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최근커뮤니케이션스 바이오로지(Communications Biology)에 발표된 획기적인 연구에서 영장류의 엄지손가락 길이와 뇌 크기 사이에 강력한 상관관계가 확인됐다.
University of Reading, Durhum University 보도자료를 비롯해 Phys.org, BBC, Technology Networks, Discover Magazine의 보도에 따르면, 연구진은 94종에 달하는 현생 및 멸종한 영장류를 분석한 결과, 더 긴 엄지손가락을 가진 종이 일관되게 더 큰 뇌를 갖고 있음을 밝혀냈다.
이는 손의 섬세한 움직임 능력과 뇌 진화가 영장류 전체 계통에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최초의 직접적 증거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이 연구는 손의 조작 능력 향상과 관련된 뇌 부위가 운동을 담당하는 소뇌가 아닌, 인지와 감각 처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피질(neocortex)이라는 점을 밝혀내어 이전 학계의 예상을 깨뜨렸다.
신피질은 인간 뇌 용적의 약 절반을 차지하며 감각 정보를 통합하고 의식, 고등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복잡한 층상 구조다.
주 저자인 조안나 베이커 박사는 “큰 뇌와 민첩한 손가락은 별개로 진화한 것이 아니며, 물체를 집고 조작하는 능력이 커질수록 이를 뒷받침할 뇌의 크기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인간과 인류의 멸종 친척뿐 아니라 다른 모든 영장류에서도 이 상관관계가 지속된다는 사실이다. 연구진이 인체 데이터를 제외하고 다시 분석했을 때도 엄지손가락 길이와 뇌 크기의 관계는 유의미하게 유지됐다.
이에 대해 더럼 대학교 인류학과의 로버트 바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손 해부학과 뇌 크기를 연결하여 인간과 다른 영장류가 세상을 손으로 잡고 조작하는 데 핵심적인 기능을 제공하는 두 특징의 공진화를 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는 영장류가 수백만 년에 걸쳐 물체를 다루는 손의 정밀성과 인지 능력을 함께 발달시켜 왔다는 진화론적 시사점을 제시한다. 뇌 진화 과정에서 몸의 미세한 움직임을 담당하는 신경학적 ‘비용’이 큰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며, 인지능력과 수작업 능력이 함께 진화해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의 독특한 생물학적 특성을 만들었음을 밝힌 셈이다.
연구진은 앞으로 신피질이 어떻게 손의 조작 능력과 연결되는지 정밀한 신경과학적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진화인류학과 신경생물학 분야에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제시하면서, 인간의 복잡한 행동과 정신 기능의 기원을 다시 보게 하는 중요한 발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