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윤슬 기자] AI 스타트업 퍼플렉시티(Perplexity)가 구글의 크롬(Chrome) 웹 브라우저를 345억 달러(47조8200억원)에 인수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아 IT 업계와 반독점 규제 논란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번 제안은 퍼플렉시티 자체 기업가치 180억 달러의 두 배에 가까운 거액이며, 구글에 대한 미국 법원의 독점 금지 구제책 판결을 앞둔 결정적 시점에서 제시됐다.
TechCrunch, Built In, Economic Times, techbuzz.ai 등의 보도에 따르면, 퍼플렉시티는 이르면 8월 중 연방지방법원 판사 Amit Mehta가 내릴 구글의 독점 사건에 대한 구제책 판결을 앞두고 이번 제안을 알파벳에 공식 전달했다.
법무부는 크롬의 강제 매각을 잠재적 구제책으로 제안했지만, 구글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크롬은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의 약 3.5억명 이상이 사용하며, 글로벌 브라우저 시장의 66%를 차지한다. 이는 모바일과 데스크톱 모두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이며, 구글 광고 수익 2조 달러 생태계의 중추적 역할을 한다.
퍼플렉시티는 크롬의 오픈소스 기반인 Chromium을 유지하고, 기본 검색 엔진으로 구글을 유지할 것임을 약속하며, 2년간 30억 달러를 투자해 크롬 브라우저 개발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월가 및 업계 분석에서는 크롬의 가치가 200억~500억 달러로 평가되며, 퍼플렉시티의 제안이 업계 내 보수적 평가보다 상당한 프리미엄을 포함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이번 인수 제안은 퍼플렉시티가 최근 7월 출시한 AI 통합 웹 브라우저 '코멧(Comet)' 출시와 맞물린다. 코멧은 인공지능 검색 엔진과 AI 비서 기능을 내장해 페이지 요약, 탭 관리, 스케줄링 자동화 등을 제공하며, 최고 등급 구독자 대상으로 월 200달러에 제공된다.
퍼플렉시티 CEO 아라빈드 스리니바스는 코멧을 "인지 운영체제"라고 불러, 단순한 웹 탐색을 넘어선 지능형 브라우징 혁명을 노리고 있다.
한편, 크롬 인수 경쟁에는 오픈AI, 야후, 사모펀드 업계의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등도 참여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구글은 강제 매각이 혁신 저해 및 사용자 프라이버시와 보안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며, 애플 및 모질라 등과의 독점 계약 조건 완화 등 더 제한적인 구제책을 제안하고 있다.
2025년 현재 크롬의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은 데스크톱 65.7%, 모바일 66.7%에 달해 절대적인 지위를 확고히 하고 있으며,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최고 71.5%, 남미 78.5%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지역별로도 독보적이다. 그러나 북미에서는 애플의 사파리 점유율 상승으로 50.4%로 다소 낮아졌으나, 데스크톱 환경에서는 여전히 압도적이다.
이번 퍼플렉시티의 345억 달러 현금 제안은, 벤처 캐피털과 대형 투자 펀드의 자금 지원을 바탕으로 한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투자자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자체 기업가치(180억 달러)를 상회하는 '무모한 도박'으로 평가받지만, 구글의 미래가 판결에 따라 급변할 수 있음을 감안하면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이번 사건은 AI 스타트업들이 구글 등 거대 IT 공룡의 핵심 서비스 탈취를 통해 인터넷과 AI 생태계 주도권을 노리는 새로운 국면으로, 독점 금지법 판결과 맞물려 기술 경영과 규제 환경 변화의 중대한 분기점이 되고 있다.
이처럼 퍼플렉시티가 독보적 시장 지위를 가진 크롬을 인수해 독립적인 운영체제로 전환시킨다는 제안은, 선점적 투자 전략이자 반독점 규제 대응 마스터플랜으로 평가받는다. 결국 구글의 크롬 운명은 이번 2025년 8월 하반기 주요 판결과 그 이후 이어질 기술 시장 재편 과정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