간 꽁꽁 얼어붙은 시장에 자본이 다시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물류센터에서 수천억원대 빅딜이 3개월 연속 성사되고 오피스·호텔·의료 시설은 연초부터 2조원에 육박하는 거래가 이뤄졌다. 한두 건의 반짝 호재가 아니다. 시장 전반에 걸친 구조적 회복의 신호다. 공장·창고 시장부터 보자. ‘알스퀘어 RA(알스퀘어 애널리틱스)’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 전국 공장·창고 매매 규모는 1조 4526억원, 거래 건수는 368건이었다. 연말 결산을 마친 직후라 거래가 뜸해지는 시기다. 그런데도 1조원 중반대를 유지했다. 시장의 기초 체력이 개선됐다는 뜻이다. 진짜 이야기는 빅딜의 연속에 있다. 지난해 11월 경기 안산시 ‘로지스밸리 안산’ 물류센터가 약 5123억원에 거래되며 연중 최대 기록을 썼다. 채 한 달이 지나기 전 12월에는 ‘청라 로지스틱스 물류센터’가 약 1조 300억원에 주인이 바뀌며 그 기록을 단번에 갈아치웠다. 그리고 올해 1월 인천 ‘아레나스영종 물류센터’가 약 4320억원에 거래되며 대형 딜의 행진을 이어갔다. 5123억원, 1조

[지구칼럼] DNA로 기후위기 ‘시간 벌기’ 나선 과학자들…진화의 속도를 보전유전체학으로 조절한다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기후변화가 생태계의 ‘진화 속도’를 앞지르자, 전 세계 연구자들이 생태계 복원 전략의 핵심 도구로 보전유전체학을 전면에 올리고 있다. 자연선택이 수천·수만 년 걸려 할 일을, DNA 데이터를 활용해 몇 세대 안에 앞당겨보겠다는 실행형 실험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AP 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서부 레드우드 숲과 캘리포니아 연안 거머리말 초지처럼 탄소흡수와 생물다양성의 ‘핵심 거점’ 역할을 하는 생태계가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장수종 위주의 이러한 생태계는 세대 교체 속도가 느려, 진화적 적응만으로는 급격한 온난화·가뭄·해양열파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게 현장의 공통된 진단이다. 보전유전체학은 이런 시간 격차를 줄이기 위한 ‘가속 페달’이다. 연구진은 특정 종의 전체 게놈을 해독한 뒤, 고온·가뭄·질병·저광량 환경에서 생존과 연관된 유전 변이를 통계적으로 추출하고, 이 정보를 토대로 복원에 투입할 ‘기후 내성형 개체’를 선발한다. AP가 인용한 전문가들은 “기후가 바뀌었기 때문에, 과거에 잘 자라던 개체를 다시 심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유전체 정보 기반의 정밀 선발이 새 표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

[지구칼럼] 193살 거북이도 못 피한 만우절 가짜뉴스…BBC까지 속인 조나단 사망 사기극의 민낯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산 육상 동물로 기네스북에 오른 세인트헬레나의 자이언트 거북이 조나단이 4월 1일 사망했다는 소식은 전 세계 언론과 SNS를 단숨에 뒤흔들었다. 그러나 하루도 채 안 돼 이 ‘부고(?)’는 수천만 이용자를 낚은 암호화폐 사기극이자, BBC와 USA투데이 등 유력 매체까지 속여버린 만우절 디지털 시대 오보 사례로 드러났다. ‘수의사를 사칭한 X 계정’에서 시작된 사기극 사건의 발단은 X(옛 트위터)에 등장한 한 계정이었다. 이 계정은 조나단을 수십 년간 돌봐온 영국 수의사 조 홀린스(Joe Hollins)를 사칭하며 “사랑받던 조나단이 오늘 세인트헬레나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는 글을 올렸다. 게시글은 미국식 영어 표현을 사용했고, 조의를 표하는 문구와 함께 ‘추모 기금’ 명목의 암호화폐 기부까지 요청해 즉각적인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럼에도 이 게시물은 순식간에 확산됐다. 한 환경·과학 매체 분석에 따르면 해당 가짜 글은 게시 후 단시간에 조회수 200만회를 넘겼고, 각국 언론의 인용과 SNS 확산을 합치면 잠재 도달 이용자는 수천만명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내용을 인용한 글로벌 뉴스 영상, 인스타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