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 개봉 당시 김규리 배우의 열연, 그리고 대통령 내외를 둘러싼 뒷이야기를 정조준했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픽션으로 기억한다.
아니나 다를까 넷플릭스 신작으로 올라오면 거의 1위를 하는 듯하다. 여느 때처럼 심신은 피곤했지만, 그래도 잘 버텨낸 한 주를 마무리하며 금요일 퇴근 후 이 영화를 꺼내 들었다.
접하기 전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신명께 비나이다.”
여기서 말하는 ‘신명’이겠지 싶었다.
돌이켜보니 그 정확한 의미를 알고 있지는 못했던 것 같다. 찾아보니 ‘신명’은 세상의 이치를 밝히 아는 영적인 존재들, 즉 하늘과 땅의 모든 신령하고 깨어 있는 존재를 뜻한다고 한다.
‘아하, 그렇구나.’
그래서 ‘천지신명께 빈다’는 말이 생겨났나 보다.
한마디로 <신명>은 그럭저럭 볼 만했다. 무엇보다 지나치게 사실적이었다. (그땐 몰랐지만 이미 탄핵된 전 대통령 부부의 행적이 이 정도였을 줄이야…) 영화적 상상력이 가미됐겠지만,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한 가지 생각이 남는다.
어쨌든 그들은 그것이 ‘맞다’고 믿었을 것이고, 검찰총장을 거쳐 대통령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속에서 결과론적으로 더 강하게 매달렸을 가능성도 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 불편한 진실을 직면하는 순간
살다 보면 가끔 진실임을 알면서도 외면하고 싶을 때가 있다. 수긍하기보다는 부정하고 싶고, 사실이 아니기를 스스로에게 되뇌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진실은 드러난다. 그리고 그제야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을 ‘진짜 진실’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 영화 역시 우리가 이제는 알고 있지만, 한때는 ‘설마’라고 여겼던 그 지점을 적나라하게 건드린다.
때로는 불편하고, 때로는 폭력적이며, 중간중간 성인물에 가까운 장면들도 반복된다.
작품성이 치밀하게 구축된 독립 다큐멘터리도 아니고, 그렇다고 강렬한 상업영화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끝까지 보게 된다. 다만, 굳이 안봐도 무방했다는 생각 역시 남는다.
◆ 부적, 징크스…나만의 미신적 법칙들
나는 기독교 신자다. 고백하자면, 구원의 확신을 온전히 갖춘 절대적 크리스천은 아직 아닌 것 같다. 그럼에도 하나님을 믿고, 교리를 따르며, 신앙 안에서 살기 위해 노력한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다. 이 험난한 세상에서 절대적 존재를 믿는다는 것은, 어쩌면 살아갈 용기와 힘을 얻는 하나의 레버리지일지도 모른다.
신년이 되면 점을 보는 사람들,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어딘가를 찾는 사람들,
뜻 모를 한자 문양의 종이를 간직하며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
애니미즘이나 토테미즘 같은 무속 신앙을 논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때 ‘순돌이’로 알려졌던 배우 이건주가 무속인의 길을 걷는 모습을 보며, ‘신내림’이라는 것도 여전히 존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다.
옳고 그름을 따지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사람이 무엇인가를 믿고, 그것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랄 때—비논리적이고 미신적인 요소들조차 그 사람에게는 ‘징표’이자 ‘계시’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속옷을 갈아입고 시험을 보면 망친다고 믿는 수험생이 있다고 하자. 그 징크스를 유지한 채 수능을 치르고, 결국 고득점으로 의대에 진학했다면, 그에게 그 행위는 하나의 ‘법칙’이 된다.
<신명>을 보고 나서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거창하진 않지만,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린지에 대해 잠시 혼란스러워졌다.
나는 과연 잘 살고 있는 걸까.
오늘은 이 질문을 남긴 채, 여기서 멈춘다.
(to be continued)
P.S. <파묘>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연출이 등장한다. 김고은은 크게 주목받았지만, <신명>의 김규리는 상대적으로 빛을 덜 본 듯하다. 비슷한 결의 강렬한 연기였음에도 말이다. 그녀의 열연에는 충분히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울러 ‘윤통’ 역할을 맡은 배우 역시 인상적이었다.
* 칼럼니스트 ‘올림’은 건설, 자동차, 엔터테인먼트, 식음료, 소재·화학, IT, 패션 등 다양한 업계를 거쳐온 홍보전문가입니다. 인증코치이기도 한 그는 ‘영원한 현역’을 꿈꾸는 미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