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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

[우주칼럼] “우주 배관공도 진땀”…아르테미스 II, 화장실 벤트 고장 안고 기록 비행

 

[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아르테미스 II가 인류 최장거리 유인비행 기록을 새로 쓰는 역사적 임무 한복판에서, 가장 ‘지상적인’ 시스템인 화장실이 끝까지 말썽을 부리고 있다. 지구 저궤도를 벗어나 달까지 향한 오리온 캡슐의 첫 우주 화장실은 발사 직후부터 펌프·환기라인 문제를 연달아 일으키며 승무원과 관제소 모두를 ‘우주 배관공 모드’로 몰아넣었다.

 

발사 사흘 만에 드러난 ‘배관의 반란’

 

space.com, edition.cnn, BBC, nytimes, arstechnica에 따르면, 아르테미스 II는 4월 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돼 지구 궤도를 벗어난 뒤 달을 향한 10일간의 비행에 돌입했다. 그러나 임무 초반부터 오리온 캡슐 내 화장실에서 이상 신호가 잡혔다. NASA에 따르면 승무원들은 발사 직후 화장실 제어기에 결함 경고등이 깜빡이는 ‘컨트롤러 이슈’를 보고했고, 휴스턴 관제소는 수 시간에 걸친 데이터 분석과 원격 조정 끝에 초기 문제를 일단 진정시켰다.

 

곧이어 펌프 프라이밍(흡입을 위한 초기 채움) 문제가 불거졌다. 미션 스페셜리스트 크리스티나 코흐는 영상 통화에서 “약간의 프라이밍 이슈가 있었지만, 이제 스스로를 ‘우주 배관공(space plumber)’이라고 부를 만큼 잘 다루고 있다”고 웃으며 설명했다. 팬이 정상적으로 소변을 빨아들이지 못하자 일부 승무원은 깔때기와 비닐봉지 형태의 비상 소변 수거 장치로 갈아탈 수밖에 없었다는 현지 보도도 나왔다.

 

‘얼어붙은 소변’ 가설과 태양 쪽으로 기수 돌린 오리온


진짜 고비는 임무 사흘째인 토요일 새벽 찾아왔다. 관제소는 폐수를 우주 공간으로 배출하는 환기라인(vent line)이 ‘얼어붙은 소변(frozen urine)’으로 막힌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오리온은 폭 5m(16.5피트) 수준의 제한된 구조 속에 폐수를 저장 탱크에 모아두었다가 외부로 배출하는데, 이 과정에서 배출구 주변에 형성된 얼음이 흐름을 방해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대책은 우주선의 자세를 바꾸는 것이었다. 비행제어팀은 오리온을 회전시켜 폐수 탱크와 환기라인이 태양을 최대한 정면으로 받도록 조정하고, 여기에 내장 히터를 동원해 ‘우주 배관 해동 작전’을 실행했다. NASA는 이 기동이 비행 궤도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여러 시간에 걸친 조치 끝에 토요일 늦게 관제사는 승무원에게 “화장실의 모든 기능을 사용해도 좋다”고 통보했고, 그 사이 승무원들은 접이식 비상 소변 장치에 의존하며 임시방편으로 버텨야 했다.

 

“변기 말고 벤트가 문제”…여전히 기대 이하인 배출 성능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부분적인 해동에도 불구하고 환기 시스템은 여전히 ‘제 성능’을 내지 못하고 있다. 4월 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리엔트리(재돌입) 비행 책임자 릭 헨플링은 “화장실 자체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지만, 오수 탱크를 비우는 과정이 기대한 만큼 원활하지 않다”며 “환기량이 예상보다 훨씬 낮다”고 설명했다.

 

당초 NASA와 팀은 외부 노즐의 얼음이 주범일 것이라고 가정했지만, 히터 가동과 태양 방향 조정 이후에도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으면서 이 가설은 힘을 잃었다. 헨플링은 “우리가 생각했던 얼음 막힘 가설은 더 이상 유력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구체적 원인은 여전히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그 사이 승무원들은 백업 소변 수거백을 병행 사용하고, 화장실 사용 빈도를 줄여 탱크에 쌓이는 양 자체를 관리하는 운용 전략을 택했다.

 

오리온 내부에서는 화장실 주변에서 ‘타는 냄새’ 혹은 원인 불명의 냄새가 감지되기도 했다. CNN 등은 관제소 평가를 인용해 “화장실 격실 문 주변 개스킷(패킹) 물질에서 나는 냄새일 가능성이 크며, 안전상의 심각한 문제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NASA는 현재까지 화장실 이슈가 승무원의 건강이나 임무 안전에 실질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강조한다.

 

기록 경신한 ‘우주 최장거리 비행’ 속 사소하지만 의미 있는 변수


화장실 말썽에도 불구하고 아르테미스 II의 과학·역사적 성취는 뚜렷하다. 4인 승무원(사령관 리드 와이즈먼, 조종사 빅터 글로버, 미션 스페셜리스트 크리스티나 코흐, 캐나다우주국 제러미 핸슨)은 4월 6일 달 뒷면을 도는 플라이바이 과정에서 지구로부터 최대 25만2,756마일, 약 40만6,700km까지 멀어졌다. 이는 1970년 아폴로 13호가 세운 25만1,655마일(약 40만4,200km) 내외의 최장거리 기록을 4,000마일(약 6,400km) 이상 웃도는 수치다.

 

NASA는 아폴로 13호가 산소탱크 폭발로 달 착륙을 포기한 뒤 택했던 것과 유사한 자유귀환 궤적을 재현해, 지구와 달의 중력을 동시에 활용하는 ‘8자 궤도’로 오리온을 운용 중이다. 이 궤도 설계 덕분에 오리온은 달 뒷면을 선회한 뒤 별도의 대규모 추진 없이는 자동적으로 지구 귀환 경로에 올라선다. 그 과정에서 인류는 또 한 번 ‘지구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인간’이라는 타이틀을 새로 얻었다.

 

이번 임무는 10일 일정으로 짜여 있으며, 오리온 캡슐은 4월 10일 금요일 오후 5시 7분(태평양시간 기준), 동부시간 기준으로는 오후 8시 7분쯤 미국 샌디에이고 인근 태평양 상공에서 대기권 재진입 후 해상 착수를 시도할 예정이다. 착수 지점은 대략 북위 32.7도, 서경 118.2도 인근 해역으로 제시됐고, 미 해군과 NASA 회수팀이 약 2시간 안에 승무원을 안전하게 구조하는 시나리오를 준비 중이다.

 

‘30억 원짜리 화장실’이 던지는 우주 인프라의 숙제

 

오리온에 탑재된 차세대 우주 화장실 개발에는 약 2,300만달러(한화 30억 원대 이상)의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쓰이던 시스템을 콤팩트하게 재설계해 심우주 환경에 맞게 최적화한 장비지만, 이번 환기 문제는 “달과 화성으로 이어질 장거리 유인비행에서 인간 생활 인프라의 안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는 평가를 낳고 있다.

 

특히 우주 화장실은 단순 편의시설이 아니라 위생·감염 통제, 심리적 안정, 폐수 재활용 등과 직결되는 핵심 생명유지 인프라다. 심우주 방사선, 극저온, 미세중력 등 변수 속에서 장기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폐수 관리·환기 시스템을 설계하려면, 이번 아르테미스 II에서 드러난 것과 같은 ‘사소한 오작동’ 사례를 촘촘히 수집해 설계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NASA 입장에서도 화장실 벤트 성능 저하는 큰 틀의 임무 성공을 위협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앞으로 최소 수 주에서 수 개월 단위 체류가 예상되는 아르테미스 III·IV 이후 임무를 생각하면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데이터 포인트다. 실제로 헨플링 비행 책임자는 “현재로서는 백업 시스템과 운용 전략 변경으로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귀환 후 상세 원인 분석과 설계 보완을 예고했다.

 

결국 이번 ‘우주 화장실 해프닝’은 아르테미스 II가 얼마나 순조롭게 비행하고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기도 하다. 달 뒷면을 돌아 인류 최장거리 비행 기록을 갈아치운 임무에서, 우리가 가장 오래 이야기하게 될지도 모를 장면이 얼어붙은 소변과 환기 벤트 라인이라는 사실은, 앞으로의 심우주 시대가 기술과 생존, 그리고 일상의 경계를 어디까지 확장해야 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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