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미국 NASA의 아르테미스 2호가 1970년 아폴로 13호 이후 56년 만에 인류 유인 우주비행 최장 거리 기록을 갈아치우며 심우주 탐사의 새 장을 열었다. 지구에서 25만 마일을 훌쩍 넘어 달 뒷면을 도는 이 비행은 단순한 기록 경쟁이 아니라, 달 기지와 화성으로 향하는 ‘우주 인프라’ 구축을 향한 리허설이라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
아폴로 13호 기록, 4,100마일 웃도는 ‘최장 거리’
1970년 아폴로 13호는 달 궤도 비행 도중 사고를 겪었음에도 지구로부터 24만8,655마일(약 40만171km)까지 떨어지며 ‘인류 최장 거리’ 기록을 세운 바 있다. NASA와 미국 주요 방송에 따르면 아르테미스 2호의 오리온(Orion) 우주선은 4월 6일(미 동부시간) 오후 1시 56~57분경 이 지점을 통과하면서 이 기록을 처음 돌파했다. 이후 오리온은 같은 날 오후 7시 5~7분경 지구로부터 최대 약 25만2,760마일(약 40만6,778km)에 도달할 것으로 예고됐고, 실제 비행에서도 기존 기록을 약 4,100마일 가량 끌어올렸다.
NASA는 공식 Q&A와 브리핑에서 “아폴로 13호의 최대 거리 24만8,655마일에 비해 아르테미스 2호는 약 4,105마일 더 떨어진 25만2,760마일까지 비행할 것”이라고 밝혔고, BBC·NBC·USA투데이 등도 “인류가 지구로부터 가장 멀리 나간 순간”으로 규정했다. 이로써 ‘인류 최장 거리 기록’이라는 상징적 타이틀은 56년 만에 아폴로에서 아르테미스로 넘어가게 됐다.
달 뒷면 도는 7시간, 40분 통신두절의 압축된 긴장
아르테미스 2호는 4월 1일 플로리다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뒤 10일 전후 일정의 달 플라이바이(근접 비행) 궤도로 진입했다. 우주선은 달 표면 위 약 4,000여 마일, km 기준으로는 4,000~4,100마일(약 6,500km 안팎) 상공까지 접근하며 약 7시간에 걸친 달 근접 관측 비행을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이 과정에서 오리온은 달 뒷면으로 진입하며 약 40분간 지구와의 통신이 끊기는 구간을 통과했고, 이는 아폴로 시절과 마찬가지로 완전한 ‘블랙아웃’ 상태에서 궤도 기동을 수행해야 하는 고난도 구간이었다. CNN·PBS·뉴욕타임스 등은 “지구인 80억명과 완전히 분리된 40분”, “인류가 가장 멀리 나간 지점이자 가장 고립된 순간”이라는 표현으로 이 장면을 묘사했다.
달 근처에서 오리온은 약 4,000여 마일 상공 스윙바이로 중력 도움을 받아 귀환 궤도로 들어서며, 이때가 지구로부터 가장 먼 거리이자 달과 가장 가까운 지점이 겹치는 클라이맥스 구간이었다.
‘다양성’ 앞세운 사인승…각자 최초 타이틀 달다
이번 임무에는 NASA 소속 리드 와이즈먼(사령관), 빅터 글로버(조종사), 크리스티나 코크(임무 전문가), 캐나다우주국(CSA)의 제러미 핸슨(임무 전문가) 등 4명이 탑승했다. 미국·캐나다 주요 매체들은 이들이 각각 ‘최초’ 타이틀을 하나씩 쥐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빅터 글로버: 심우주(달 궤도권)까지 비행한 최초의 흑인 우주비행사 ▲크리스티나 코크: 최초의 여성 심우주 비행사이자 향후 최초 여성 달 착륙 유력 후보 ▲제러미 핸슨: 최초의 비(非)미국인 달 비행 우주비행사로 캐나다 우주 개발사의 상징적 인물 ▲핸슨은 기록 경신 직후 교신에서 “인류 역사상 지구에서 가장 먼 거리를 돌파한 이 순간, 우리는 우주 탐사의 선구자들이 이뤄낸 놀라운 노력과 업적에 경의를 표한다”며 “이 기록이 오래 버티지 않고, 다음 세대가 곧 넘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CNN·NBC는 이 멘트를 그대로 인용하며 “우주기록을 ‘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넘어가기 쉽게 만들기 위해 세우겠다’는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10일짜리 리허설…달 기지·화성 향한 ‘인프라 테스트’
아르테미스 2호는 달에 착륙하지 않는 유인 시험 비행으로, 오리온 우주선의 생명유지 장치·항법·통신·열제어 등 핵심 시스템을 실제 유인 환경에서 검증하는 임무다. NASA는 이번 비행 동안 발사부터 귀환까지 총 비행 거리를 약 69만5,081마일(약 111만 8,000km)로 제시하고 있으며, 임무 기간은 약 10일로 설정돼 있다.
오리온은 지구·달 중력권을 연속적으로 통과하며 달 접근 시 달 표면 약 4,070마일(약 6,550km)까지 근접, 지구로부터 최대 25만 2,7백 마일대까지 이탈, 이후 지구 대기 재돌입 후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앞 태평양으로 착수하는 시나리오를 따른다.
로리 글레이즈 NASA 탐사시스템개발국 본부장 대행은 미국 공영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임무는 단순한 기록 경신이 아니라, 달 기지 건설과 지속 가능한 탐사를 위한 필수 관문”이라며 “아르테미스 3호가 달 남극 착륙을 수행하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할 ‘종합 리허설’”이라고 설명했다. PBS·스페이스닷컴 등도 “아르테미스 2호는 달 궤도, 3호는 달 표면, 이후는 달 기지와 화성으로 이어지는 장기 로드맵의 두 번째 계단”이라고 분석했다.
‘56년 만의 최장 거리’가 던지는 함의
이번 최장 거리 경신 자체가 기술적으로 새로운 영역을 연 것은 아니다. 아폴로 13호 역시 1970년 이미 24만8,655마일까지 나갔고, 무인 탐사선은 훨씬 이전부터 지구 중력을 벗어나 태양계 밖까지 진출해 왔다. 그럼에도 각국 과학계와 주요 외신이 이번 기록에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는 세 가지 정도로 정리된다.
첫째, ‘인류 최장 거리’라는 상징을 아폴로에서 아르테미스로 전환함으로써, 미국이 향후 수십 년간 우주 서사를 새 브랜드 아래 재구성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둘째, 흑인·여성·동맹국 우주비행사가 함께 기록의 중심에 서면서, 냉전기 미·소 중심의 우주경쟁을 다자 협력과 다양성의 서사로 바꾸는 효과를 노렸다는 평가다. 셋째, 달 궤도와 귀환 궤적, 장기 비행 생명유지 시스템 등을 실제 인류 탑승 조건에서 검증했다는 점에서, 향후 수십 년을 내다본 ‘달·화성 인프라 투자’의 마일스톤이라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1970년의 기록은 우연히 사고를 피해 귀환하는 과정에서 세운 거리였다면, 2026년의 기록은 계획된 궤도와 시스템 검증, 동맹국 협력의 결과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스페이스닷컴은 “아르테미스 2호가 세운 이 거리는 곧 아르테미스 3호, 4호가 넘어야 할 ‘최소 기준’이 될 것”이라며 “인류가 지구 중력 우물 밖으로 나가기 위한 ‘새 기준점’이 정해졌다”고 분석했다.
현재 아르테미스 2호는 귀환 궤도 상에서 지구 접근을 시작했으며, NASA는 “기상과 해상 여건이 허용되는 한 예정대로 샌디에이고 인근 태평양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비행이 예고한 대로 무사히 끝난다면, 다음 장면은 ‘인류 최초의 여성·유색인·동맹국 우주비행사가 함께 서는 달 남극 사진’이 될 가능성이 크다.























































