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미국 테슬라가 ‘오토파일럿(Autopilot)’과 ‘완전자율주행(FSD·Full Self-Driving)’이라는 이름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허위광고 기업’으로 규정한 캘리포니아주 차량관리국(DMV)을 상대로 법정 투쟁에 나섰다.
자율주행 레벨2 기술을 두고 ‘셀프 드라이빙’이라는 마케팅 언어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규제당국과 빅테크 간 기준 싸움이 본격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월 26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LA타임스에 따르면 테슬라는 2월 13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의 캘리포니아주 1심 법원에 캘리포니아 차량관리국(DMV)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핵심 청구는 두 가지다. 첫째, DMV와 주 행정법원이 내린 “테슬라는 오토파일럿·FSD를 과장한 허위광고를 했다”는 결론을 뒤집어달라는 것. 둘째, DMV 결정문에 남은 ‘false advertiser(허위광고 주체)’ 낙인을 법적으로 삭제해달라는 것이다.
앞서 캘리포니아 행정법원은 2025년 12월, 테슬라의 ‘Autopilot’, ‘Full Self-Driving Capability’ 명칭 사용이 소비자를 오도해 주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당시 행정판사는 오토파일럿 마케팅이 “모호성을 이용해 소비자를 속여온 오래된 관행의 연장선”이라고 지적했고, FSD라는 표현에 대해선 “사실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명백한 허위”라고까지 표현했다.
판결에 따라 테슬라의 캘리포니아 내 제조·판매 라이선스는 최대 30일 정지 처분을 받게 될 수 있었지만, DMV는 이를 즉각 집행하지 않고 테슬라에 최대 60~90일의 ‘시정 기간’을 부여했다. 그 대가로 테슬라는 미국에서 기본 ‘Autopilot’ 옵션을 사실상 폐지하고, 유료 옵션 이름을 ‘Full Self-Driving (Supervised)’로 수정했으며, 마케팅 문구 전반에서 ‘Autopilot’ 용어를 제거하는 조치를 취했다.
DMV는 2026년 2월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테슬라가 오토파일럿 및 FSD 관련 마케팅을 수정했으며, 이에 따라 30일 라이선스 정지 처분은 집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DMV가 “테슬라가 주법을 위반했다”는 판단 자체는 유지하자, 테슬라는 이를 “법적·평판적 타격을 주는 낙인”으로 규정하고 소송 카드로 반격에 나선 것이다.
캘리포니아 DMV와 행정법원의 논리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자동화 레벨’ 기준에 기반한다. 테슬라 오토파일럿과 FSD는 기술적으로 운전자 상시 개입이 필수인 레벨2 운전자 보조(ADAS) 시스템이다. 반면 일반적으로 ‘self-driving(자율주행)’ 또는 ‘full self-driving(완전자율주행)’이라고 부를 수 있으려면, 최소 레벨3 이상, 궁극적으로 레벨5를 의미한다는 게 규제당국의 시각이다. DMV는 2025년 12월 최종 결정문에서 “테슬라의 오토파일럿·FSD 설명은 캘리포니아 차량법 및 소비자 보호법이 금지하는 허위·기만적 광고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이 논리는 연방 차원의 안전 조사와도 연결돼 있다. NHTSA는 2025년 10월, FSD가 탑재된 약 288만대의 테슬라 차량에 대해 신호위반·역주행 등 58건의 교통법규 위반 보고(이 중 사고 14건, 부상 23건)를 근거로 공식 결함 조사에 착수했다. 이는 “운전자 보조”라는 이름과 달리 실제로는 운전자가 시스템에 과도하게 의존해 안전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와 맞물려 있다.
테슬라의 반론은 정반대 지점에 서 있다. DMV는 단 한 건의 구체적 소비자 증언도 제시하지 못했으며, 테슬라 광고·브랜드명이 실제로 소비자에게 혼동을 일으켰다는 실증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테슬라는 차량 구매·옵션 결제·차량 인포테인먼트 UI·매뉴얼 전 과정에서 “Autopilot/FSD는 완전자율주행이 아니며, 운전자는 항상 스티어링 휠을 잡고 주의해야 한다”는 취지의 경고 문구를 반복적으로 노출해 왔다고 강조한다. 또한 테슬라는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Vehicle Safety Report(차량 안전 보고서)’를 통해 오토파일럿 사용 시 사고율이 전체 미국 평균보다 낮다는 데이터를 제시해 왔다. 2025년 3분기 보고서에서는 오토파일럿 사용 시 1건의 사고당 평균 636만마일 주행, 반면 NHTSA·연방고속도로청(FHWA)의 2023년 미국 전체 차량 평균은 약 59만~70만마일당 1건 수준이라는 비교치를 제시하며 “오토파일럿 사용이 인간 단독 운전 대비 약 9배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AI·자율주행·핀테크 등 신기술 영역에서, 기술 수준과 마케팅 언어 사이 괴리를 어디까지 허용할지에 대한 ‘선 긋기’ 싸움이 다른 기업·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소송이 어떤 결론을 내리느냐에 따라, 테슬라뿐 아니라 글로벌 자율주행 산업의 전략 지형이 달라질 수 있다.
테슬라 승소 시 법원이 “실질적 소비자 혼동 증거 부족”을 이유로 DMV 결론을 뒤집을 경우, 테슬라는 ‘허위광고 기업’ 낙인을 지우고, FSD 브랜드 가치를 일부 복원할 수 있다. 이 경우 레벨2·2+ 수준 시스템에도 공격적인 자율주행 커뮤니케이션이 일정 부분 허용되는 선례가 될 수 있다.
DMV 판단 유지 시 테슬라는 캘리포니아뿐 아니라 다른 주·국가에서도 자율주행 관련 표현을 대폭 보수적으로 재정비할 수밖에 없다. 규제당국과 소비자 단체가 다른 업체(예: GM 크루즈, 포드 블루크루즈, 중국 빅테크의 ‘스마트 드라이빙’ 마케팅 등)에 대해서도 동일 기준을 적용하려는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이는 사실상 ‘자율주행 언어의 표준화’ 과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현 시점에서 테슬라는 이미 마케팅 문구와 상품 구성에서 상당 부분 후퇴했음에도, ‘오토파일럿’과 ‘FSD’라는 상징적 이름만큼은 법정에서 되찾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규제당국은 “레벨2를 자율주행처럼 부르는 순간, 운전자가 시스템을 과신해 안전 리스크가 커진다”는 논리를, 테슬라는 “브랜드 언어를 빌미로 사업모델의 상징을 훼손하는 과도한 규제”라는 반격을 내세우는 형국이다.
자율주행 기술 수준뿐 아니라 ‘이름 짓기’가 기업가치와 안전 규제의 최전선이 된 시대, 테슬라의 이번 소송은 곧 전 세계 자율주행 산업이 어떤 언어로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지의 규칙을 다시 쓰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