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이유는 없지만 로맨틱 코미디 장르는 즐겨 보지 않는다.
잘생기고 예쁜 남녀가 등장해 알콩달콩 관계가 진전되고, 중간에 시련과 반전이 찾아왔다가 결국 사필귀정으로 귀착되는 기본 구도가 어딘가 성의 없어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로맨스’ 자체를 싫어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로맨스 스릴러’나 ‘로맨스 드라마’는 즐겨 봤다. <갯마을 차차차>나 <우리들의 블루스>도 한 회도 빠짐없이 챙겨봤다. 아마 내겐 코미디적 감각보다 감정의 결이 더 중요했던 모양이다.
맞벌이 부부인 우리는 주말이라고 해도 한가롭지 않다. 더구나 큰아이가 고3이 되는 해라 이래저래 눈치도 보고, 각자 밀린 집안일을 처리하다 보면 소파에 앉아 넷플릭스를 함께 보는 시간이야말로 귀한 여유가 된다.
이번 주말, 우리의 선택은 <이 사랑 통역 되나요>(이하 ‘이통되’)였다. 사실 두 번째 회차 시청이었는데 이번에는 이거다 싶은 느낌이 왔다. 한동안 은퇴설까지 나돌았던 김선호 배우의 복귀와 <무빙>에서 호평받았던 히로인의 조합까지 더해 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설정만 보면 어처구니없다. 전직 무명 여배우가 하루아침에 글로벌 셀럽이 되고 이를 둘러싼 연애 서사가 펼쳐지는데 남주는 재벌급 부자.
핵노잼이어야 하는데 핵잼이다. 콘텐츠 앞에서 나의 표리부동한 태도가 다시 증명됐다.
◆ ‘현실 반영’도 좋지만 ‘현실 도피’가 각광받는 이유
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현실을 충실히 반영하려 애쓰지만, 반대로 비현실과 허구를 전면에 내세우는 작품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재미있고 몰입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우리가 실제로는 경험할 수 없는 감각을 콘텐츠가 대신 체험시켜주기 때문이다.
코칭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자주 본다. 코칭은 현실에 적용되기 위해 과거나 미래의 시제를 자유롭게 오간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훗날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조언한다면 뭐라고 할까요?”
그 과정에서 카타르시스가 생기고, 일종의 ‘미리 맛보기’를 통해 현재로 돌아왔을 때 더 힘을 내게 된다. 이것이 시제가 주는 코칭의 효용이다.
◆ ‘통역’은 능력인데, 이제는 능력이 아닐 수 있는 시대
극 중 남자 주인공의 가장 두드러진 능력은 여러 언어를 원활하게 통역하는 것이다. 보고 있으면 그 능력이 몹시 부럽다.
하지만 동시에 생각하게 된다. 실시간 통역 앱, AI 기반 번역 도구, 이어폰 기반 실시간 통역까지 등장한 지금, 통역 자체는 더 이상 희소한 역량으로 남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제목처럼 통역하려 해도 통역되지 않는 영역, 번역하려 해도 번역되지 않는 언어가 있다. 그게 바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성경에서도 가장 오래되고 위대한 감정으로 묘사되는 ‘사랑’은 AI 시대를 지나 ASI(Artificial Super Intelligence) 시대에 들어서도 끝내 대체되기 어려운 감정일 것이다. 왜냐하면 사랑은 인간이 가장 본능적으로 감각하고 체험하는 언어이기 때문.
그리고 그 언어는 어느 시대에도 완전히 번역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사랑은 인류가 없어지는 그 날까지도 계속 남아있을 듯 하다…(to be continued)
p.s. 아직 10부작이 남아 다양한 전개가 예정된 듯하지만, 결국 두 사람은 커플이 될 것이라는 점에 내 이름을 걸 수 있다. (*사실 전체 회차는 이미 공개된 모양이다.)
* 칼럼니스트 ‘올림’은 건설, 자동차, 엔터테인먼트, 식음료, 소재·화학, IT, 패션 등 다양한 업계를 거쳐온 홍보전문가입니다. 인증코치이기도 한 그는 ‘영원한 현역’을 꿈꾸는 미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