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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내궁내정] “AI 로봇, 포옹을 부탁해”…그랜딘 압박기에서 2.0 포옹로봇까지 "수치로 보는 인공포옹"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편집자주> 유튜브, 인스타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협찬을 받지 않았다', '광고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이기 위해 "내 돈 주고 내가 샀다"라는 뜻의 '내돈내산'이라는 말이 생겼다. 비슷한 말로 "내가 궁금해서 결국 내가 정리했다"는 의미의 '내궁내정'이라고 이 기획코너를 명명한다. 우리 일상속에서 자주 접하는 소소한 얘기거리, 궁금증, 호기심, 용어 등에 대해 정리해보는 코너를 기획했다.

 


자폐성발달장애를 겪던 세계적 동물행동학자 템플린 그랜딘(Temple Grandin)이 1960년대 말 직접 고안한 ‘압박기’(Squeeze Machine)가, 2020년대 ‘HuggieBot 2.0’ 같은 첨단 포옹로봇으로 재탄생하면서, 사람을 대신해 감정과 신체를 안정시키는 ‘인공포옹’ 장비들이 사회적 관심을 끌고 있다.

 

Bancroft, 36kr, autismresources, pubmed.ncbi.nlm.nih, International Journal of Psychiatry에 따르면, 이같은 기계식 포옹·압박 장비는 일부 취약계층에게 ‘보조적 스트레스 해소장치’로서  감압·심박수·혈압 등 일정한 임상적·심리적 효과를 보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랜딘의 ‘압박기’… 깊은 압박이 스트레스를 줄인다


그랜딘은 소를 진정시키는 집게식 젖소 충전대(squeeze chute)를 보고, 자가로 조절 가능한 ‘깊은 압박(deep pressure)’을 주는 장비를 18세 때 처음 설계했다. 일반적으로 이 장비는 120cm×90cm 내외의 폼 패드가 있는 측면 패널 2개를 V자 형태로 설치하고, 내장된 공기 압축기로 사용자의 측면을 균일하게 압박하는 구조다.

 

이후 연구에서, 12명의 자폐 아동을 20분씩 주 2회, 6주간 그랜딘 압박기를 사용하게 했을 때, 갈바니 피부반응(GSR) 지표와 행동척도에서 전반적인 각성(arousal)과 불안 수준이 통계적으로 감소했으며, 이는 깊은 압박이 불안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간접적 근거로 인용된다.

 

또 다른 후속 연구에서는 18명의 대학생이 3가지 모드(지속 압력, 초당 50회 펄스, 초당 15회 펄스)로 압박기를 사용한 결과, 지속적 압박 모드에서 일부 피험자가 편안함을 표현해, “압박 강도·유형”에 따라 심리적 반응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포옹로봇 HuggieBot 2.0’… 10kPa 기준, 인간보다 부드러운 포옹 설계

 

그랜딘이 1990년대 초에 특허 형태로 세상에 내놓은 ‘포옹 박스’가 교과서적 ‘ механизм’였다면, 2020년대에는 마크스 플랑크 지능형 시스템연구소와 스위스 연방공대(ETH Zurich)가 만든 HuggieBot 2.0이 ‘동적 포옹 로봇’의 대표 주자로 거론된다.

 

이 로봇은 6자유도 JAСO 팔과 부드러운 실리콘 패딩, 인플레이터블 토르소, 토크 센서, 카메라 센서를 결합해, 사람의 키와 위치를 인식하고 맞춤형 포옹을 제공한다.

 

연구팀이 제시한 ‘포옹 6개 계명’(6 Hug Commandments)에 따르면, 포옹 후 압력이 기준값에서 약 10kPa 이상으로 떨어질 때 포옹을 해제하도록 설계해, 과도한 압박을 피하고 사용자가 포옹을 끝내고 싶을 때 자연스럽게 팔을 풀도록 설계했다.

 

이 수치는 일부 연구에서 “인간 포옹 압력이 과도하면 불쾌감이 커진다”는 경향과 맞물려, 로봇이 ‘덜 강한 압력’ 쪽으로 설계된다는 점에서 인간 포옹 대비 상대적 차별점을 갖는다.

 

심박수·혈압에서 본 포옹 효과… 로봇도 “감정적 안정” 부여 가능

 

실제 사람과의 포옹 효과에 대한 연구는, 자주 포옹을 나누는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평균 혈압·심박수가 낮고, 안정혈압 유지와 관련된 호르몬인 옥시토신(oxytocin) 분비가 증가했다고 보고한다. 파트너간 포옹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평균 심박수 감소 폭이 3~5bpm 수준으로 나타나며, 이는 단기적이지만 “안정적 심리상태”와 연결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서 파생된 ‘촉각 치유’(tactile comfort) 기기 연구에서는, 아이들이 주머니형 로봇과 14일간 놀이형 터치를 할 때, 놀이 도중 심박수가 비사용 조건 대비 평균 4.2~8.2bpm가량 감소했다는 결과가 보고되며, 14일 후 감소 폭이 더 커지는 경향이 관찰돼, 반복적 사용이 완화 효과를 증폭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로봇 포옹(HuggieBot)과 인간 포옹을 비교한 프로젝트에서도, 사용자들이 로봇 포옹 후 “안정감”을 느낀다는 설문 반응과, 일부 생리지표에서 인간 포옹과 유사한 수준의 감정적 안정 신호가 나타났다는 점이 언급돼, ‘로봇 포옹’이 완전히 인간 수준은 아니지만 보조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외로움·감정통신 서비스까지… ‘접촉산업’의 수치화 시도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는, 가족·연인과의 물리적 접촉이 어려운 이들을 위한 ‘포옹 로봇’·원격 접촉 서비스도 등장했다. 예를 들어 한 포옹 로봇은 사용자가 안을 때, 센서와 공기 압력 조절로 실제로 사람을 안는 듯한 압력을 생성하고, 일부 모델은 10~20℃ 수준의 온열장치를 내장해 체온을 전달하는 것으로 설계돼 “감정적 연결감”을 강조한다.

 

한 연구진은 이들 로봇의 ‘인공근육’이 사람을 안았을 때와 유사한 기분을 유도할 수 있다고 보고했으며, 우울증 완화를 의도한 설계로, 실제 사용자 중 일부는 기분 전환·외로움 감소를 호소했다고 전한다.

 

다만, 이들 서비스는 아직 임상적 효과를 규모 있게 입증한 대규모 연구보다는, 사례·설문 중심의 초기 데이터 단계에 머물러 있어, “보조적 수단 수준의 해석이 필요하다"는 점을 수치 자료가 함께 보여준다.

 

‘인공포옹’은 인간을 대체하지 않고, ‘보완’ 수단으로 진화


현재까지 공개된 데이터를 보면, 그랜딘의 압박기에서 파생된 깊은 압박 장비는 자폐·과민감성 인구의 불안 수준을 낮추는 데 일정한 효과를 보였고, HuggieBot 2.0 등 로봇은 10kPa 전후의 압력 설정과 토크 센서를 활용해 ‘안전한 포옹’을 설계했다.

 

또 다양한 접촉·포옹 기기와 로봇이 심박수 3~8bpm 정도의 감소나, 옥시토신 증가와 같은 생리적 지표 변화를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나, 외로움·스트레스 해소에 보조적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만 이들 수치는 개별 연구·소규모 데이터에 기반한 것이어서, ‘인간 포옹을 완전히 대체한다’기보다는, 교류가 힘든 사람·감각과민 인구·외로움을 겪는 이들을 위한 ‘보완적 감정·신체 안정 장치’라는 범위 안에서 보수적 해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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