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달아 홍상수 감독님의 영화를 마주한 날이다. 말 그대로 ‘땡 잡은 날’이다. 키득거리며, 피식 웃음을 흘리며 그의 영화를 보기 위해 심야 극장을 찾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나도 쉰을 바라본다.
넷플릭스가 지겨우면 디즈니플러스를 켰고, 그것마저 식상하면 쿠팡플레이에 접속한다. 그런데 의외로 이 플랫폼에 독립영화가 많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솔직히 몰랐다. ㅜㅜ)
그의 작품을 거의 다 봤다고 자부했는데, 오늘따라 유독 눈에 들어온 것이 있다.
바로 ‘술, 담배, 음식’
생각해보면 그의 영화는 언제나 이 세 가지를 중심으로 일상의 결을 직조해왔다.
초창기 작품들은 작가적 색채가 강하면서도 일정한 흥행성을 동반한 상업영화의 성격을 지녔다고 본다. 그러다 어느 순간, 진짜 ‘독립’을 택한 듯한 행보로 이어졌고, 지금은 완연한 독립영화의 길을 걷고 있다. 여전히 팬이지만, 초창기 특유의 농도 짙은 ‘맛’이 조금은 옅어진 듯해 아쉬움도 커진다.
그렇게 다시 만난 작품이 바로 <수유천>이다.
(*필모그래피를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제목이 있었던가 싶다.)
늘 그렇듯이 특별한 사건은 없다. 권해효가 등장하고, 김민희도 자연스럽게 모습을 드러낸다. (그래야 홍감독님 영화지~ 페르소나의 등장이 반갑다) 낯설지 않다. 어제 있었던 일 같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법한 하루의 단면 같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유독 밋밋하게 다가왔다.
톡톡 튀는 연기도, 봄나물처럼 향긋하게 살아나는 대사도, 입꼬리를 슬며시 끌어올리던 그 특유의 실소도 보이지 않았다.
줌인과 줌아웃을 오가던 카메라의 리듬도,
전원사 특유의 손글씨 같은 크레딧도,
마치 도화지 위에 물감으로 찍어낸 듯한 그 상징도 흐릿해졌다.
사실 제목은 유난히 내 마음을 끌어 당겼다.
수유리, 미아리, 그리고 빨래골.
그 지명을 기억하는 세대다. 대학 시절의 기억도 그 주변에 남아 있고, 수유동과 미아동으로 바뀌던 시간의 흐름도 지켜봤다. 도시의 이름이 바뀌는 순간을 몸으로 겪은 세대다.
그래서 더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수유천>은 그저 한 장면에서 차용된 제목 정도로 느껴졌다. 영화의 서사와도, 정서적 결에도 깊게 맞닿지 않는 따로국밥 느낌이다.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것이 변한다. 어쩌면 감독 특유의 페이소스와 연출 역시 그 흐름을 비껴갈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치고 힘들 때, 대놓고 웃기지 않아도…객석 어딘가에 숨어 들키지 않게 터뜨리던 그 웃음.
그 시절의 감각이 문득 그리워진다.
◆ 점점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
예전 자동차 회사에 몸담았던 적이 있다. 주니어 시절이었다.
‘카세트테이프’, ‘시거잭’, ‘CD 체인저’.
이 세 가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한때 뉴스의 소재였던, ‘자동차에서 사라지는 것들’이었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USB 포트와 모바일 충전 장치였다.
코칭을 하다 보면 미래를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과거를 복기하게 하는 경우가 더 많다.
경험을 되짚고, 놓친 것들을 돌아보게 한다.
그 과정에서 비로소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움직일 이유가 또렷해진다.
바쁘게 흘러간 한 주 끝에 맞이한 이번 주말,
나는 홍상수 감독의 놓쳤던 두 편의 영화를 이어 보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큰 아쉬움을 남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고, 빨래를 하고, 식기세척기와 스타일러, 건조기를 돌리는
이 평범한 일상의 리듬이 새삼 소중하게 느껴진다.
아직 일교차는 크지만, 봄은 오고 있다. 완연하지는 않지만, 분명히 다가오고 있다.
하염없이 고도를 기다리는 에스트라공은 아니지만, 소소한 일상 속에서도 ‘월척’을 기다리는 강태공의 마음으로 또 한 주를 버텨보려 한다…(to be continued)
P.S: 이제는 그와 작별할 때가 된 것 같다. 김민희의 매력도, 감독님 특유의 경쾌한 연출도 더 이상 깊이 와닿지 않는다. 만남과 이별은 늘 함께 온다. ‘거자필반(去者必返), 회자정리(會者定離)’. 그 오래된 문장을, 다시 한번 곱씹는다.
* 칼럼니스트 ‘올림’은 건설, 자동차, 엔터테인먼트, 식음료, 소재·화학, IT, 패션 등 다양한 업계를 거쳐온 홍보전문가입니다. 인증코치이기도 한 그는 ‘영원한 현역’을 꿈꾸는 미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