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이 드라마가 어느 방송사 작품인가”라는 질문은 점점 의미를 잃어가는 듯하다. 콘텐츠 소비의 중심이 완전히 OTT로 이동한 지금, 플랫폼은 중요하지만 출처는 더 이상 고민의 여지가 아닌 것 같다.
최근 읽은 모 석간신문 기사에서 우연히 접한 작품 하나가 머릿속에 잔상을 남겼다. 그리고 그 잔상이 결국 시청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만난 작품이 <클라이맥스>다.
어느 채널인지 따질 필요도 없이, 이미 구독 중인 OTT를 하나씩 훑어봤다. “어? 없나?” 하고 체념하려던 순간, 디즈니플러스에 떡하니 자리하고 있었다.
‘찾았다.’
유레카까지는 아니지만, 콘텐츠를 발견했을 때의 작은 쾌감은 분명 존재한다. 아마도 스스로를 ‘콘텐츠 헤비 유저’라 부를 수밖에 없는 이유일 것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배우 조합이었다. 주지훈과 하지원. 이름만으로도 신뢰가 형성되는 배우들이다. 각자의 필모에서 이미 검증된 연기 내공을 바탕으로, 맡은 역할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유형이다.
하지원 배우와는 개인적인 인연도 있다. 영화 홍보 일을 하던 시절, <해운대>와 <7광구>를 통해 함께 현장을 뛰었던 기억이다. 한 작품은 대박, 다른 한 작품은 쪽박. 그 사이에서 천당과 지옥을 오갔던 경험은 지금도 선명하다. 흥행이란 결국 결과로 말하는 세계라는 점에서, 그때의 온도차는 오래 남는다.
각설하고) 아직 시청 중인 ‘진행형’ 작품이기에 평가는 아껴야겠다. 다만 분명한 것은 흡인력이다. 소재는 다소 익숙하고 전개 역시 완전히 새롭다고 보긴 어렵지만, 회차마다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힘이 있다. 조연 배우들의 존재감 역시 만만치 않다. 흔히 말하는 ‘씬스틸러’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어제도 퇴근 후 지친 몸을 소파에 기대어 한 회를 보고, 이어 다음 회차를 보다가 결국 잠들기 직전 침대로 몸을 옮겼다. 이번 주말, 결국 남은 회차를 ‘섭렵’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 ‘정점’은 어디인가
‘파라마운트’, ‘클라이맥스’.
이 두 단어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정점’이라는 이미지가 겹쳐진다. ‘서밋(summit)’이라는 표현도 있지만, 어감과 직관성에서는 이 둘이 더 강하게 와닿는다.
내년이면 지천명이다. 누군가는 아직 젊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분명 인생의 반환점을 지나고 있다.
돌아보면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다. 지칠 때도 있었지만 멈추지 않았고, 물러설 상황에서도 다시 나아가려 애썼다. 그렇게 버텨온 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온전히 미생의 시간이었다.
최근 들어 문득 이런 질문이 잦아지고 있긴 하다.
‘남은 삶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
질문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지만, 명쾌한 답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결국 혼잣말 같은 푸념으로 끝나는 날도 많다.
그래서 스스로 만들어낸 문장이 하나 있다.
‘다 DONE.’
결국 ‘돈’이라는 현실적 결론으로 수렴되는 아이러니. 부정하고 싶어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주변에서는 ‘돈’보다 ‘건강’을 이야기하지만, 그 건강조차도 일정 수준의 자원이 뒷받침되어야 유지된다는 사실을 숱하게 목격해왔다.
씁쓸하지만, 이것 역시 현실이다. 인생은 해피엔딩 동화라기보다 새드엔딩 비극에 가깝다고 본다. 그리고 행복은 어쩌면 그 비극 속에서 선택해야 하는 항복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 코칭을 통해 달라진 것들
힘든 시절, 주저앉는 대신 코칭을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내 인생에서 손에 꼽을 만큼 잘한 결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배운 것은 단순하다. 그러나 결코 쉽지 않다.
‘경청’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선입견 내려놓기’
지극히 기본적인 원칙이지만, 이를 실제 삶에 적용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그래서 더 의식적으로 노력하게 된다.
최근 고민이 있어 보이는 전 직장 선배들에게 조심스럽게 코칭을 권해본 적이 있다.
“제가 아니어도 됩니다. 좋은 코치를 소개해 드릴게요. 한번 받아보시면 분명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돌아온 반응은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람은 쉽게 듣지 않는다. 그리고 그 사실이, ‘듣는다는 것’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일깨운다.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한다.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다소 유치하고도 진심 어린 바람.
아등바등 살아가는 유한한 시간 속에서 완전한 행복은 어려울지라도 적어도 웃는 시간이 울상의 시간보다 조금 더 많기를.
그 정도의 균형이라면, 충분히 괜찮은 삶 아닐까…(to be continued)
P.S. <클라이맥스>가 아니라 <클리이맥스>라는 표기, 특별한 의도가 있는 것일까. 막장을 향해 치닫는 인물들 역시 언젠가는 무언가를 깨닫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조심스럽게 가져본다.
* 칼럼니스트 ‘올림’은 건설, 자동차, 엔터테인먼트, 식음료, 소재·화학, IT, 패션 등 다양한 업계를 거쳐온 홍보전문가입니다. 인증코치이기도 한 그는 ‘영원한 현역’을 꿈꾸는 미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