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와 약혼녀 로런 산체스의 ‘세기의 결혼식’이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6월 26일부터 사흘간 열릴 예정인 가운데,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와 현지 시민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도시 곳곳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베네치아를 빌릴 수 있다면 세금을 더 내라” 현수막 시위
6월 23일(현지시간)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에는 그린피스 이탈리아와 영국 저항단체 ‘Everyone Hates Elon(모두가 일론 머스크를 싫어해)’이 대형 현수막을 펼쳤다.
현수막에는 베이조스의 얼굴과 함께 “결혼식을 위해 베네치아를 빌릴 수 있다면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경찰은 곧바로 현수막을 수거했으나, 시위는 SNS와 현지 언론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시위 주최 측은 “베이조스는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경제·사회 시스템 붕괴의 상징”이라며 “사회적 불평등과 기후 위기가 심화하는데, 억만장자가 도시 전체를 사적으로 점유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아마존의 포장재·물류 인프라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베이조스의 낮은 실효세율 등도 함께 비판의 대상이 됐다.
“관광지의 사유화, 주민은 내쫓기고 도시만 소모품”
베네치아는 연간 20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대표적 유네스코 세계유산 도시다. 그러나 현지 주민들은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관광객 급증과 함께 소음, 치솟는 집값, 사생활 침해, 상업화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베이조스 커플의 결혼식은 약 200명의 글로벌 셀럽과 VIP 하객을 위해 베네치아의 최고급 호텔과 수상택시, 주요 명소를 대거 예약하며, “도시 전체를 사적으로 빌렸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No Space for Bezos(베이조스를 위한 공간은 없다)”라는 시민단체가 리알토 다리 등 상징적 건축물에 반대 현수막을 내걸었고, 일부 시위대는 결혼식 당일 운하에서 수영하거나 수상택시를 막는 등 직접 행동도 예고했다.

베이조스 측 “도시·환경에 기부”…현지 반응은 엇갈려
베이조스는 결혼식에 앞서 베네치아 석호 생태계를 연구하는 학술기관 ‘코릴라’에 100만 유로(약 15억원)를 기부했다. 유네스코 베네치아 사무소, 베니스 국제대학 등에도 기부가 이뤄졌다. 코릴라 측은 “4월부터 논의된 기부로, 시위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베네치아 시장과 주지사는 “이번 결혼식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베네치아의 수상택시, 호텔, 전통 제과점, 무라노 유리공방 등 지역 업체들도 행사에 참여한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환경단체는 “관광객과 VIP만을 위한 도시 운영, 부의 집중, 환경 파괴가 더 심화된다”며 반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세기의 결혼식’이 드러낸 사회적 균열
베이조스의 초호화 결혼식은 단순한 셀럽 이벤트를 넘어, 도시의 사유화·관광지 상업화·기후위기·부의 불평등 등 글로벌 이슈의 축소판이 됐다.
현지에서는 “이런 행사가 진정 베네치아와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