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편집자주> 유튜브, 인스타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협찬을 받지 않았다', '광고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이기 위해 "내 돈 주고 내가 샀다"라는 뜻의 '내돈내산'이라는 말이 생겼다. 비슷한 말로 "내가 궁금해서 결국 내가 정리했다"는 의미의 '내궁내정'이라고 이 기획코너를 명명한다. 우리 일상속에서 자주 접하는 소소한 얘기거리, 궁금증, 호기심, 용어 등에 대해 정리해보는 코너를 기획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유인 달 근접 비행 임무 ‘아르테미스 2호(Artemis II)’가 10일(현지시간) 달 뒤편 플라이바이(flyby)를 마치고 지구 귀환 절차에 돌입하면서, 우주항공 기술뿐 아니라 지구별 소비시장에도 예상치 못한 파장을 던지고 있다.
달 뒷면 생중계 화면에 등장한 5000원짜리 초콜릿 스프레드 ‘누텔라’ 한 병과, 오리온(Orion) 캡슐을 연상시키며 검색량이 치솟은 한국의 과자기업 ‘오리온’, 그리고 우주선 안에서 무중력 상태로 둥둥 떠다닌 애플 ‘아이폰 17 프로 맥스’가 뜻밖의 ‘아르테미스 2 수혜주’로 주목받는 장면 자체가 현대 자본주의와 미디어, 우주 탐사의 교차점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54년 만의 유인 달 비행, 그리고 ‘오리온’이 열어준 상징 효과
아르테미스 2호는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54년 만에 이뤄진 인류의 유인 달 근접 비행으로, 4명의 우주비행사가 탑승한 오리온 우주선이 약 10일 동안 지구–달 시스템을 8자 형태로 도는 자유 귀환 궤도(hybrid free‑return trajectory)를 비행해 달 뒤편을 선회한 뒤 지구로 돌아오는 임무다.
이번 비행에서 오리온 캡슐은 최대 약 40만6771km 지점까지 지구와 떨어지며 아폴로 13호의 기록을 넘어서는 ‘인류 최장 거리 유인 비행’ 타이틀을 확보했다는 보도가 이어졌고, 캡슐 명칭이 ‘오리온’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포털과 SNS에는 “오리온이 달에 갔다”는 식의 패러디와 함께 과자기업 오리온을 연상시키는 밈이 확산했다.
달 향하는 캡슐 ‘오리온(Orion)’과 한국 과자기업 ‘오리온(Orion)’의 이름이 겹치면서, 한국 투자자 게시판과 X(옛 트위터)에서는 “이름만 같아도 스토리가 된다”는 반응과 함께 오리온의 검색량이 평소 대비 급증했다는 분석이 증권가에서 나왔다.
구체적인 매출·주가 효과는 아직 집계 중이지만, 아르테미스 2호 발사 직후 한국 우주항공 관련주가 일제히 강세를 보였듯이(빅텍 +12.45%, 한화시스템 +3.73%, 이노시뮬레이션 +2.32%, 한국항공우주 +1.62% 등 장 초반 상승) ‘우주 서사’가 곧 ‘시장 스토리’로 번역되는 메커니즘이 오리온이라는 브랜드명과도 맞물리면서 일종의 심리적·상징적 수혜 효과를 낳았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5000원짜리 누텔라를 1억짜리로 만든 우주 운송비의 정치경제학
이번 임무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민간 브랜드는 단연 누텔라다. 4월 6일(현지시간) 달 뒤편 비행 중계 화면에 오리온 캡슐 내부를 비추던 카메라에 500g짜리 누텔라 병이 무중력 상태로 둥둥 떠다니는 장면이 포착되면서, 전세계 미디어들은 “역사상 가장 멀리 간 스프레드(spread)” “악마의 잼이 우주를 떠다녔다”는 제목으로 앞다퉈 보도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아르테미스 2호 전체 임무 비용을 총적재량으로 나눈 뒤, 500g짜리 누텔라 한 병의 ‘우주 운송비’를 약 7만5926달러(약 1억1000만원)로 추산했다. 지구에서 약 5000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이, 계산 방식에 따라 우주에서는 ‘억대 식품’으로 가치가 치솟는 셈이다.
실제로 “5000원짜리 누텔라, 우주 운송비 1억원”이라는 제목으로 이 추산치를 인용했고, 국내 소셜미디어에서는 “지구에서 가장 비싼 잼” “억대 PPL”이라는 농담 섞인 반응과 함께 관련 영상이 수십만 회 이상 공유됐다.
누텔라 제조사 페레로는 애초 NASA와의 공식 협업이나 비용 지불이 없었다고 밝히며, 이 장면이 ‘의도되지 않은 무료 PPL’이었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이후 공식 SNS 계정에 “지금까지 어떤 스프레드보다 더 멀리 여행했다” “누텔라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니다”라는 문구를 올리며 유머러스하게 상황을 수용하고 브랜드 스토리에 편입시켰다. ‘뉴스스페이스(newsspace)’는 이를 두고 “우주 탐사, 글로벌 브랜드, 소셜 플랫폼이 교차하는 새로운 미디어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이번 사례는 ‘광고비 0원, 운송비 1억원’이라는 역설적인 구조를 보여준다. 임무 비용을 나눠 환산한 개념적 운송비가 실제 기업 비용으로 지급된 것은 아니지만, 글로벌 언론과 SNS에서 누텔라가 얻은 노출 효과의 광고 환산 가치가 수십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이 광고·마케팅 업계에서 제기된다. 조만간 이를 계산한 연구논문들과 보고서들이 봇물터지듯 쏟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인류문화 전문 평론가는 "5000원짜리 잼 하나가 우주로 이동하는 순간, 우리는 ‘가격(price)’과 ‘가치(value)’의 의미를 다시 묻게 된다"면서 "실제 비용을 나눈 기계적인 계산이 잼의 내재 가치를 바꾼 것은 아니지만, 그 경험과 서사가 상품에 덧입혀지는 순간 브랜드는 ‘물건’에서 ‘이야기를 파는 기호’로 변모한다"고 평가했다.
아르테미스 2호의 누텔라 병은 그 극단적인 사례로, 마케팅 이론에서 말하는 ‘상징 자본(symbolic capital)’이 어떻게 과학 탐사와 결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실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아이폰이 우주를 떠다닌 날, ‘개인 디바이스 시대’의 우주 탐사
아르테미스 2호 내부에서 우주비행사들이 아이폰을 던지고 받으며 무중력 상태에서 영상을 찍는 장면 역시 전 세계 SNS를 달군 장면이다. 매체에 따르면, 이번 임무는 “우주비행사가 심우주에서 개인 스마트폰을 꺼내 촬영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NASA는 2026년 2월, 재러드 아이작먼 국장 명의로 X(옛 트위터)에 “승무원들에게 가족을 위한 특별한 순간을 포착하고 전 세계와 영감을 나눌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한다”며 스페이스X 크루-12와 아르테미스 2부터 ‘최신 스마트폰’ 휴대를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그 결과, 아르테미스 2호 우주비행사들은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각각 휴대해 캡슐 안에서 영상을 촬영했으며, 국내 보도에 따르면 아이폰은 ‘아이폰 17 프로 맥스’, 안드로이드폰은 ‘넥서스’ 계열 기종으로 알려졌다.
특히 애플의 아이폰 17 프로 맥스는 “엄격한 승인 절차를 거쳐 NASA의 공식 장비로 탑재됐다”는 점이 강조됐다. NASA가 우주비행사의 개인 휴대 기기로 아이폰 기내 반입을 공식 허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인터넷·블루투스 기능은 차단하고 카메라 기능만 활용하는 조건으로 비행 허가를 받았다.
이 장면은 단순한 ‘제품 노출’을 넘어, 공공 우주 탐사의 화면에 민간 IT 브랜드의 인터페이스와 사용자 경험(UX)이 그대로 포개지는 순간을 보여준다. 과거 아폴로 시대가 거대한 메인프레임과 중앙집중식 기술의 시기였다면, 아르테미스 2호는 스마트폰이라는 개인화된 기술이 우주까지 확장된 시대를 상징한다.
아이폰 화면으로 본 달과 지구의 모습은 더 이상 국가 독점의 장면이 아니라, 개인 디바이스의 스크린을 통해 ‘사적인 우주 경험’으로 변환된다는 점에서, 우주 탐사의 주체가 국가에서 개인·소비자로 분산되는 장기적 변화를 예고한다.
오리온 캡슐, 한국 ‘오리온’, 그리고 이름이 만든 밈 경제
이번 임무에서 한국 투자자와 소비자에게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NASA의 유인 캡슐 이름 ‘오리온(Orion)’이 한국의 대표 과자기업 오리온과 겹치면서 발생한 언어적·문화적 파급 효과다. 아르테미스 2호 발사와 달 뒤편 비행을 다룬 전세계 기사들은 연이어 “오리온 우주선”이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포털 검색 상위에는 한동안 ‘오리온 우주선’과 함께 과자기업 오리온의 브랜드명이 동시 노출됐다.
각종 투자 블로그는 “아르테미스 2호 발사 성공에 우주항공주 동반 강세”를 전하며, 빅텍·한화시스템·한국항공우주 등 관련 종목의 단기 급등을 지적했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과자 오리온도 간접 수혜주 아니냐”는 농담 섞인 글과 함께 오리온 제품 사진을 달에 합성한 밈이 공유됐다.
아직 오리온의 주가·매출에 대한 객관적 통계는 공시·실적 발표 전이라 명확한 수치로 확인되지는 않지만, 검색량과 SNS 언급량이 단기간에 급증한 ‘브랜드 노출 효과’ 자체는 부인하기 어렵다.
브랜드 및 마케팅 전문가들은 "브랜드측면에서 ‘이름의 우연’은 한국 대중에게 달 탐사를 친숙한 언어로 번역하는 역할을 했다. 심우주 탐사와 로켓 과학이라는 낯선 주제를, 평소 편의점에서 집어 드는 과자 브랜드와 연결해 이해하는 순간, 달은 조금 더 가까운 동네로 다가온다"면서 "또 철학적으로는 우주라는 인류의 공동 유산이 특정 민간 브랜드의 서사와 농담의 소재로 소비되는 방식 자체가, 현대 자본주의가 ‘공공의 상징’을 어떻게 사유화하고 재전유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우주, 국가 프로젝트에서 ‘브랜드 전쟁의 무대’로
아르테미스 2호는 본래 오리온 우주선과 열차폐판, 생명유지장치 등 각종 시스템을 시험해 2028년 예정된 유인 달 착륙 임무(아르테미스 4호)를 준비하는 기술적·전략적 교두보다. 그러나 누텔라·아이폰·오리온(과자)으로 대표되는 브랜드 이슈는, 앞으로의 우주 임무가 ‘기술 시험의 장’이자 동시에 ‘브랜드 전쟁의 무대’가 될 것임을 예고한다.
우선, 누텔라의 사례는 “정식 스폰서가 아니어도 우주 화면에 잡히는 순간 글로벌 화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향후 기업들이 우주 임무 참여를 두고 NASA·ESA·민간 우주기업과 어떤 형태의 협력·규제 협상을 벌이게 될지에 대한 논쟁을 촉발시켰다. 현재로선 NASA의 공공성 원칙과 광고 금지 규정 때문에 직접적 PPL은 허용되지 않지만, 민간 화물에 포함된 식품·디바이스가 ‘우연히’ 노출되는 상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아이폰의 경우, 이미 “NASA 공식 장비”라는 타이틀과 함께 우주 환경에서의 신뢰성과 내구성을 입증했다는 상징성을 확보했고, 이는 향후 애플이 증강현실(AR)·혼합현실(MR) 기기, 위성통신 서비스 등 차세대 제품을 홍보할 때 강력한 서사 자산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애플은 현재까지 “비행 승인 과정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으며, 과도한 상업화 비판을 피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브랜드 철학 차원에서 보면, 우주는 인류 전체의 공공영역이자 미래 세대를 위한 실험실이다. 그 공간이 특정 기업의 로고와 상품으로 채워질 때, 우리는 ‘우주 상업화’가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지, 공공성과 시장 논리가 어떻게 균형을 이뤄야 하는지라는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아르테미스 2호의 누텔라·아이폰 사건은, 이 논쟁의 서막을 알리는 상징적 에피소드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