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운동회는 무조건 무승부로 마무리한데요. 지는 팀이 생기면 아이의 마음에 상처가 생기고 자존감이 하락한다고 엄마들이 컴플레인 한다더라구요.”
“저도 들었는데 요즘엔 상장도 교실에서 안 주고 따로 교장실로 불러서 개별적으로 전달한대요. 못 받은 애들이 상처받고 위축 될까봐.”
회사 점심시간, 예비 초딩 엄마들의 도파민 터지는 대화에 절로 귀가 기울여진다. 얼마 전 아파트 단지 내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는 지인에게 ‘망원경으로 교실을 감시하는 학부모’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적잖이 충격이었는데, 이건 새로운 결의 충격이다.
◆ 빼앗긴 들의 학생들
아무리 학창시절이 즐겁다 해도 학교생활은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이를 지속하기란 쉽지 않다. 학업과 사회성 두 측면에서 끊임없이 성장해야 할 아이들에게는 지속을 위한 자극제가 필요한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도파민’이다.
필자의 과거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참 많은 도파민 유발 인자들이 있었다. 점심시간 대충 밥을 털어 넣고는 운동장으로 뛰어나가 반 대항 축구시합을 하곤 했는데, 한 운동장에서 열 팀의 경기가 동시에 이뤄지는 혼돈의 카오스지만 기어이 골을 넣어 이겼을 때의 짜릿함은 오후 수업 내내 가라앉질 않았다.
선생님의 작은 칭찬에도 기분이 좋았고, 매점에서 피어나는 친구들 과의 우정에서도 늘 도파민이 함께했다. 공부한 만큼 성적이 잘 나왔을 때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친구들 앞에서 상을 받거나 인정받을 때면 더 잘하고 싶다는 다짐이 절로 들곤 했다. 그런데 요즘 친구들을 보면 이러한 도파민을 박탈당한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안전의 명목 하에 운동장을 빼앗겼고, 기성세대로부터 승리의 쾌감을 도둑맞았으며 성장의 교우관계를 갈취 당했다. 인정과 칭찬은 음지로 숨어버렸고, 학창시절의 즐거움이 사라진 자리에는 공교육의 의무감과 대입을 위한 내신 성적 만이 남았다. 결국 궁지로 내몰린 학생들은 빼앗긴 도파민의 보상처로 쇼츠와 게임을 택하였고, 학업성취의 도파민이 사라진 자리에는 사교육 유명 학원에 입학(?)시킨 부모의 자랑스런 도파민이 둥지를 틀었다.
◆ 도파민 루프 (Dopamine Loop)
도파민 루프란, 우리의 뇌가 보상(즐거움)을 기대하고 행동을 하여 실제 보상을 얻었을 때 그 행동을 다시 반복하는 구조를 뜻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쾌락’ 그 자체보다는 ‘기대’가 행동에 더 크게 영향을 주는 것인데, 기대했던 것보다 실제 보상이 더 큰 경우 강렬한 도파민을 생성한다. (이를 전문용어로 예측 오차(Reward Prediction Error)라 한다.)
도파민 루프는 마치 증폭기와도 같아서 어느 행동에 적용하는지에 따라 결이 달라진다. 쇼츠 하나만 보고 자야지 라는 생각으로 휴대폰을 열었는데 두시간 내내 물 흐르듯 시청하고 있었다면, 계속되는 다음 영상이 기대이상의 자극을 주는 ‘악마적 도파민 루프’가 강렬하게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이처럼 강력한 도구를 중독증상에만 사용한다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내 아이의 성장 도파민 루프
위에 언급한 것처럼 최근의 공교육의 방향성에서는 도파민 루프가 실종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이의 개인적 생활에서 라도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우선 도파민 루프를 돌리기 위해서는 큰 목표와 성공 보다는 작은 목표와 성공이 필요하다. 아이는 어른에 비해 자기조절 능력이 미숙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너무 큰 목표를 주면 쉽게 ‘포기’를 선택하게 된다. 하지만 작게 쪼갠 목표는 도전의 의지를 살려주고 시도로 이어져 성공을 경험하게 해준다.
이는 교육심리학에서 말하는 자기효능감(self-efficacy), 즉 ‘나는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도록 해준다. 한번 시작된 루프는 다음의 도전에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며 삼박자의 패턴으로 돌기 시작하는데, 1) 뇌 수준에서 행동과 결과의 연결이 강화되고, 2) 심리 수준에서 자기 효능감이 올라가며, 3) 행동 수준에서는 반복 빈도가 늘어나는 강력한 순환체계가 형성된다. 성공의 도파민에 취한 끊임없는 시도가 아이의 성장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는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그리고 여기서 기억해야 할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이미 많은 부모들이 자식교육에 이 도파민 루프를 활용하고 있으나, 루프 활성화를 위한 칭찬과 독려의 방향성이 잘못된 경우를 종종 보았다. 보통 자식이 무언가 성공을 했을 때 부모는 그 결과를 칭찬한다. “100점 맞았구나. 잘했다.”, “합격했구나. 장하다.” 이런 말은 당장의 기분을 좋게 만들 수는 있지만, 후에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패했을 시 아이가 무너져 내리는 과정을 가속화 시킬 수 있다.
따라서 칭찬이 집중해야 할 부분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이의 행동과 전략’ 이어야 한다. “그렇게 목표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고생하더니. 대단하구나”, “필요한 부분만 반복해서 학습한 전략이 탁월했구나. 고생했다.” 등의 말은 실패에도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보호막이 되어줄 것이다.
최근 들었던 엄마들의 기행 관련 또 하나의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다. 필자의 과거에는 한 반에 동명이인이 있을 시 ‘김동현 A, 김동현 B’ 혹은 ‘큰 동현이, 작은 동현이’ 라는 식으로 불렀었다. 근데 요즘의 사회라면 어떻게 부를까? 놀라지 마시라. ‘김동현 A, 김동현 가, 김동현 1’ 로 부른다고 한다. 이유는 이미 눈치챘듯이 B가 되고 2번이 된 내 자식의 자존감 하락 이슈이다. 이렇게 모두가 자존감 하락에 목을 맬 때 내 자식이 성장을 위한 도파민 루프를 돌리고 있다면 오히려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 칼럼니스트 ‘쿠자’는 소통 전문가를 꿈꾸며 신문방송학을 전공하였고, KBS 라디오 DJ를 거쳐, 외국계 대기업의 인사업무를 담당하며 역량을 키워왔습니다. 다양한 강의와 공연을 통해 소통의 경험을 쌓아온 쿠자는 현재 사물과 현상의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과 더불어 코칭이라는 깨달음을 통해 의미 있는 소통 전문가가 되고자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