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2027년부터 한국의 모든 국제선 항공편은 국내 공항에서 1% 이상의 지속가능항공유(Sustainable Aviation Fuel, SAF)를 혼합한 연료를 사용해야 한다.
이 조치는 아시아 최초이자 유럽에 이어 전 세계 두 번째로 채택되는 SAF 혼합 의무화 제도로, 항공업계의 탄소중립과 신산업 육성을 목표로 한다. SAF는 동식물성 바이오매스와 대기 중 탄소를 포집해 제조되며 기존 화석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량을 최대 80% 저감할 수 있다.
정부의 ‘SAF 혼합 의무화 로드맵’에 따르면, 2027년 1%부터 시작해 2030년 3~5%, 2035년 7~10%까지 단계적으로 혼합 비율이 상향 조정된다. 국내에서 출발하는 모든 국제선은 2028년부터 항공유의 90% 이상을 국내 공항에서 급유해야 하며, 이는 SAF 혼합연료로 인한 연료 비용 상승으로 해외에서의 급유 회피 방지 목적이다.
SAF는 현재 일반 항공유 대비 평균 2~4배 이상 비싼 실정이다. 2025년 글로벌 시장에서 SAF 비용은 일반 제트연료 대비 약 4.2배 높게 형성되고 있으며, 이는 유럽의 SAF 공급자들이 규제 리스크 헷지를 위해 부과하는 준수 비용(compliance fees) 탓이 크다. 이로 인해 2024년 기준 글로벌 SAF 관련 추가 비용은 16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된다.
대한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도 SAF 도입에 따른 가격 상승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1% 혼합 기준으로 국내 항공사 총 부담액은 약 920억원으로, 대한항공은 400억~4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항공권 단거리 노선은 1000원에서 3000원, 미주 노선은 8000원에서 1만원가량 운임 인상 효과가 전망된다.
국제사회는 이미 SAF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25년부터 2% SAF 혼합을 의무화하고 2030년 6%, 2035년 20%까지 확대할 계획이며, 일본은 2030년부터 10% 이상 의무화 예정이다. 인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도 2027~2030년 SAF 의무 비율 상향을 추진 중이다.
한국 정부는 SAF 산업 육성을 위해 ‘SAF 얼라이언스’를 발족해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협력한다. 초과 혼합 시 국제항공 운수권 배분 가점을 부여하고, 차세대 SAF 생산 기술 및 신규 투자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등 정책적 뒷받침도 강화한다. 이는 기후위기 대응과 항공유 수출 경쟁력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전략적 조치다.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SAF 공급 확대와 가격 경쟁력 확보가 최대 과제라고 지적한다. 2023년 SAF 생산량은 전년 대비 두 배 증가했으나 전체 항공유 수요 대비 매우 낮은 비중이며, 수요 확대에 따라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 압력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기업과 여행객들은 항공권 가격 인상이라는 현실적 부담과 동시에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이라는 시대적 요구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로써 한국은 아시아 최초로 SAF 의무화를 시행하는 국가로서, 글로벌 항공 산업의 탈탄소 전환을 선도하는 동시에 국내 신성장동력과 환경 대응을 결합하는 도전적 정책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