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윤슬 기자] 최근 SLAC 국립 가속기 연구소(SLAC National Accelerator Laboratory) 물리학자들이 금을 녹는점 14배를 넘어서는 1만9000 켈빈( 1만8727°C, 3마3740°F)까지 초과열(superheating)하면서도 고체 상태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SLAC National Accelerator Laboratory 공식 발표, IFLScience의 자료를 근거로 Gizmodo가 보도했다.
이 실험의 성공은 전통적 물리학 이론에 도전장을 내미는 것이다. 이번 결과는 ‘엔트로피 대재앙(entropy catastrophe)’ 이론이 예측한 과열의 한계를 명백히 뛰어넘으며, 재료과학 및 고에너지 물리학 분야에 혁신적 전환점을 제시한다.
엔트로피 대재앙 이론은 Fecht와 Johnson(1988년경)이 제안한 가설로, 고체가 녹는점(melting point)의 약 3배 온도 이상으로 가열되면 고체의 결정구조가 불안정해지며, 고체의 엔트로피(entropy)가 액체 상태와 동등한 수준에 도달해 고체가 곧 붕괴가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그간 이론상 한계는 유지됐으나, SLAC 연구팀은 극초단 레이저 펄스를 사용해 금을 50 페토초(50×10^-15초)라는 극히 짧은 시간 내에 가열함으로써, 재료가 팽창하거나 구조가 무너지기 전에 초고온 상태를 이루도록 했다.
실험은 SLAC의 최첨단 장비인 Matter in Extreme Conditions (MEC)와 세계 최초의 X-선 자유전자레이저인 Linac Coherent Light Source(LCLS)를 활용해 진행됐다.

나노미터 두께의 금 박막을 레이저로 순간 가열한 뒤, LCLS에서 쏘아낸 강력한 X-선이 금 원자에서 산란될 때 발생하는 주파수 변화를 정밀하게 측정, 초당 원자 진동 속도와 정확한 온도를 산출했다. 이 과정은 기존의 간접적 온도 추정보다 오차 범위를 대폭 줄이며 초과열 상태를 확증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프로젝트를 이끈 네바다 대학교 리노(University of Nevada, Reno)의 토마스 화이트(Thomas White) 교수는 “우리는 이전까지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높은 온도에서 고체가 존재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면서 "이는 과학이 본질적으로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고 새로운 원리를 발견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SLAC 또한 이번 발견이 핵융합 에너지 연구 및 행성 물리학 분야에서 물질의 극한 거동 이해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컨대, 행성의 초고압 핵심부와 초신성 폭발 등 극한 환경에서 존재하는 물질의 특성 해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번 연구는 고체 상태 물질이 극한 온도 하에서도 결코 쉽게 붕괴하지 않으며, 초고속 가열이라는 특수 조건하에 기존 물리 한계의 재정립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기초과학 및 응용물리학 분야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즉 초고속 초과열 기술을 활용한 SLAC 연구진의 이번 금 실험은 ‘엔트로피 대재앙’ 이론을 넘어서 물질의 극한 상태 거동에 대한 새로운 과학적 통찰을 제공한다. 이는 기존 물리 법칙의 틀 안에서의 혁신을 의미하며, 미래 핵융합 및 우주물리학 연구에 토대를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