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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콘텐츠인사이트]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많다’…<모자무싸> 1화를 보고

올림의 콘텐츠코치 (42)

 

사실 단 1화만 보고 감상을 남긴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가깝다. 그럼에도 굳이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이유는 잠을 설치다 새벽에 깨면서 느꼈던 그 신선함과 몽롱함의 순간을 온전히 붙잡고 싶어서다.

 

박해영 작가의 신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화제를 몰고 온 작품. 그 정도의 기대감은 알고 있었다.

 

한때 영화와 방송 등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홍보를 담당했던 필자지만 <또오해영>은 놓쳤다. 대신 업계를 떠난 뒤 <나의 아저씨>와 <나의 해방일지>를 통해 작가님의 세계를 뒤늦게 만났다. 특히 <나의 아저씨>는 각본집까지 구매했을 정도로, 그녀가 빚어내는 단어와 문장, 그리고 인물의 화법에 깊이 매료됐다.

 

보통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이 맞아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이하 모자무싸)>는 달랐다. 먹을 것이 넘쳤다. 아니 흘러넘쳤다.

 

사전 정보를 최소화한 채 작품에 몰입하는 편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것을 덮어두고 오롯이 느끼는 방식으로 1화에 빠져들었다.

 

‘구교환’, 갈수록 압도적이다. 주어진 역할을 소화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가지고 논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사회적으로는 루저로 비춰질 수 있는 인물. 그러나 그 안에는 외강내유의 섬세함이 있다. 가난하지만 위축되지 않았고, 은근히 소외된 존재였지만 결코 비굴하지 않다. 술에 취해 버스에 앉아 무선 헤드폰 음악에 몸을 맡기는 장면에서는 <조커>의 잔상이 스친다.

 

그리고 ‘고윤정’, 말 그대로 연타석 홈런이다. <무빙>에서 눈여겨봤고, <이 사랑 통역 되나요>에 이어 이번 작품까지 흐름이 좋다.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결의 매력을 지닌 배우이다.

 

대사 하나하나가 꽂히고, 주조연 배우들의 표정 하나에도 시선이 멈춘다.

 

보통 영화는 “감독이 누구지?”, 드라마는 “이거 누구 작품이지?”라고 묻는데 이제는 질문 공식이 바뀐 듯하다.

 

“이번 작가는 누구지?”

 

사족 하나. 이번 작품은 제목이 압권이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싸운다’가 아니라 ‘무가치함과 싸운다’고 말한다. 이 미묘한 전환. 요즘 말로 하면 제대로 된 ‘킥’이다.

 


◆ ‘루저(loser)’를 바라보는 그녀만의 시선

 

<나의 아저씨>의 고 이선균, <나의 해방일지>의 손석구, 그리고 이번 <모자무싸>의 구교환.

 

공통점은 명확하다. 모두 남자 배우, 그리고 집단 내에서 ‘루저’로 비춰지는 인물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결코 납작하지 않다. 진솔하고, 그래서 매력적이다. 결국 자신만의 서사를 통해 ‘위너’로 나아간다.

 

이 지점에서 박 작가의 캐릭터 공식은 설득력을 얻는다. 그리고 이 공식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또 하나의 양념은 OST다. 물론 작가 혼자 만들어내는 결과물은 아니겠지만, 공교롭게도 빠져들었던 세 작품 모두 음악이 탁월했다. LP를 구하려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던 기억까지 떠오른다.

 

◆ 지극히 일상적인 배경과 소품에 대한 관조

 

요즘은 조금 달라졌지만,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종영 즈음이 되거나 화제가 된 뒤에야 역주행하는 습성이 있다.

 

개봉 전 한국 영화는 예매부터 서두르며 챙겨보는 편이지만, 드라마는 늘 한 템포 늦게 접근했다. 돌이켜보면 특별한 이유는 없다. 일종의 루틴이다. 저항하다가 맛보는 콘텐츠가 더 달콤하기 때문이다.

 

<나의 아저씨>의 커피믹스, <나의 해방일지>의 소주와 평상. 그리고 이번 <모자무싸>에선 손목시계와 기찻길.

 

모두 일상에서 흔히 마주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박 작가의 드라마 안에서는 다르다. 장소와 사물에 ‘혼’이 실린 듯한 감각이 있다. 보고 나면 가보고 싶고, 끝나고 나면 먹고 싶어진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그 안에 서사가 스며 있기 때문인 듯 하다.

 

결국 포털사이트를 통해 편성 정도는 찾아봤다. 모 종편 채널의 주말 드라마다. 다행히도 넷플릭스에 올라온다.

 

단언컨대, 오늘의 할일은 퇴근 후 집에 도착하면 바로 2화를 이어보게 될 것 같다…(to be continued)

 

P.S.
어른인데, 더 어른이 된다. 끝없는 성장 드라마다. 박해영 작가님이 집필하면 ‘원고’는 결국 ‘인생’이 된다. 무엇을 볼지 고민하던 숙제를 이 작품이 대신 해결해줬다. 감사합니다.

 

* 칼럼니스트 ‘올림’은 건설, 자동차, 엔터테인먼트, 식음료, 소재·화학, IT, 패션 등 다양한 업계를 거쳐온 홍보전문가입니다. 인증코치이기도 한 그는 ‘영원한 현역’을 꿈꾸는 미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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