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2025년 7월, 중국 선전(Shenzhen)의 지하철 플랫폼에서 시민들은 전례 없는 광경을 맞이했다.
LED로 표정이 구현된 1미터 크기의 펭귄 모양 배달로봇 수십 대가 인간 승객들과 함께 줄을 서서 2호선 열차에 오르는 모습이다.
이 자율주행 로봇들은 세계 최초로 지하철 노선을 활용한 도심 ‘미들마일’ 자동배달 시스템을 구현하며 7-Eleven(세븐일레븐)을 비롯한 100여개 역내 편의점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유통 혁신 실험을 시작했다고 China Daily, South China Morning Post, VN Express 등의 매체들이 보도했다.

첨단 로봇 공급망: '사람 대신 로봇'이 지하를 누빈다
프로젝트는 부동산 대기업 완커(Vanke)의 자회사 VX Logistics와 선전 지하철의 협업으로 시행됐다. 총 41대의 로봇이 현재 선전 지하철 2호선 구간에서 가동 중이다.
선전시는 하루 약 900만명의 대중교통 이용객을 기록하며, 100개가 넘는 세븐일레븐 등 소매점이 지하철 역사 내에 위치해 있다. 기존에는 배송 인력이 지상에서 짐을 푼 뒤 직접 카트를 밀고 역 내부까지 이동해야 했지만, 로봇 투입 이후 혼잡·주차·인건비 등 각종 비효율이 대폭 감소했다는 평가다.
로봇 배달, 어떻게 작동하나…AI·LiDAR·특수 섀시 결합
각 로봇에는 파노라마 라이다(LiDAR) 센서와 AI 기반 배차 시스템이 탑재됐다. 실시간 주문·매장 위치·열차 운행정보 등 수십 가지 변수에 맞춰 배송 동선을 스스로 설정한다. 계단, 승강기, 열차 승하차 등 지하철 특유의 환경에 대응하도록 특수 섀시로 설계됐다.
게다가 오프피크(비혼잡) 시간대에 집중 운행해 일반 승객과의 충돌을 최소화하고 있다. 운행데이터는 원격 관제시스템으로 실시간 수집되어 알고리즘과 하드웨어가 끊임없이 업그레이드된다.
VX Logistics의 자동화 책임자인 Hou Shangjie는 “실제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더욱 정교한 경로 설정과 서비스가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차이나 데일리는(China Daily)는 “로봇 41대만으로도 모든 역내 편의점의 피크타임 배송을 안정적으로 커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시스템의 도입은 기존 방식과 달리 도로 교통체증 및 탄소배출, 배송 인력 관리비용 감소 등 도시 물류의 기존 병목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븐일레븐 매장 관리자 리얀얀은 지역 언론에 “이전에는 사람이 직접 대량 운반을 해야 했다. 로봇 덕분에 훨씬 편해지고 효율적이다”고 말했다.
스마트시티 전략…글로벌 도시정책에 시사점
이 프로젝트는 2027년까지 서비스·산업용 로봇 보급 확대를 목표로 하는 선전시 ‘구체화된 지능형 로봇 실행 계획’의 대표 사례다. 선전은 이미 1600여개 로봇기업이 집적한 중국 내 최대 로봇산업의 실험장으로 부상했다.
향후 VX Logistics는 단일 점포가 아니라 여러 점포, 여러 목적지, 이종 운송수단 연계 등 배달 플랫폼 확장을 예고하며 “지하철을 도심 배송의 동맥(artery)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주목할 점은, 유럽·미국의 배달로봇 혁신이 주로 도심 근거리 ‘라스트마일’에 집중돼 있지만, 선전은 대중교통망을 활용한 ‘미들마일’ 자동화라는 새로운 스탠더드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AI·로보틱스가 도시가 연결될 때
“펭귄 로봇이 지하철을 달린다”는 이 소식은 단순한 화젯거리가 아닌, 세계 도시 물류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는 사건이다.
자체적인 AI·로보틱스·스마트 인프라의 융합으로 ‘도시 중거리 배송(미들마일)’의 실험이 성공적으로 검증될 경우, 글로벌 주요 도시에서의 도입도 잇따를 전망이다.
선전의 ‘스마트시티 물류 실험’은 앞으로도 세계 도시 정책과 자동화 산업의 표준을 새롭게 써나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