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처음 인지한 시점이 언제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처음에는 그저 연기 잘하는 조연 배우, 외모를 뛰어넘는 연기력을 가진 배우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분명히 기억한다.
염.혜.란.
세 글자만으로도 존재감을 설명할 수 있는 배우다.
그 배우가 주인공으로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제목도 심상치 않았고, 예고편과 소개 글만 봐도 웃음과 감동이 적절히 버무려진 작품일 것 같았다. 주말, 생일 주간을 마무리하는 의미로 와이프와 함께 극장을 찾았다. (*아내 역시 염혜란 배우를 좋아하기에 기꺼이 동행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표현하기가 조금 난감하다. 이도 저도 아닌 작품이었다.
함께 본 아내의 한마디가 가장 정확한 평가였을지도 모른다.
“그냥… 뭐… 음….”
굳이 정리하자면 죽도 밥도 아니었다는 표현이 가까울 것 같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따뜻한 결말 정도. 그 한 가지를 제외하면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장면을 찾기 어려웠다.
◆ 현실감도, 유머 코드도, 감동 포인트도 부족
공무원 조직을 묘사하는 장면부터 다소 진부했다. 어린 시절 보던 드라마 <TV 손자병법>이 떠오를 정도로 과장된 장면들이 이어졌다. 과장님(5급)의 호통은 현실적이라기보다 지나치게 과장된 설정처럼 느껴졌다.
영화라면 코미디 장르가 아닐지라도 또 억지로 웃기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터져 나오는 실소 정도는 있어야 한다. 어떤 장면에서는 빵 터지는 폭소도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런 순간은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다. 애써 웃지 않으면 어색해질 것 같은 몇 장면을 제외하면 미소조차 짓기 어려웠다.
더구나 보통 이런 영화는 재미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마지막에 가슴을 울리는 감동을 남기곤 한다. 그래서 관객은 “그래도 좋은 영화였다”는 마음으로 박수를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그마저도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 듯했다.
눈가에 맺힌 아주 작은 물기는 있었지만, 그 감정은 영화가 만들어낸 감동이라기보다 내 삶의 기억과 경험이 떠올라 생긴 감정에 가까웠다.
◆ 상대의 자리에 앉아보는 경험, ‘사이코드라마’
코칭 현장에서 종종 사용하는 기법 중 하나가 있다. 이전 칼럼에서도 몇 차례 언급했지만 ‘빈 의자 기법(Empty Chair)’이다.
코칭 과정에서 코치는 고객 앞에 빈 의자를 하나 놓는다. 그리고 그 의자에 자신이 아닌 상대방의 입장으로 앉아 보게 한다. 상대의 시선과 마음을 대신 말해 보게 하는 일종의 역할극이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깨달음을 얻는다.
부모는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고,
교사는 학생의 입장을 새롭게 보게 되며,
직장 상사는 부하 직원의 심정을 비로소 체감하게 된다.
단순해 보이지만 상대의 관점으로 이동해 보는 경험은 생각보다 강력한 변화를 만들어낸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사이코드라마(Psychodrama)’라고 부른다고 들었다.
이 영화에서도 이러한 장치를 소재적으로 활용하려 한 흔적이 보인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장면들이 깊은 울림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장면 하나하나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느낌이 강했다. 마치 장면을 따로 촬영해 이어 붙인 듯한 인상이랄까.
익숙한 얼굴의 조연 배우들도 여럿 등장했지만, 그들이 가진 개성과 연기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점도 아쉬웠다. 결국 문제는 배우가 아니라 연출의 힘이었던 것 같다.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준 메시지는 나쁘지 않았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가능성을 남겨두는 결말. 어쩌면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각자의 자리에서 버티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세상이 때로는 어지럽고 버거운 전쟁터처럼 느껴지더라도 말이다. 그 속에서도 각자의 전사로서 살아가는 역할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을까.
혹시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서 상대의 의자에 한 번 앉아 본 적이 있는지 여러분께 살짝 묻고 싶다…(to be continued)
P.S: 염혜란 배우의 파트너이자 부하 직원으로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는 조울증을 가진 인물 같은데, 배우가 꽤 애를 쓰는 것이 보였다. 다만 캐릭터의 감정선이 충분히 설득력을 얻지 못해 관객이 그 인물에게 감정 이입을 하기는 쉽지 않았다. 동화도, 공감도, 동감도 만들어내지 못한 점이 참 아쉽다.
* 칼럼니스트 ‘올림’은 건설, 자동차, 엔터테인먼트, 식음료, 소재·화학, IT, 패션 등 다양한 업계를 거쳐온 홍보전문가입니다. 인증코치이기도 한 그는 ‘영원한 현역’을 꿈꾸는 미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