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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

[우주칼럼] “밝은 점을 캐롤이라 부르고 싶다”…아르테미스 2호, 상실을 달에 새기다

 

[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아르테미스 2호가 인류를 달로 다시 데려가는 길 위에서, 승무원들은 기록과 과학을 넘어 ‘애도’라는 인간적 감정을 달 표면에 새겼다. 반세기 만의 유인 달 근접비행 도중, 선장의 이름이 아닌 선장의 故 아내 이름이 먼저 달 분화구 위에 호명된 순간이었다.

 

“밝은 점이고, 우리는 그것을 캐롤이라 부르고 싶다”

 

mashable, bbc, nbcnews, Space.com에 따르면, 현지시각 4월 6일, 오리온 우주선에 탑승한 아르테미스 2호 승무원들은 달 근접비행 중 새로 눈에 들어온 무명(無名) 분화구 하나를 두고 관제센터와 교신에 나섰다. 캐나다 우주국(CSA) 우주인이자 미션 스페셜리스트인 제러미 한센은 감정이 북받친 목소리로 “달에 있는 하나의 밝은 점이다. 우리는 그것을 ‘캐롤’이라고 부르고 싶다(It’s a bright spot on the moon, and we would like to call it Carroll)”라고 말했다. 여기서 ‘캐롤’은 2020년 암 투병 끝에 46세로 세상을 떠난 리드 와이즈먼(50) 아르테미스 2호 선장의 부인 캐롤 테일러 와이즈먼을 가리킨다.

 

NASA 비행일지에 따르면 승무원들이 ‘캐롤’로 부르기를 제안한 분화구는 달 앞면과 뒷면의 경계선(near–far side boundary) 인근, 글루슈코(Glushko) 크레이터 북서쪽에 위치한 밝은 지형으로, 달의 위상에 따라 지구에서도 간헐적으로 관측 가능한 영역에 자리 잡고 있다. 승무원들은 이 지점보다 약간 남서쪽에 있는 또 다른 무명 분화구에 대해서는 자신들이 탄 우주선의 이름을 따 ‘인테그리티(Integrity)’라는 이름을 붙이자고 제안했다.

 

우주선 내부 라이브 영상에는 한센이 호출 부호를 부르며 제안을 전하는 동안, 우주선 ‘인테그리티’ 창가에 떠 있는 와이즈먼이 눈물을 훔치며 한센의 어깨에 손을 얹는 장면이 포착됐다. 2023년부터 함께 훈련을 받아온 네 명의 승무원—선장 와이즈먼, 조종사 빅터 글로버, 미션 스페셜리스트 크리스티나 코크, 한센—은 곧 서로를 끌어안으며 무중력 상태에서 짧은 침묵의 애도를 나눴다.

 

다만 달 표면 지형의 공식 명명권은 국제천문연맹(IAU)에 있다. NASA는 비행일지에서 “임무 종료 이후, 승무원들이 제안한 ‘인테그리티’와 ‘캐롤’ 크레이터 명칭은 IAU에 공식 제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명칭이 그대로 채택될지는 향후 심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아직 ‘확정’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는 IAU의 공식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실의 그림자가 드리운 임무


이번 제안은 한 가족이 겪은 상실의 서사를 인류의 귀환 프로젝트에 겹쳐놓는 장면이기도 하다. 미 해군 시험비행사 출신인 와이즈먼은 2020년 아내 캐롤을 암으로 잃은 뒤 두 딸 엘리와 캐서린을 홀로 키워왔다. 현지 방송과 SNS에 따르면 그는 임무에 나서기 전 두 딸과 “만약 아빠가 돌아오지 못할 경우”를 주제로 한, 어떤 부모에게도 쉽지 않은 대화를 나눴다.

 

와이즈먼은 딸들에게 유언장과 신탁 문서가 어디에 보관돼 있는지, 자신에게 불측의 일이 생길 경우 어떤 절차가 진행될지를 차분히 설명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가 10일간의 아르테미스 2호 비행을 앞두고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가족에게 시나리오를 공유한 사실은, 이번 비행이 단순한 우주 관광이 아니라 여전히 위험을 동반한 탐사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캐롤은 신생아중환자실(NICU)에서 일하던 간호사로, 자신의 투병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우주비행사 경력을 포기하지 말라고 응원했던 인물로 여러 매체에 소개됐다. 일부 매체는 와이즈먼이 아내의 진단 직후 NASA에서 사임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했지만, 캐롤이 이를 완강히 만류하며 “계속 나아가라”고 설득했다고 전했다.

 

이번 분화구 명명 제안은, 자신의 선택을 끝까지 지지해준 배우자의 이름을 위험을 동반한 우주비행의 한복판에 영구적으로 새기려는 시도로도 읽힌다. 특히 지구에서 육안 관측이 가능한 위치에 자리한 ‘캐롤’ 제안 분화구는, 딸들이 언젠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곳에 엄마와 아빠의 흔적이 함께 있다”고 느낄 수 있는 상징적 좌표가 된다.

 

 

‘아폴로 13’을 넘어선 역사적 비행


감정의 파동은 기록의 날과 겹쳐졌다. 아르테미스 2호는 이날 지구로부터 최대 25만2,760마일(약 40만6,700km) 떨어진 지점까지 비행하며, 1970년 아폴로 13호가 세운 24만8,655마일(약 400,171km) 인류 최장 원거리 기록을 약 4,100마일가량 경신했다. NASA와 주요 외신들은 이 임무를 “50여 년 만의 첫 유인 달 비행”이자,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본격적인 심우주 유인 탐사 재개의 이정표로 평가하고 있다.

 

이번 비행에서 승무원들은 달 뒷면(far side)의 일부 지형을 육안으로 관측한 첫 인류가 됐다. 이는 아폴로 시대가 남긴 궤도 데이터와 고해상도 영상 위에, 21세기 우주인들의 ‘현장 시선’을 더하는 과정이자 향후 유인 착륙 후보지 검토에도 의미 있는 참고 정보를 제공한다. NASA는 아르테미스 2호가 아폴로 13호와 유사한 ‘자유귀환 궤도(free-return trajectory)’를 따라 비행 중이며, 발사부터 귀환까지 총 비행 거리는 약 69만5,000마일(약 111만8,000km)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근접 비행에 들어가기 전, NASA는 승무원들에게 고(故) 짐 러벨—1968년 아폴로 8호 승무원이자 1970년 아폴로 13호 지휘선장—의 사전 녹음 메시지를 송신했다. 러벨은 녹음에서 “내 옛 동네에 온 것을 환영한다(Welcome to my old neighborhood)”는 인사를 건넸고, 와이즈먼은 “짐 러벨의 멋진 메시지였다. 그가 우리를 이 동네에 환영해주는 말을 듣다니 정말 멋지다”라고 화답했다. 반세기를 잇는 선배 우주인의 목소리 위로, 후배 승무원들은 자신의 상실과 희망을 겹쳐 달 표면의 한 지점을 ‘캐롤’이라 부르자고 제안한 셈이다.

 

달 위에 새겨진 ‘애도의 인프라’


아르테미스 2호의 분화구 명명 요청은 단순한 감성적 제스처를 넘어, 국가 우주 프로그램이라는 집단 프로젝트가 개인의 상실을 어떻게 품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이번 제안이 IAU 승인 절차를 통과해 ‘캐롤 크레이터’와 ‘인테그리티 크레이터’라는 이름으로 공식 지도에 등재된다면, 달은 또 하나의 ‘기억의 장소(lieu de mémoire)’를 얻게 된다.

 

이제 아르테미스 2호는 달을 향해 뻗어 나간 궤도를 따라 지구로 귀환 중이다. NASA는 오리온 우주선 ‘인테그리티’가 현지시각 4월 10일,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인근 태평양 해역으로 착수(splashdown)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만약 그 순간 밤하늘에 달이 떠 있다면, 지구에서는 태평양에 떨어지는 우주선과, 그 우주선이 하늘에서 바라봤던 ‘밝은 점, 캐롤’을 동시에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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