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혜주 기자] 2024년 국내에서 매독 환자가 2790명에 달하는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질병관리청이 2025년 8월 발표한 ‘2024년 매독 역학적 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발생률은 5.4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남성이 78%를 차지했고, 20·30세대가 전체의 약 59%를 점유하는 등 ‘2030 남성’이 주요 환자층으로 부상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병기별로는 조기 잠복매독이 1220명(43.7%)으로 가장 많았고, 1기 매독은 983명(35.2%), 2기 매독은 524명(18.8%), 3기 매독은 51명(1.8%), 선천성 매독이 12명(0.4%)으로 확인됐다.
성별로 남성은 2177명(78.0%), 여성은 613명(22.0%)으로, 남성 발생률(8.5명)이 여성(2.4명)보다 약 3.5배 높다. 연령별로는 20대가 853명(14.0명/10만명당), 30대가 783명(전체의 59%)를 기록했다.
국내 감시체계 변화, 환자 수 ‘폭증’의 주요 원인
2024년부터 매독은 기존의 4급 감염병에서 3급으로 상향돼, 표본감시에서 전수감시로 관리체계가 전환됐다. 이에 따라 모든 의료기관에서 발생 건수를 의무적으로 신고하게 되면서 환자 수 집계가 이전보다 훨씬 정확해진 점이 ‘통계상 폭증’의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의료전문가들은 기존 표본감시에선 일부 기관만 통보했으나, 전수감시 전환 후 검진 건수에 따라 진단·신고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매독 환자 동향, 한국과 유사한 증가세
한국뿐 아니라 일본과 미국 등에서도 매독 감염자가 ‘역대 최다’ 수준으로 급증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2022년 1만3250명, 2024년 도쿄도에서만 2460명(1~9월)이 집계됐다. 미국의 경우 2022년 20만7255건이 확인되며, 70년 만에 최악의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미국에선 선천성 매독 환자(태아 감염) 비중이 늘어나면서 영유아 피해가 사회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환자 분포 및 전파 특징
매독은 트레포네마 팔리둠(Treponema pallidum) 박테리아가 병원체로, 성 접촉 뿐 아니라 수직감염, 혈액 전파도 가능하다. 감염 후 증상(1기: 궤양, 2기: 발진 등)은 자연 소실되기도 하지만, 치료하지 않을 경우 장기·신경 등 기저 손상과 합병증을 유발한다.
빠른 진단과 치료가 필수적이며, 증상이 없는 잠복기에도 전염력이 있기 때문에 예방적 검사와 교육이 강조된다.
정책적 대응과 예방 강화
질병관리청은 “전통적으로 20~30대 남성에서 매독 환자가 집중되는 역학적 경향을 보인다”며 “지속적인 감시체계, 역학조사 강화 및 예방관리 정책의 근거 마련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2024년 1월부터 감염병 등급 조정과 신고 기관 확대를 통해 감시체계가 한층 강화되었으며, 이는 실질적 환자 집계 개선과 예방정책 설계에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매독 얼마나 무서운가…단계적 발병과 치명적 합병증
매독은 트레포네마 팔리둠 박테리아에 의해 유발되는 강력한 성매개 전염병으로, 신체 모든 장기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전신 침습성 감염병’으로 평가받는다. 세계적으로 매년 약 600만명이 새로 감염되며, 매독으로 인한 사망자는 10만7000명에 이른다.
매독은 감염 후 1기(무통성 궤양, 통증 없는 상처)→2기(전신 발진, 림프절종대, 다양한 전신증상)→3기(잠복기 후 중추신경계, 심장, 뼈, 눈 등 장기 침범)의 단계를 밟아 진행된다. 2기 매독의 경우 손바닥·발바닥 등 신체 곳곳에 특징적 발진이 나타나고, 전신 피로·체중감소·두통·근육통 등 다양한 증상이 동반된다.
치료받지 않은 만성 매독 환자 중 약 10%에서 심혈관계 질환, 7%에서는 신경매독(치매, 치명적 뇌·신경손상), 일부 환자에서는 실명, 정신지체, 간·신장염까지 다양한 장기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최근 국내 연구에서는 매독 환자 44만여명 중 1.4%에서 눈의 합병증(주로 ‘포도막염’)이 확인되며, 실명 위기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고혈압, 당뇨병 등 대사질환과 동반될 경우 백내장, 녹내장 발병률이 1.5배 높게 보고됐다.

임산부 감염 시 태아에 심각한 위험 초래
매독 감염 산모는 ▲조산 ▲사산 ▲청력상실 ▲뇌수종 ▲정신지체 등 치명적인 선천성 합병증을 아이에게 전파할 수 있다. 실제로 개발도상국에서 임산부 감염의 20% 전후가 영아 사망 원인으로 집계된다.
감염 경로와 전파 방식…1회 성접촉만으로도 약 30%가 감염
감염 경로는 우선 성적 접촉이다. 감염자의 피부궤양/점막과 직접 접촉 시 전파되며, 주로 성기·항문·구강 등 점막을 통해 감염된다. 두번째 감염경로는 수직 감염이다. 임신부로부터 태아로 전이되어 선천성 매독을 유발하며, 이 경우 조산, 사산, 선천성 결손이 이뤄질 수 있다. 드물게 혈액 접촉도 감염이 이뤄질 수 있다. 감염자의 상처 분비물 통한 감염이다.
하지만 손잡이나 식기, 변기 등 간접 접촉으로는 전파되지 않는다. 감염 초기 전염력은 매우 강해서, 1회 성접촉만으로도 약 30%가 감염될 수 있다.
왜 ‘잠복형 슈퍼감염병’인가
매독은 잠복기가 길고 증상 없이 수년간 체내에서 활동할 수 있어, 치료가 늦어지면 치명적 후유증(치매·실명·심장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만성신경매독, 심혈관매독은 단 한번의 진단 기회를 놓치면 평생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잠복형 슈퍼감염병’으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