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61)와 방송기자 출신 로런 산체스(55)의 이탈리아 베네치아 초호화 결혼식이 2025년 6월 말, 세계 언론과 여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사흘간 이어진 이 행사에 대해 Forbes, CNN, Newsweek, Reuters등의 해외 유력매체들은 단순한 ‘억만장자 결혼식’ 이상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파장을 남겼다고 보도했다.
결혼식 규모와 비용, 그리고 ‘상징성’
베이조스 커플의 결혼식은 약 200명의 글로벌 슈퍼스타와 재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베네치아의 역사적 명소와 최고급 호텔, 미슐랭 3스타 셰프의 케이터링, 무라노 유리 기념품 등으로 꾸며졌다.
현지 벤치마크와 업계 소식통을 종합하면 실제 결혼식 비용은 최소 2000만 달러(약 270억원)에서 최대 5600만 달러(약 760억원)로 추산된다. 베네토 주지사 루카 자이아는 4000만 유로(약 64억원) 이상이 들었다고 밝혔으나, 해당 수치는 직접적 근거보다는 언론 추정에 가깝다.
이 금액은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 기준 베이조스의 총재산 2440억 달러(약 329조원)의 0.02%에 불과하다. 미국 평균 가계 순자산(약 106만 달러)과 비교하면, 평범한 미국인이 250달러(약 34만원) 미만을 결혼식에 쓰는 셈이다. 건설노동자, 간호사, 법조인 등 직업별 평균 순자산 대비로 환산하면, 스타벅스 커피 두 잔 혹은 햄버거 두 개 값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경제적 효과, 베네치아에 ‘1조5000억원’ 낙수효과
이 결혼식은 베네치아 현지 경제에도 엄청난 파급효과를 남겼다. 이탈리아 관광부와 컨설팅업체 JFC에 따르면, 결혼식이 창출한 직접·간접 경제효과는 약 9억5700만 유로(약 1조5000억원), 이는 베네치아 연간 관광수입의 68%에 달한다. 200명의 하객이 30대의 수상택시와 5개 이상의 최고급 호텔을 이용했고, 각 하객이 도시 경제에 미친 효과는 1인당 480만 달러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 중 실제 결혼식 지출(숙박, 식음료, 교통 등)은 약 3300만 달러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글로벌 미디어 노출 효과 등 간접효과로 집계됐다. 베네치아는 최근 관광객 감소와 경제 침체를 겪고 있었으나, 이번 행사를 계기로 도시 이미지와 관광산업 회복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초호화, 초연예인 결혼식…비판과 논란도 ‘후끈’
그러나 이 같은 ‘호화 과시’는 현지 시민단체와 환경단체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베이조스를 위한 공간은 없다(No space for Bezos)”는 현수막이 도심 곳곳에 내걸렸고, 시위대는 “억만장자의 사적 이벤트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도시를 사유화했다”며 비판했다. 베네치아는 이미 오버투어리즘, 주거난, 기후위기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이다.
베이조스 측은 환경단체와 연구기관에 1백만 유로씩 기부하며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으나, 시민단체는 “면죄부용 생색내기”라며 냉소적으로 반응했다.
헐리우드·정치권의 ‘조롱’과 사회적 논쟁
헐리우드 배우 샤를리즈 테론은 “우리가 베이조스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한 유일한 사람일 것”이라며 “그들은 재수 없고, 우리는 멋지다”고 직설적으로 꼬집었다. 그는 “세상이 불타는 이 시기에, 억만장자의 과시적 소비는 시대정신에 역행한다”고 비판했고, 코미디언 로지 오도넬 역시 “억만장자들의 사치와 쇼에 구역질이 난다”고 SNS에 남겼다.
이런 반응은 단순한 시기심을 넘어, 세계적 불평등과 사회적 책임, 자본의 윤리성에 대한 논쟁으로 확산됐다. 뉴욕타임스 등은 “베이조스의 결혼식이 헐리우드, 실리콘밸리, 정치권의 권력 네트워크와 자본 집중의 상징”이라고 보도했다.
‘사치의 극치’인가, ‘경제효과의 상징’인가
베이조스의 베네치아 결혼식은 억만장자 개인의 사치와 과시, 그리고 도시 경제 부흥과 글로벌 미디어 효과라는 두 얼굴을 동시에 보여줬다. 현지 경제에 단기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남겼으나, 사회적 불평등과 문화유산의 사유화, 환경문제 등 근본적 논쟁을 촉발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초호화 이벤트’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