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윤슬 기자] 중국 전기차 1위 기업 BYD가 유럽 시장에서 미국 테슬라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유럽연합(EU)의 고율 관세 장벽에도 불구하고, BYD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등 다양한 전략 차종을 앞세워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바꿔놓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JATO 다이내믹스에 따르면, 2025년 4월 BYD의 유럽 내 배터리 전기차(BEV) 판매량은 7231대로 전년 동월 대비 169% 급증했다. 반면, 테슬라는 같은 기간 7165대를 기록하며 49% 급감했다. 두 브랜드 간 격차는 불과 66대에 불과하지만, 그 상징성은 엄청나다는 평가다.
JATO 글로벌 애널리스트 펠리페 무뇨스는 “테슬라가 수년간 유럽 BEV 시장을 주도해왔지만, BYD가 2022년 말 본격 진출한 지 불과 2년 만에 판도를 뒤집었다”며 “유럽 자동차 시장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테슬라 부진, BYD 약진…배경은?
테슬라의 부진은 단순한 판매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 유럽 내 테슬라 차량 신규 등록은 1월 -50%, 2월 -47%, 3월 -36%로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일론 머스크 CEO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반감, 모델 노후화, 공장 리툴링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BYD는 순수 전기차뿐 아니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라인업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했다. BYD의 유럽 내 전체 등록대수는 4월 한 달간 1만2525대로, 테슬라(배터리 전기차만 판매)보다 훨씬 많았다. 특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실 유’ 등은 유럽에서 PHEV 부문 1위에 올랐다.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5%의 관세를 부과했지만, BYD는 헝가리·터키 현지 생산 확대, PHEV 등 관세 우회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유럽 소비자, 중국차에 마음 열었다”
유럽 소비자들의 중국 전기차에 대한 인식 변화도 주목된다. JATO에 따르면, 4월 유럽 내 중국산 전기차 등록은 59% 급증했다. 가격 경쟁력과 품질이 현지 브랜드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BYD는 최근 유럽에 ‘돌핀 서프’(중국명 시걸) 등 신차를 잇따라 출시하며, 엔트리급부터 프리미엄, SUV, 세단까지 풀라인업을 구축했다. 돌핀 서프는 1만 9990유로(약 2270만원)로, 폭스바겐 ID.3 등 경쟁 모델보다 훨씬 저렴하다.
글로벌 전기차 주도권, BYD가 흔든다
BYD는 올해 1분기 전 세계 BEV 시장에서도 점유율 15.4%로 1위에 올랐다. 테슬라는 12.6%로 2위에 머물렀다. BYD의 유럽 시장 내 약진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 이동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이제 유럽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은 더 이상 테슬라, 머스크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BYD의 질주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