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의 법칙’.
머피의 법칙처럼, 이제는 이것도 하나의 법칙이라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까.
수십, 아니 수백 편의 콘텐츠가 넘쳐나지만 막상 리모컨을 들고 채널을 돌리다 보면 건질 만한 작품 하나 찾기 어렵다. 심지어 신작마저 이미 본 작품일 때가 있다. 선택지는 넘치는데, 선택할 것은 없는 아이러니.
나는 그 상황을 ‘넷플의 법칙’이라 부른다.
이럴 때는 미련없이 ‘디즈니플러스’나 ‘쿠팡플레이’로 옮긴다. 그래도 없다면 ‘티빙’까지. 플랫폼을 옮겨 다니는 이 행위 자체가 이미 하나의 소비 패턴이 된 시대인 듯 하다.
주말이었다. 나른하게 흘려보내고 싶었지만 현실은 평일처럼 분주했다. 겉으로는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안에서는 알 수 없는 피로와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었다. (*사실 그 이유를 누구보다 명확히 알고 있지만, 애써 내가 나를 속이고 있다. 정확힌 마인드 콘트롤 상태)
그때 티빙에서 이 영화를 만났다. <실제상황>.
이전에 언급한 적 있지만, 필자는 작품 그 자체로 놓고 볼 때 홍상수와 고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 정형화되지 않은 흐름, 예측을 비껴가는 장면 구성, 그리고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교묘하게 흔드는 연출. 그 불균질한 리듬이 묘하게 끌린다.
웬만한 작품은 다 봤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보지 못한 김기덕 감독의 영화가 남아 있었다. 제목만으로는 내용을 가늠하기 어려웠지만, 어느새 채 2시간이 안되는 착한 러닝타임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투 썸즈 업’까지는 아니어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 과거를 스치는 감각, 그리고 익숙함 이전의 얼굴들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그곳의 무명 화가.
인형뽑기 기계가 아닌 리어카 위에 놓인 인형들.
그리고 지금은 톱스타가 된 배우, 주진모.
영화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의 시선으로 과거를 바라보는 묘한 즐거움. 이미 알고 있는 미래를 안고 과거를 관찰하는 경험이다.
영화는 끊임없이 묻는다. 이것이 실제인가, 아니면 가상인가.
누구나 마음속 어딘가에 눌러둔 감정이 있다. 분노, 충동, 억눌린 욕망. 그것을 억제하며 살아가지만, 한순간의 균열로 터져 나올 수도 있다. 영화는 그 경계를 건드리며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만들어낸다.
20여년 전 영화 같은데 김기덕 감독 특유의 감각은 여전히 유효했다.
◆ 마음속 ‘서랍’…꺼낼 것인가 닫아둘 것인가
코치 동기이자 믿음직한 후배가 있다. 어느 날 이런 이야기를 했다.
“쌍둥이를 키우다 보면 화가 날 때가 많아요. 그런데 그걸 바로 드러내지 않고 마음속에 서랍 하나를 만들어 차곡차곡 쌓아둡니다. 저는 ‘서랍맘’이에요.”
그 말을 듣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젊을 때는 단순했다.
화가 나면 표현했고, 졸리면 잤고, 배가 고프면 먹었다.
하지만 군대를 거치고 사회에 들어서면서 방식이 달라졌다.
화는 참고, 졸음은 버티고, 허기는 미뤘다.
이제는 회사에서도, 가정에서도 일정한 위치를 가진 나이가 되었다. 신기하게도 감정의 결이 달라진다.
화를 내야 할 순간에도 쉽게 드러나지 않고,
졸린데도 일찍 눈이 떠졌고,
배가 고프면 그저 ‘공짜 다이어트’쯤으로 넘긴다.
단순한 변화가 아니다. ‘마음가짐’의 문제다.
‘약관’을 지나 ‘불혹’을 거치고, 어느덧 ‘지천명’에 닿았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순’의 문턱에 설 것이다.
모든 것을 알게 되는 시점에서 우리는 오히려 부드러워진다. 세상은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만약 모든 것이 내 의지대로 흘러간다면, 그것은 ‘실제상황’이 아니라 ‘가상현실’일 것이다.
오늘도 ‘순리대로’라는 네 글자를 마음속에서 되뇐다. 그렇게 하루를 다시 살아낸다…(to be continued)
P.S. OTT를 여러 개 구독하다 보니 지출도 만만치 않다. 하나만 가입해도 다 볼 수 있는 ‘슈퍼 OTT’가 합리적인 가격으로 등장한다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반길텐데. 그리고 후시(촬영 후 사후녹음)가 없던 시절인지 대사가 잘 안들릴 수 있으니 볼륨을 높이고 보세요.
* 칼럼니스트 ‘올림’은 건설, 자동차, 엔터테인먼트, 식음료, 소재·화학, IT, 패션 등 다양한 업계를 거쳐온 홍보전문가입니다. 인증코치이기도 한 그는 ‘영원한 현역’을 꿈꾸는 미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